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 43

(명시 소개) 양왕용의 시, '나의 시 3'

나의 시 3양왕용 나의 시는할아버지 기침 소리에 묻어나오는소금기의 하얀 바람이다육지로 건어물 장사를 떠났던당신의 젊은 시절의그 바람은언제나 당신을 따라나셨다주막의 댓돌 위에서나시장의 복판에서나돌개바람을 만나몸만 살아남았던 때에도 ...주름살이 늘어난 얼굴로새벽에 집을 나서방울 소리와 함께소장수를 떠났던 시절에도저녁마다 대사립을 울린카랑카랑한 그 목소리어느 해 겨울저녁 밥상을 물리고나직나직 지난 날을 회고하던그 목소리로동학란 속에서간간이 번쩍이는 그 바람이다나의 시는 당신의 등짐 속 건어물이나소들이나주막의 호롱불에 섞여당신의 수염 밑으로 떨어지던그 바람이다가벼이 가벼이아침마다 밥상머리에내려 앉는 소금기에 그 바람이다 .............. (독후감)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그러나 생명은 하나의 매듭으..

카테고리 없음 2025.10.31

박설호: (1) B. 트라벤, 그는 누구인가?

“어떤 창조적인 인간의 "해적이 Lebenslauf"는 전적으로 불필요하다. 삶은 당사자가 쓴 책보다도 더 가치가 있다.” (B. 트라벤) 1.벼랑 끝에 매달린 목숨: 1924년 5월 1일 에프 (Epp)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은 반체제 공산주의자들을 체포하려고 하였다. 이때 레트 마루트는 “백위군 Weißgardisten”에 의해 체포되었다. 그는 반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게 된다. 마루트는 어떠한 자백도 하려 하지 않았으므로, 야전 재판소가 개최되었던 곳으로 송치되었다. 여기서 노동 운동가, 혁명적 지조를 지닌 마도로스, 스파르타쿠스 단원 그리고 “적위군 Rotgardisten”들이 약식 재판을 당했다. 바로 여기서 “의용단 Freikorp”의 장교는 담배를 피우며, 피고들을 마음대로 살리고 죽이고 하..

43 20전독문헌 2025.10.31

서로박: (2) 아파트 유감

위의 사진을 바라보면 이상하게도 서글퍼진다. 마치 한 사내가 집 한채를 들고 있는 것 같다. 너무나 무거운 집의 무게에 그의 몸통이 땅속으로 파뭍혀 있는 것 같으니까. 평생 일하여 이러한 집 한채 살 수 있는 사람이 남한에서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한국에서 부동산은 인간의 자유를 내리 누르는 억압 기제 그 이상이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해서 20억 정도 된다고 한다. (강남의 아파트 값은 이보다 세 배 정도 높을 것이다.) 젊은 부부가 10억 재산을 들고, 은행에 10억을 빌려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치자. 그러면 10억원의 돈에 대한 이자를 1년에 5천만원 정도의 이자를 내야 한다. 어느 월급쟁이가 한 달에 400만원에서 500만원을 이자로 지불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월급 받아서 집을 산다는..

2a 나의 산문 2025.10.30

서로박: 귄터 아이히의 시, '꿈 V'

아래의 글은 필자의 "새롭게 읽는 독일 현대시" (한신대 출판부 2007)에 수록된 글입니다. .................... 귄터 아이히 (1907 - 1972)는 오더 강변의 레부스에서 출생하다. 그는 라이프치히에서 아비투어를 마친 뒤에 베를린에서 중국문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다. 아이히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학과를 의도적으로 택한 셈이다. 여기서도 우리는 아이히의 특이한 성향을 유추할 수 있다. 1932년부터 방송국에서 방송 작가로 일하다가, 1939년에 독일 군인으로 징집되다. 1946년에 미군이 관리하는 포로수용소에 있다가 풀려나다. 47 그룹의 창립 멤버. 1953년 일제 아이힝거와 결혼하여, 남부 독일 그리고 잘츠부르크 근처에서 거주하다. 그는 50년대 이후부터 탁월한 방송극을 발표하였으..

21 독일시 2025.10.30

박설호: (5) 성 차이는 없다. 페미니즘과 정신분석학

(앞에서 계속됩니다.) 24. (부설) 플라톤의 동굴에 대한 페미니즘의 해석: 동굴의 비유는 플라톤의 대화체로 기술된 문헌, 『국가Politeia』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플라톤은 “인간이 얼마나 세상의 겉만 바라보는 맹목적 우둔함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 인간의 인식의 한계성 내지 인간의 인식 자체의 제한성 등을 지적하기 위해서 동굴을 하나의 비유로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플라톤은 주지하다시피 여성을 비하하는 철학자의 전형이었습니다. 그는 『티마이오스Τίμαιος』에서 여성의 자궁을 어떤 기이한 신체기관으로 묘사한 바 있습니다. 여성의 자궁이란 플라톤에 의하면 만약 여성이 임신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여체 구석구석으로 돌아다니면서 기이하게 작용하는 생명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고대 사회 사람들은 자궁..

5 사회심리론 2025.10.28

서로박: 레싱의 희극, '젊은 학자'

독일의 위대한 계몽주의 작가, 곳홀트 에브라임 레싱의 "젊은 학자"가 정민영 교수님의 번역으로 간행되었습니다. 훌륭한 작품의 생동감 넘치는 번역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1. 레싱의 노여움이 희비극으로 표출되다: 「젊은 학자Der junge Gelehrte」는 독일의 계몽주의 작가, 곳홀트 에브라임 레싱(1729 - 1781의 초기 작품입니다. 레싱은 마이센에 있는 성 아프라에 위치한 중등과정의 학교에 다니면서, 이 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작품은 1747년에 대폭 수정된 다음에 이듬해 1748년 1월에 라이프치히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때 레싱의 나이는 19세였습니다. 불과 19세의 나이에도 레싱은 당시 프로이센의 학문적으로 경직된 분위기 그리고 ..

40 근대독문헌 2025.10.27

김광규의 시, '생각과 사이'

생각과 사이김광규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정치가는 오로지 정치만을 생각하고경제인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하고근로자는 오로지 노동만을 생각하고법관은 오로지 법만을 생각하고군인은 오로지 전쟁만을 생각하고기사는 오로지 공장만을 생각하고농민은 오로지 농사만을 생각하고관리는 오로지 관청만 생각하고학자는 오로지 학문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시와 정치의 사이정치와 경제의 사이경제와 노동의 사이노동과 법의 사이법과 전쟁의 사이전쟁과 공장의 사이공장과 농사의 사이농사와 관청의 사이관청과 학문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만 휴지와 권력과 돈과 착취와 형무소와폐허와 공해와 농약과 억압과 통계가남을 뿐이다 ................. 독후감: 서울 경기 지역에는 수천만 사람들이 부..

19 한국 문학 2025.10.27

에른스트 블로흐: (4) 검은 리본과 함께 하는 희망

(앞에서 계속됩니다.) 질문: 세상 사람들은 당신이 종교적 사상가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말합니다. 당신의 저작물은 급진적 사회주의를 개진하고 있는데, 특히 기독교의 신교 그리고 구교의 연구자들에 의해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실정입니다. 당신의 사상 속의 어떤 부분이 종교, 특히 기독교와의 접점을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블로흐: 당신의 질문은 그다지 놀랄만한 게 아닙니다. 이에 대한 대답 역시 그렇게 새롭고 기이하지 않을 테니까요. 나의 책, 『희망의 원리』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여러 번 실려 있습니다. “희망이 있는 곳에, 종교가 있다.” 종교는 마치 태양 속의 가잘 강력한 홍염(紅焔)과 같은. “부풀어 튀어나오는” 희망의 불꽃을 피어오르게 하지요. (역주: 여기서 “부풀어 튀어나온다 pr..

30 bloch 대화 2025.10.26

서로박: (1) 아파트 유감

“의식주” - 단어의 순서에 의하면 옷 입는 게 가장 중요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혁명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생각을 바꾸어 “의식주”를 “주의식”으로 변모시켜야 합니다. 사람들이 옷에 상관없이 자신을 존중해주었을 때 아리스티포스는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나이 먹은 사람에게 옷이란 추위를 피하고, 부끄러운 곳을 가리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거주 공간은 옷과는 달리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 옷이 아니라, 거주지가 더욱 중요하지요. 80년대를 외국에서 살다가, 고국을 찾는 오디세우스의 감회를 과연 몇 명이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80년대 말이었던가요? 실로 감개무량함을 느끼며, 나는 고향 부산을 거의 10년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으나, 내 눈에는 그다..

2a 나의 산문 2025.10.25

에른스트 블로흐: (3) 검은 리본과 함께 하는 희망

(앞에서 계속됩니다.) 질문: 당신은 한 번도 공산당의 당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오랜 시간에 걸처 공산주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공산주의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밖에도 그것은 당신의 철학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는지요? 블로흐: “공산주의” 대신에 “마르크스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 마르크스주의가 학문적 측면에서 하나의 객관성을 부여하니까요. 이에 비하면 공산주의라는 용어에는 정치적으로 혼탁한 색이 덕지덕지 묻어 있지요. 공산주의는 이른 시기부터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나는 역사적으로 드러난 일련의 자유를 추구하는 운동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프랑스 혁명 정신의 거대한 외침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믿었으니까요. 프랑스의 ..

30 bloch 대화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