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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마네의 '풀밭 위의 아침 식사' 해설

사람들은 에두아르 마네의 그림을 좋아하여, 그의 삶의 행적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때마다 마네는 “꽃밭에 가보세요. 그곳에 가면 나의 삶이 다 보일 것입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나중에 에른스트 블로흐는 이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행적에 관해 묻는 리포터들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나의 저작물을 구해서 보세요. 그 속에는 나의 삶이 용해되어 있습니다.” 각설, 마네는 자신의 사적인 삶에 관해서 언급하기를 꺼려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사랑 그리고 이와 결부된 프라이버시를 공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네에게는 커다란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던 네덜란드 출신의 수잔네 렌호프를 연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파리의 저명한 판사였던 마네의 아버지는 자신의 집에서 피..

11 조형 예술 2024.04.14

박설호: (21) 희망의 원리. 제 5차 강의

(20에서 계속됩니다.) 1. 마지막 다섯 번째 강의: 이번에는 희망의 원리 제 5권을 요약하고, 마지막에는 『희망의 원리』에 반영된 블로흐의 기본적 사상을 서술하려고 합니다. 블로흐가 설정한 학문 영역 속에는 인간이 갈구하는 갈망의 모티프가 은폐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새로운 심리학, 역사학, 그리고 소시민의 삶에 반영된 은폐된 욕구, 과학 기술 영역에서 추구된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 건축과 지리학적 유토피아, 문학과 회화 그리고 음악이라는 예술의 영역에 명시적으로 그리고 묵시적으로 반영된 꿈과 기대 정시 등을 차례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영역은 내용상으로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특징으로 구분될 수 있으나, 인간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더 나은 삶을 위한 기대 지평과 의향을 고려한다면, ..

27 Bloch 저술 2024.04.13

박설호의 시, '임의 반가사유 2'

임의 반가사유 2 박설호 도근도근 설렘이 가슴 가득 채우면 스님과 사미는 어디론가 출가한다 밤새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불어 있다 강변에는 소복을 입은 여인이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다 사미가 머뭇거릴 때 스님은 여인을 업으면서 강을 건넌다 여인이 고맙다고 말할 때 스님은 합장한 다음에 사미와 길을 떠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미가 말한다 여인을 등에 업다니 불경스러운 일이 아닌가요 스님은 대답한다 난 시나브로 잊었는데 너는 아직 마음속에 여인을 품고 있구나 사미가 얼굴을 붉힐 때 스님은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는다 * 일순간 그 열기 게눈 감추듯이 숨는다 ................. * 이 에피소드는 당 헌종 때 단하천연 (丹霞天然, 739 – 824) 선사, 혹은 일본 메이지 시대의 하라탄산 (原坦山..

20 나의 시 2024.04.11

서로박: (13) 여인들의 브레히트. 사랑의 슬픔

13. 나오는 말 여자: 브레히트는 쾌활한 바이에른 사람이었습니다. 기타 반주로 자신의 작품을 노래하기도 했지요. 남자: 그런가요? 그의 삶과 문학은 기독교를 도외시하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책이 마르크스의 『자본Das Kapital』인가? 하고 물었을 때, 브레히트는 다음과 같이 대꾸하였습니다. “만약 ‘성서’라고 대답하면 당신은 웃겠지요?” 그는 기독교 시민 사회가 개개인의 삶을 부자유의 질곡에 가둔다고 여겼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그의 입장은 미셀 푸코의 기독교 비판과 일맥상통합니다. (Foucault: 28). 여자: 브레히트는 젊은 시절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자주 인용하였습니다. “여자에게 갈 때는, 채찍을 들고 가는 것을 잊지 말라.” 원래 그 말은..

46 Brecht 2024.04.11

서로박: (12) 여인들의 브레히트. 사랑의 슬픔

(앞에서 계속됩니다.) 12. 이조트 킬리안 (1924 - 1986) 여자: 킬리안은 브레히트의 마지막 여인이지요? 남자: 그미는 브레히트의 마지막 연인으로 살다가 떠났습니다. 1954년 무렵 브레히트는 예술적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개인적으로는 불행했습니다. 당시 바이겔은 브레히트와 심하게 다툰 다음에 별거에 들어갔고, 베를라우는 술에 찌든 채 살고 있었지요. 킬리안은 1950년대 초에 베를린 앙상블에서 배우로서 그리고 조연출가로서 일했는데, 놀라운 열정이 브레히트를 감복시킨 게 분명합니다. 여자: 킬리안은 솔직하고 꾸밈없는 여성이라고 알려져 있네요. 자동차를 타고 갈 때 브레히트는 자신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하고 그미에게 물었고 합니다. 이때 그미는 예행 연습 시에 크게 소리치는 행동..

46 Brecht 2024.04.11

서로박: (11) 여인들의 브레히트. 사랑의 슬픔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마르가레테 슈테핀 (1908 – 1941) 여자: 슈테핀은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분이었습니다. 남자: 네, 마르가레테 슈테핀은 노동자들의 지역, 베를린의 쾨페니크에서 태어났습니다. 돈이 없어서 대학에 다닐 수 없었던 그미는 정치적 신념을 지녔을 뿐 아니라, 다섯 개의 외국어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덴마크어, 스웨덴어)를 자력으로 마스터하였고, 두 개의 외국어 (핀란드어, 노르웨이어)의 기본 실력을 갖추게 됩니다. 여자: 뛰어난 두뇌를 갖춘 분인 것 같습니다. 남자: 18세의 나이에 슈테핀은 노동자 스포츠 단체에서 노동자, 딤케를 사귄 후에 동거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가난 때문에 미래를 약속할 수 없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딤케가 바람을 피우게 되었을 때..

46 Brecht 2024.04.11

박설호: (20) 희망의 원리. 제 4차 강의

(19에서 계속됩니다.) 18. 고대인들이 꿈꾼 죽음 이후의 세계, 오르페우스의 바퀴: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죽음 이후의 세계는 태양 아래에 번창하는 이 세상의 삶과 반대되는 곳이었습니다. 폼페이에는 다음과 같은 묘비명이 있습니다. “비명을 읽는 친구여, 좋은 삶을 살아가거라. 죽은 뒤에는 웃음도, 농담도 그리고 기쁨도 없으니까.” 기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한 저세상이란 지하의 황량한 공간, 때로는 어떠한 목적도 의지도 자리하지 않는 공간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죽는 자는 망각의 강, 레테의 강물을 마시고, 지옥의 강 (STYX)은 삶과 죽음을 분리합니다. 그러면 뱃사공 샤론은 죽은 자들을 지하명부로 데리고 갑니다. 지하명부라고 해서 무조건 끔찍하고 사악한 분위기가 자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곳의 아랫부분에..

27 Bloch 저술 2024.04.08

서로박: (10) 여인들의 브레히트. 사랑의 슬픔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루트 베를라우 (1906 – 1974) 여자: 루트 베를라우의 성격은 혼란스럽고 까다롭다고 들었습니다. 남자: 네, 이러한 성격은 비극적인 가정사에 기인합니다. 코펜하겐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추측하건대 친아버지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것 같습니다. (Kebir 2006: 35). 이로 인하여 베를라우는 13세의 어린 나이에 낙태 수술을 받았는데, 어머니는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 자살까지 시도했습니다. 여자: 그런데 젊은 시절의 성폭력에 관해서 자신의 회고록에서 침묵을 지켰어요. (붕에: 45). 남자: 남우세스럽다고 생각했지요. 아빠에 대한 굴욕감, 수치심 그리고 가증스러움은 그미의 청춘을 망치게 하였고, 쓰라린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했습니다. 젊은 베를라우..

46 Brecht 2024.04.08

(단상. 505) 대파로 윤석열 군주를 대파하자

1. 기울어진 운동장 "기울어진 정치적 운동장에서 중립을 고수하려는 수직의 태도는 그 자체 편향적이다." 2. 군주는 법 위에 서성거린다. 윤석열은 왕이 아니다. 원래 "군주는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다. 이 문장은 라틴어로는 다음과 같이 표기된다. Princeps legibus solutus est. 왕은 법보다 더 중요한 존재다. 왕은 법의 우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절대 군주제도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천공의 말을 믿고 시대착오적으로 스스로 왕이라고 믿고 있다. 그 앞에는 수많은 법적인 제약이 도사린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그는 시도 때도 없이 격노하는 것이다. 3. 조중동은 조만간 늙은 개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조중동 신문은 죽어가는 늙은 개로 전락할..

3 내 단상 2024.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