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필자의 "새롭게 읽는 독일 현대시" (한신대 출판부 2007)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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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아이히 (1907 - 1972)는 오더 강변의 레부스에서 출생하다. 그는 라이프치히에서 아비투어를 마친 뒤에 베를린에서 중국문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다. 아이히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학과를 의도적으로 택한 셈이다. 여기서도 우리는 아이히의 특이한 성향을 유추할 수 있다. 1932년부터 방송국에서 방송 작가로 일하다가, 1939년에 독일 군인으로 징집되다. 1946년에 미군이 관리하는 포로수용소에 있다가 풀려나다. 47 그룹의 창립 멤버. 1953년 일제 아이힝거와 결혼하여, 남부 독일 그리고 잘츠부르크 근처에서 거주하다. 그는 50년대 이후부터 탁월한 방송극을 발표하였으며, 말년에는 『두더지들 (Maulwürfe)』이라는 제목의 산문을 공개하기도 하다. 아이히의 문학은 시, 방송극 그리고 콩트로 요약되는데, 시인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해설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꿈 V
귄터 아이히
깨어나라, 너희의 꿈들은 사악하다!
깨어 있어라, 경악이 가까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너희는 피 쏟아지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지만, 너희에게도 향하고 있다.
너희가 방해 받지 않은 채
낮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너희에게 찾아온다.
오늘 오지 않으면, 내일 도래할 것임을
확실하게 믿고 있어라.
“아니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3주 동안 수놓아서 만든
붉은 꽃베개 위에서의
오 편안한 잠이여.
고기가 기름지고, 야채가 부드러우면,
오, 잠은 얼마나 편안한가.
사람들은 선잠 속에서 어제 저녁의 TV 주간 뉴스를 생각한다:
부활절의 양, 깨어나는 자연, 바덴바덴의 도박장 개장,
옥스퍼드에 대한 케임브리지의 2.5점 차 승리 등
잠들기 전의 뇌의 활동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오, 최고급으로 만든 부드러운 깃털 베개여!
그 베개 위에서 우리는 세계의 언짢은 일을 잊어버린다. 가령 다음과 같은 소식:
낙태로 고발된 여인이 변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곱 아이의 어머니인 그미는 기저귀 살 돈 없어서
아기의 엉덩이를 신문지로 감은 채 나를 찾아 왔다고.
아, 그건 법정의 일이지,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야.
누군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어렵게 산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의 손자들은 훌륭히 싸워 이길 것이야.”
“아, 벌써 자고 있느냐? 어서 일어나라, 친구들이여!
철조망에는 어느새 전류가 흐르고, 보초들이 이미 망보고 있어.”
아니, 잠들지 말라, 세상을 다스리는 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들이 너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하더라도 그들의 권력을 믿지 말라!
만약 누군가 너희 심장의 공허함을 고려할 때, 그렇게 되지 않도록 깨어있어라!
유익하지 않은 일을 행하라, 사람들이 너희의 입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노래를 불러라!
불편한 자가 되라, 세계라는 기계 속의 기름이 되지 말고 모래가 되라!
Träume von Günter Eich:
Wacht auf, denn eure Träume sind schlecht!/ Bleib wach, weil das Entsetzliche näher kommt.
Auch zu dir kommt es, der weit entfernt wohnt von den Stätten, wo Blut vergossen wird,/ auch zu dir und deinem Nachmittagsschlaf,/ worin du ungern gestört wirst./ Wenn es heute nicht kommt, kommt es morgen,/ aber sei gewiß.
”Oh, angenehmer Schlaf/ auf den Kissen mit roten Blumen,/ einem Weihnachtsgeschenk von Anita, woran sie drei Wochen gestickt hat,/ oh, angenehmer Schlaf,/ wenn der Braten fett war und das Gemüse zart./ Man denkt im Einschlummern an die Wochenschau von gestern abend:/ Osterlämmer, erwachende Natur, Eröffnung der Spielbank in Baden-Baden,/ Cambridge siegte gegen Oxford mit zweieinhalb Längen, -/ das genügt, das Gehirn zu beschäftigen.
Oh, dieses weiche Kissen, Daunen aus erster Wahl!/ Auf ihm vergißt man das Ärgerliche der Welt, jene Nachricht zum Beispiel:/ Die wegen Abtreibung Angeklagte sagte zu ihrer Verteidigung:/ Die Frau, Mutter von sieben Kindern, kam zu mir mit einem Säugling,/ für den sie keine Windeln hatte und der in Zeitungspapier gewickelt war./ Nun, das sind Angelegenheiten des Gerichtes, nicht unsre./ Man kann dagegen nichts tun, wenn einer etwas härter liegt als der andere,/ Und was kommen mag, unsere Enkel mögen es auffechten.“
”Ah, du schläfst schon? Wache gut auf, mein Freund!/ Schon läuft der Strom in den Umzäunungen, und die Posten sind aufgestellt.“
Nein, schlaft nicht, während die Ordner der Welt geschäftig sind!/ Seid mißtrauisch gegen ihre Macht, die sie vorgeben für euch erwerben zu müssen!/ Wacht darüber, daß eure Herzen nicht leer sind, wenn mit der Leere eurer Herzen gerechnet wird!/ Tut das Unnütze, singt die Lieder, die man aus eurem Mund nicht erwartet!/ Seid unbequem, seid Sand, nicht das Öl im Getriebe der Welt!
(시어 설명 및 힌트)
주간 뉴스: 일반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가벼운 테마를 다루는 주말 TV 프로그램을 가리킨다. 유월절의 양: 유대인들은 유월절이 오면 양을 잡아서 바친다. 서구 사람들은 양을 잡는 대신에 부활절 기간에 양 모양의 과자를 굽곤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의 손자들은 훌륭히 싸워 이길 것이다: 원래 이 구절은 1525년 독일 농민 혁명 당시에 프랑켄하우젠 전투에서 패배했던 농민들이 내뱉은 발언이다. 부패한 권력에 대항했던 농민들은 처함할 정도의 패배를 맛보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일어나서 권력과 싸우리라고 다짐하였다. 그런데 이 말은 오늘날 자기 책임을 회피하고, 모든 일을 다음 세대에 미루거나 발뺌할 때 사용하곤 한다. 따라서 본문에서 인용된 문장 속에는 아이러니한 요소가 담겨 있다. 심장의 공허함: 어떤 사안을 알려고 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로써 권력자들은 중우 정치를 실천할 수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노래: 이는 문맥을 고려할 때 불복종의 발언들을 가리킨다. 유익하지 않은 일: 이는 체제 파괴적 저항의 작업으로서, 위정자의 측면에서는 유익하지 않지만, 사회 정의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유익한 행위일 것이다.
(질문)
1. 시는 총 6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 2연, 제 3연, 제 4연에는 인용부호가 있습니다. 이는 시적 주제를 고려할 때 어떻게 기능하는가요?
2. 제 1연에서 “경악”이 의미하는 바는? 이 단어는 아이히 문학적 비밀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단서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3. “꿈”이 해로운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요?
4. 제 3연에서 거론되는 주간 뉴스를 모두 지적해 보세요.
5. 제 4연의 “아, 그건 법정이 알아서 할 일이지 우리의 일이 아니야.”라는 구절에 시인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이히의 방송극 「꿈들」에서는 다음의 구절이 발견됩니다.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너와 관계된다.” 두 문장을 서로 비교해서 설명하세요.
6. 제 5연에 묘사된 상황은 포로수용소처럼 보입니다. 시인은 무엇을 경고하는가요?
7. 제 6연은 시의 압권에 해당하는 대목입니다. “세계라는 기계 속의 기름이 되지 말고 모래가 되라!”라는 구절이 뜻하는 바는?
(해설)
귄터 아이히의 시「꿈들」은 동일한 제목의 방송극 맨 마지막 부분에 첨가된 것입니다. 아이히의 문학은 현실 속에서 인지되지 않은 어떤 비밀스러운 영역을 추적하고, 이 속에 도사린 비밀스러운 진리를 발견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진리는 인간의 인식 영역인 언어에 의해 정확히 밝혀지지 않는 “경악”의 요소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인용 시에서 이러한 경악은 인간에게 좀처럼 인지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편안한 잠 그리고 달콤한 꿈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멀리서 자행되는 살인과 죽임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너무나 먼 곳에서 “자신과 무관하게” 발생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먼 속에서 이루어지는 살인과 죽임은 결코 “나”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히의 시는 총 6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1, 2연은 제 3, 4연과 내용상으로 정반대되고 있습니다. 제 1연과 제2연에서 시인은 직설적으로 독자에게 눈에 띄지 않는 진실을 말하면서 이해를 촉구합니다. 그것은 인간이 잠과 꿈에 취해서 조만간 도래할 끔찍한 무엇을 간과하고 있다는 진실입니다. 이에 반해서 제 3연과 제 4연은 편안한 잠, 안락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접하려고 하는 일반 사람들의 태도를 비아냥거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먼 곳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사건을 외면하고, 그저 무해한 내용의 방송만을 접하려고 합니다. 설령 가까이 살고 있는 이웃이 가난 때문에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시에서는 “낙태”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오직 법정에 떠맡기면서,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5연과 제 6연은 내용상 정반대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자가 시인 자신의 과거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후자는 시인의 직설적 발언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제 6연은 시의 압권에 해당하는 대목입니다. 그것은 1968년 구서독에서 학생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때, 하나의 슬로건으로서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벽보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아니, 잠들지 말라, 세상을 다스리는 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들이 너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하더라도 그들의 권력을 믿지 말라!” 흔히 위정자들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그들은 일차적으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가족들을 가장 위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정치가의 감언이설에 속아서 모든 중요한 결정을 그들에게 위임하고, 생업에 종사할 뿐입니다.
“만약 누군가 너희 심장의 공허함을 고려할 때, 그렇게 되지 않도록 깨어있어라!”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자의 정책을 비판하며, 권력자의 일방적 행위에 대해 저항하는 일이 아닌가요? “유익하지 않은 일을 행하라, 사람들이 너희의 입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노래를 불러라!” 어쩌면 체제 파괴적인 말과 행동은 민주주의를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입니다. (귄터 아이히: 비가 존하는 소식, 김광규 역, 문학과 지성사, 1975, 84쪽). 이는 일견 기존하는 것들을 파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존하는 잘못된 사항들을 수정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지 않습니까? 바로 이러한 까닭에 우리는 “불편한 자”가 되어야 합니다. “세계라는 기계 속의 기름이 되지 말고 모래가 되”면, 권력자의 의도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그리고 저절로 돌아가는 세계의 바퀴는 멈추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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