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설호: 강덕경, 혹은 알렉산더 미처리히 (5)
(앞에서 계속됩니다.) 23. 국화와 칼: 지금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과거의 참상에 관해서 거의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관동 대지진 당시의 학살 사건을 잘 모르고, 정신대에 끌려간 한국 처녀들의 평생 지속되는 저주와 치욕을 잘 알지 못합니다. 젊은 일본인들은 과거사가 자신과 관련되지 않으므로 책임 없다고 여기고 있으며, 전쟁에 참가한 나이든 일본인들 역시 아예 자신의 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죄에 대한 최소한의 공공연한 반성이 출현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일본 사회에서 비판적 자아보다는, 전체주의적이고 군국주의의 생활관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일본이 고립된 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오래 전부터 대륙과는 차단된 환경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적의 공격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