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수”는 지상에 없는 가상적 동물이다. 사람들은 인도에 뿔 하나 달린 기이한 동물이 살고 있다고 상상했다. 일각수는 기대감 그리고 열망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인지 모른다. 일각수는 주인공 안젤름 곁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리하여 동물은 점점 커져가는 환멸 내지 실망의 과정을 주인공에게 무의식적으로 비춰준다. 일각수는 주인공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인간의 언어가 지니고 있는 표현 기능은 얼마나 제한된 것인가? 인간의 기억이란 비록 왜소한 기능을 지니지만, 과거를 완전히 뒤집을 정도로 기괴하게 작용하기도 하지 않는가? 따라서 마르틴 발저는 “잃어버린 시간은 인간의 탁월한 언어로써 재구성하여 구출될 수 있다”는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의 입장을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