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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선생님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홍세화 선생님이 어제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필자는 그분의 책을 접하고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나중에는 그분의 인간미 그리고 특권의식 비판에 관한 사자후의 말씀이 나를 깊이 감동시켰습니다. 그분은 공명심이라든가, 명예욕과는 거리가 먼 소탈한 인품의 소유자였고, 계파와 파벌을 형성하지 않는 큰 그릇이었습니다. 가지지 않는 자와 배우지 못한 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고 계셨고, 한반도의 정치와 미래 한국의 방향성을 숙고하는, 고결한 분이었습니다. 삼가 홍세화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남아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평소에 그분이 전해준 뜻을 기억하며 실천하는 일일 것입니다. OTL

1 알림 (명저) 2024.04.19

서로박: 알프레트 도렌의 유토피아론

알프레트 도렌은 1927년에 「갈망의 장소 그리고 갈망의 시간 Wunschträume und Wunschzeiten」이라는 논문을 집필하였다. 원래 그는 1920년대에 출현한 한스 기어스베르거 Hans Girsberger 그리고 헤르만 온켄 Hermann Oncken의 저작물을 접하고 유토피아의 지형도를 분명하게 설정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도렌은 유토피아 그리고 천년왕국설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시켜서 독립적으로 해명하는 처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유토피아와 천년왕국설은 그 자체 갈망의 장소 내지 갈망의 시간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렌은 유토피아의 문헌으로서 모어의 『유토피아』를 거론하지만, 천년왕국설의 문헌으로서 『오버라인 지역의 혁명가 Der oberrheinisc..

26 유토피아 2024.04.19

부울경이 총선에서 국민의 힘을 지지한 이유는?

"가족이라는 단어 속에는 폐쇄성이라는 진리의 쓴 맛이 도사리고 있다." (Karl Krauss) "가정, 단체, 사회가 개방되지 않으면, 집단 이기주의의 망령 속에 함몰될 수 있다." (Pierre Bourdieu) "공동체 아비투스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갈등을 제거하려면, 일단 폐쇄적 집단이라는 프레임을 파괴해야 한다." (Norbert Elias) .................................. 1. 투표용지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투표용지란 유시민의 발언에 의하면 종이로 만든 탄환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자신의 정치적 뜻을 위해 무력을 활용하였다. 바스티유 감옥의 폭파, 파벌 싸움과 암살 그리고 수많은 결투 등은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았던 시대에 비일비재하게 행해진 바 있다. 민..

2 나의 글 2024.04.18

박설호: (23) 희망의 원리, 제 5차 강의

(22에서 계속됩니다.) 10. 문제는 인민의 행복을 도모하는 일이다, 혹은 마르크스주의: 지금도 사람들은 저열하게 살아가고, 노예로 취급당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버림받고 조롱당하는 존재로 만드는 모든 구체적 현실 상황을 설계하고 이를 변화시키는 일이야말로 급선무일 것입니다. 인간의 의식 구조의 변화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지금도 누군가 하찮은 개처럼 푸대접당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모든 것을 참는 것 – 이는 스스로 저열한 존재, 모욕당하는 존재로서 비인간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박설호: 꿈괴 저항을 위하여.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1, 울력 2011, 서문). 마르틴 루터는 모든 폭력을 나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가 군주의 폭력을 용인하고, 저항적 폭력..

27 Bloch 저술 2024.04.18

서로박: (3)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고통스러운 자해 행위: 다음 날 에리카는 몸속에 칼 한 자루 감춘 채 발터가 다니는 기술 대학으로 향합니다. 그를 죽일지, 아니면 그를 연인으로 되찾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발터가 눈에 뜨입니다. 그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에리카는 그가 어느 여대생에게 추파를 던지는 모습을 멀거니 지켜봅니다. 에리카의 마음속에서는 자신을 학대하고 싶은 욕구가 끓어오릅니다. 그미는 칼을 꺼내어 자신의 어깨를 찔러버립니다. 어깨에서는 피가 솟아납니다. 피 흘리면서 집으로 향하는 그미의 모습은 마치 짝 잃은 미친 비둘기 암컷처럼 보입니다. 11. 노이로제 환자: 소설의 내용이 어떠했는지요? 옐리네크는 에리카라는 인물을 통해서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한 인간의..

44 20후독문헌 2024.04.17

서로박: (2)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앞에서 이어집니다.) 6. 즐겁지 못한 관음행위: 문제는 에리카가 음악 뿐 아니라 삶에서 스스로 체득한 바를 자신의 제자에게 그대로 전해준다는 사실입니다. 그미는 작은 피아노 연주회를 개최하는데, 자신에게서 피아노 배우는 학생들의 학부형이 연주회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에리카는 그들에게 나쁜 점수를 매깁니다. 이를테면 그미는 흥청망청 즐기는 대중들의 유유자적한 태도를 몹시 경멸합니다. 처음에 에리카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언제나 피아노 곁에서 생활합니다. 그러나 에리카는 서서히 자신의 외모를 바라보고, 아름다운 옷이라든가, 멋진 신발 그리고 명품 백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상점에서 몰래 옷을 훔치지만, 두려움 때문에 그미는 훔친 옷을 길가의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에리카는 어머니 몰래 소풍을 떠나기도 하고,..

44 20후독문헌 2024.04.17

서로박: (1)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1. 옐리네크의 소설: 친애하는 E, 오늘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 노벨상 수상작가인 엘프리데 옐리네크 (Elfriede Jelinek, 1946 - )의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 Die Klavierspielerin』에 관해서 자세히 다루어보기로 합니다. 이 작품은 자전적 내용을 담은 소설인데, 1983년에 발표되었습니다. 70년대 중엽에 작가는 『연인들 Die Liebhaberinnen』 (1975)이라는 작품을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서는 소시민들의 사랑의 삶 속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성적인 고통과 테러 행위가 신랄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사랑의 삶에서 성적 행복을 만끽하면서 살아가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결혼 이전의 시기에 꿈꾸어왔던 달콤한 삶을 누리..

44 20후독문헌 2024.04.17

Justin Hayward: Maybe it just a Love

https://www.youtube.com/watch?v=zGg_XriP72A 가사는 별로인데, 음악은 참으로 멋집니다. 어린이가 사랑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감지해나가는 노래인 것 같습니다. 서로박이 당신을 위해 번역해 보았습니다. 너처럼 나도 수평선 멀리 바라보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어 눈길을 보내고 싶은 그곳을 항상 찾는 것은 아니야. 내가 무엇 알고 싶어하는지 나 역시 항상 잘 알지 못해 그렇지만 라디오에서 애창곡을 들으면서 앉아 있어. Just like you I'm searching Always looking past horizons Not everytime I'm finding What I want to lay my eyes on I'm not always knowing What I like to..

6 musica e 2024.04.15

박설호: (22) 희망의 원리. 제 5차 강의

(21에서 계속됩니다.) 5 모든 종교는 창시자를 지니고 있다: 종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특정한 한 사람에 의해서 조직됩니다. 무언가를 믿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성스러운 남자를 미리 설정합니다. 창시자는 막강한 카리스마를 지니거나, 창조적인 정신을 지니고 있습니다. 창시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에서 불분명한 면모를 드러냅니다. 고대의 종교 창시자들은 역사시대 이전에 살았습니다. 가령 카드모스, 오르페우스 그리고 누마 폼필리우스는 어떠한 글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둘째로 그들이 추구하는 바는 당시의 관습에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모세가 나타날 때까지 창시자의 의미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셋째로 고대의 종교는 무엇보다도 자연과 자연력과 결부되어 있는데, 창시자의 모습이 강조될 수 없었습니다. 신..

27 Bloch 저술 202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