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693

블로흐: (2) 가짜뉴스와 왜곡뉴스를 생산하는 신문

(앞에서 계속됩니다.) 새 술은 새 부대라고 두 가지 수단이 서로 결착되어 있다. 그 하나는 광고를 통해서 가능하게 된다. 대대적인 광고는 하나의 정책을 중단 없이 밀어붙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된다. 오늘날 의사와 변호사는 국가의 도움 없이 함부로 일할 수 없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은 그야말로 서서히 진척되고, 경쟁은 더욱더 심화하여, 개별적 가정 곳곳으로 침투해 있다. 그렇기에 국가의 수장이 광고를 통해서 개별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활용하는 일은 새로운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예컨대 티눈 연고를 판매할 때 사람들은 마치 정부에서 이를 권장하여 놀라운 업적을 거두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고객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쏜살같이 약국 앞에 줄을 서곤 한다. 그렇게 되면 무혈(無血) 의사의 이름은 널리..

29 Bloch 번역 2025.01.23

블로흐: (1) 가짜뉴스와 왜곡뉴스를 생산하는 신문

스위스의 극작가, 막스 프리쉬는 신문을 믿지 않는다고 선언했습니다. 진리는 직접 바라본 무엇이지, 엿듣거나 제삼자로부터 접한 사항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문 역시 엄밀한 의미에서 진실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에른스트 블로흐는 1930년대 유럽에서 간행된 신문이 어떠한 이유로 가짜뉴스와 왜곡뉴스를 양산해내는지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현재의 한국 사회를 민주주의가 아니라, 후기 파시즘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규정했습니다. 사실 한국 사회는 왕권 제도가 사라진 지 100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은 초기 자본주의의 삶의 방식을 속속들이 체험하지 못했으며, 의식 속에는 구시대적 식민 사회의 봉건적 수직구도가 아직도 부분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파시즘의 위험성을 망각해서는 ..

29 Bloch 번역 2025.01.23

(명시 소개) 홍성란의 '소풍'

소풍홍성란  여기서 저만치가 인생이다 저만치, 비탈 아래 가는 버스멀리 환한복사꽃 꽃 두고아무렇지 않게 곁에 자는 봉분 하나 (시조집: 바람의 머리카락, 고요아침에서)     생 (生)이 그저 아름다운 소풍으로 이어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삶은 그렇게 녹녹치 않다. 혹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리라. 옛날 같으면 삼시세끼 걸르지 않는 것도 힘들었다고. 대부분 무지렁이로 태어나 빈손으로 무언가 움직이며 일해야 그저 밥 한 그릇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요즈음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금수저는 드물고, 흙수저는 많다. 그렇지만 요즈음이라고 해서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다. 끼니 걱정은 아니 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욕 먹지 않고, 자존심 상처 받지 않고 살아가기란 너무나 힘이 드니까 말이다. 최소한의 스트레..

19 한국 문학 2025.01.23

(단상. 542) 자크 라캉 읽기

자크 라캉의 주저 에크리 Écrits는 오늘날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불문학 동료들의 이야기를 참조하자면, 참으로 난해하여서, 상당한 심리학적 소양을 지니지 않으면 근접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독일에서 읽었던 독일어판 라캉 책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없어서 끝까지 독파하지는 못했지만, 이해하는 데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내 능력이 탁월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독일어의 구조가 분석적이고, 어떠한 생략도 용납하지 않는 데에서 기인한다.현재 한국에서 라캉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은 외국어 전공자들의 업적물만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라캉을 파고들려면 불어보다도 독일어를 공부하는 게 더 나을 성 싶다...

3 내 단상 2025.01.22

(단상. 541) 자아 정체성과 결혼 이데올로기

호모 아만스 가운데에는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알렉스 헤일리의 장편소설『뿌리』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해외에 입양된 한국인들을 떠올릴 수 있다. 물론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분도 얼마든지 사랑하고 임을 만나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랑과 성을 추구하는 인간 동물이 살아가는 데 출발점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자신을 알아야, 주위 사람들을 더욱 잘 알고 세계를 이해할 게 아닌가? 그런데 주어진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알지 못하도록 잔인한 장애물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분과의 결혼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힘든 개인적 정황과 사회적 여건 등을 생각해 보라. 가난과 폭정은 인류 역사에서 지속적으..

3 내 단상 2025.01.21

서로박: (2) 알리바바(굥)와 44인의 강도떼들

굥석열이 행하는 정치는 히틀러의 그것과 동일하다. 1. 나치는 사탕발림의 광고 언어를 통해서 보통 사람들을 찬양한다. 이러한 선동 선전은 평소에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거짓된 자신감을 부추긴다. (Ernst Bloch: Erbschaft dieser Zeit, F a. M. 1985, S. 79). 그리하여 그들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물리쳐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투쟁하라!" 고 선동한다.  2. 나치는 보통 사람들의 의식을 마비시킨다. 이로써 보통 사람들은 붉은 색과 고동색의 차이를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모든 것을 흑백으로 고찰하게 된다. 세상을 흑백논리로 바라보는 자들은 적과 동지의 전선을 고수하면서, 반대파들을 혐오하고 증오하게 된다. (앞의 책: 80.)  윤상현은..

2 나의 잡글 2025.01.20

서로박: 베르히만의 '마법의 등불'

친애하는 K, 스웨덴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잉그마르 베르히만 (Ingmar Bergman, 1918 - 2007)은 2007, 7월에 사망했습니다. 그의 공적은 자신의 탁월한 재능에 비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1997년 칸 영화제에서 20세기의 최대의 감독으로 선택되었는데, 이는 하나의 예외 사항에 해당합니다. 나는 그의 죽음을 기리는 의미에서 두 권으로 이루어진 그의 회고록 가운데 한 권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1987년 그리고 1990년에 간행된 책으로서,『마법의 등불』 그리고 『형상들』이라는 제목을 지니고 있습니다. 잉그마르 베르히만은 1982년에 「파니 그리고 알렉산더 (Fanny och Alexander)」라는 영화를 발표했는데, 감독의 자전적 체험은 영화 속에 ..

39 북구문헌 2025.01.20

(단상. 540) 성(Sex), 결혼, 계층

수컷의 사랑이 순간적 격정으로 타오르는 불꽃 (火性)이라면, 암컷의 사랑은 “잉여 주이상스”로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는 물 (水性)과 유사하다. 그런데 사랑에 결혼이라는 딱지가 붙게 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재독인사 어수갑씨는 언젠가 “유럽이 재미없는 천국이라면, 한반도는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유를 부부의 삶과 싱글의 삶에 적용하면 어떨까? 호모 아만스는 결혼으로 인하여 때로는 어느 정도의 부자유를 감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혼인이라는 열쇠는 드물지만, 때로는 자신을 신방에 갇히게 하기 때문이다. 싱글의 삶이 불편한 자유를 느끼게 한다면, 부부의 삶은 편안한 부자유를 느끼게 할까? 자연에서 날아다니는 암컷과 수컷은 콩 한 알도 나누어먹으며 정조를 지키지만, 거대한 새장 속의 새들..

3 내 단상 2025.01.19

박설호 시집, '쑥부쟁이에게 사랑을 고백하다' 서문

박설호 시집 쑥부쟁이에게 사랑을 고백하다Gestehen der Aster LiebeAvouer son amour à Aster 서문 40년 동안 고이 간직한 미발표작 가운데 주로 사랑과 관련되는 시편을 골라 보았다. 내 영혼은 그대의 몸속으로 스며 들어가, 타자의 관점에서 나 그리고 세상을 관망하려고 했다. 그러면 그대는 미소로 화답하고, 어설프게 빙의(憑依)한 나를 멋쩍게 밀쳐내곤 하였다. 이때 감지된 여운은 나를 기쁘게 했고, 위안을 안겨주기에 충분하였다.

20 나의 시 2025.01.19

서로박: (10)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5. 서문, 보이어로부터 피어시까지 (20세기 후반 - 현재)

(앞에서 계속됩니다.) 9. 피어시의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1976): 피어시의 작품에 등장하는 것은 우주 속의 가상적 사회입니다. 가령 “마타포이세트”는 우주의 먼 공간 그리고 미래의 시점에 설정되어 있는 공동체를 가리킵니다. 이 공동체는 양성구유의 인간형을 통해서 남녀평등의 삶을 실천할 뿐 아니라, 국가 그리고 개인 사이의 구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국가 내지는 사회 그리고 개개인의 공적이며 사적인 삶 사이의 갈등의 소지는 처음부터 차단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마타포이세트 공동체를 묘사함으로써 미국 사회의 환경 파괴, 의료 체계의 문제점, 남녀 불평등의 구조 그리고 감시 사회의 문제점 등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10 망드라의 『시골 유토피아 나라로의 여행』(1979): 망드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