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아버지 장례식에 갔다 돌아오는 길 밀리는 차창가로 꽃집이 보인다 꽃집 앞에 차를 멈추고 물끄러미 꽃을 바라본다 어둔 빛 금새 사라지는 환한 기분 꽃피웠던 한 생애 그만의 꽃들은 숱한 나날 속에 얼마나 진지하고 꽃다웠던가 피었던 아름다움을 알고 가는 길 기어이 꽃집 안으로 들어간다 멀쑥이 꽃대 세워 현란한 보라색 또는 순백색으로 피어난 양란이 눈부시다 “아저씨 이 꽃은 이렇게 예쁜데 잎은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보여요?“ “꽃대 세울려고 힘이 들어서 그래요” 그래 그냥 꽃 피는 게 아닌 혼신의 힘을 기울인 잎과 꽃대와 뿌리의 희생이 숨은 것을 잎이 힘들어하는 화분을 안고 나온다 퇴근길 도로는 체증에 시달리고 꽃대를 밀어 올리기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 불을 켜고 기다린다 성수자의 「꽃대」 (실린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