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2 3

블로흐: 유산의 세 단계 (3)

지금까지 우리는 혁명 발발의 유산에 관해서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문화적 유산의 두 번째 단계는 과연 어디에 위치하는 것일까? 두 번째 단계는 중세 시대에 대성당의 면모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이러한 정점의 단계는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첫 번째 원인의 단계와 그렇게 극명하게 구분되고 있을까? 프리지아의 모자는 최소한 원래의 집에서는 붉은 색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디서든 간에 고대 페르시아 왕의 모자를 황금으로 치장한 흰색이라고 받아들었다. 말하자면 프리지아의 모자는 단순히 조화로움을 예견하는 상징물일 뿐 아니라, 지배와 권력을 찬탈하는 객관적 상관물이었던 것이다. 중세의 대성당을 고찰해 보라. 여기에는 비록 모든 권력이 신앙에 빼앗겨 있지만, 우리에게 어떤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조화로움 속에..

29 Bloch 번역 2022.09.22

블로흐: 유산의 세 단계 (2)

혁명의 시대는 이러한 식으로 언제나 이전 시대에 살았던 선구자들을 찬양하였다. 사람들은 이전의 사람들에게서 부분적으로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동질성을 느끼곤 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반동적인 시대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가령 기사들이 고립된 성, 왕궁에 머물 때에도 건축가들이 성당을 건축할 때도 나름대로의 이상적인 인물을 떠올리곤 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갈구하는 상을 엄청난 범위에서 다르게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갈구하는 유산을 반드시 하나로 통일해야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시민 사회의 출발 당시부터 속출하던 페스트와 같은 질병을 제외한다면, 유산은 어떤 낯선 계급적 내용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몰론 사람들은 이전의 혁명을 다시금 기억하면서 환호하곤 ..

29 Bloch 번역 2022.09.22

블로흐: 유산의 세 단계 (1)

블로흐는 고대 사회, 봉건 사회 그리고 시민 사회의 문화를 사회주의적으로 수용하는 문제를 숙고했다. 동구의 대부분 사회주의자들은 과거의 문화를 통째로 거부하거나, 일부 찬양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블로흐는 인간이 남긴 모든 유산에는 긍정적 부정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고 믿었다. 지나간 문화적 유산을 새로운 사회에서 바람직하게 수용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오늘날 주어져 있는 모든 문화적 유품의 옥석을 가려내어야 한다고 믿는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루카치에 대한 블로흐의 비판이다. 루카치는 후기 시민 사회의 병든 문화를 모조리 거부하고, 고대 그리스의 이상 그리고 독일 고전주의의 자세를 찬양하였다. 이에 비해 블로흐는 개별 문화 그리고 예술 작품들의 호불호를 지적하는 대신에, 그 속에 혼재되어 있는 부정적 ..

29 Bloch 번역 202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