윤소영 2

(단상. 542) 자크 라캉 읽기

자크 라캉의 주저 에크리 Écrits는 오늘날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불문학 동료들의 이야기를 참조하자면, 참으로 난해하여서, 상당한 심리학적 소양을 지니지 않으면 근접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독일에서 읽었던 독일어판 라캉 책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없어서 끝까지 독파하지는 못했지만, 이해하는 데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내 능력이 탁월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독일어의 구조가 분석적이고, 어떠한 생략도 용납하지 않는 데에서 기인한다.현재 한국에서 라캉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은 외국어 전공자들의 업적물만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라캉을 파고들려면 불어보다도 독일어를 공부하는 게 더 나을 성 싶다...

3 내 단상 2025.01.22

서로박: (2)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우리는 제 1권이 동시대 영국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풍자한다는 사실을 접할 수 있다. 릴리푸트의 수상, 플립너프는 당시의 자유당의 정치가, 로버트 월폴Robert Walpole을 빼박은 인물이다. 월폴은 휘그Whig 정당의 당원이었는데, 보수정당을 견제하며, 중상주의의 정책을 실행에 옮긴 사람이다. 실제로 스위프트는 휘그 당에 가입한 다음에 이에 환명을 느끼고 정치적 경력을 포기한 바 있다. 플립너프가 말할 때, 걸리버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의 말을 무시한다.  콩알만한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하찮게 느껴졌던 것이다. 릴리푸트 왕국이 화염에 휩싸였을 때, 주인공 걸리버는 오줌을 누면서 왕궁의 불을 끈다.어쩌면 작가 스위프트는 여기서 앤 여왕의 정치 참여에 은근히 ..

35 근대영문헌 202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