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Bloch 저술

서로박: (1) 에른스트 블로흐 문헌 소개

필자 (匹子) 2025. 3. 1. 10:02

A, 전집 (총 20권)

1. 약어: SP, 흔적들 Spuren,

발표 연도: 1930, (220페이지). 영어판: Traces, Standford University Press 2006.

의향: 바이마르 시대의 혼란스러운 분위기, 나치와 공산주의의 갈등 그리고 두 개의 상반되는 사고가 현실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알리려고 한다.

내용: 블로흐의 『흔적들』은 도합 87편의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네 가지 단락, 즉 상태, 운수, 현존재 그리고 사물 등으로 나누어진다. 제각기 독자적으로 전해지는 짤막한 이야기 속에는 블로흐가 추구하는 인간의 복잡한 사상과 심리의 구조가 복합적으로 엉켜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블로흐의 글들은 어쩌면 자신의 사상을 “하나로 압축해놓은 미세화(微細画) une miniature en relief”라고 표현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왜냐면 여기에는 객관적 현실적 가능성 그리고 낮꿈, 전선 그리고 새로운 무엇으로서의 희망이라는 블로흐 고유한 미래 지향적 시각이 고스란히 놀라운 착상 내지는 “깨달은 사고”로 혼융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는 갈망의 흔적들이 묘하게 은폐되어 있으며, 부분적으로 우리 본연의 고유한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는 불안, 노여움, 미움 그리고 우울 등의 감정과 뒤섞여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와 관련하여 블로흐는 과감하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요한 것은 “갈망의 힘”이라고, 그렇기에 “이야기하면서 사고하는 것 역시 멋지고 기상천외한 일”이라고 말이다.

기타: 동화, 전설, 갈망의 다섯 가지 모티프, 깨달은 사고 Eingedenken

 

2. 약어: TM, 혁명의 신학자로서의 토마스 뮌처 Thomas Münzer als Theologe der Revolution.

발표 연도: 1921.

의향: 혁명의 신학자인 토마스 뮌처의 구체적인 삶을 전기 형식으로 서술하면서, 20세기에 끼친 영향력을 전하려고 한다.

내용: 뮌처가 목회와 선교에 있어서 루터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네 가지 관점에서 다르다. 첫째로 루터는 성서의 교리를 중시했으나, 뮌처는 그리스도의 영성과 기도를 강조하였다. 둘째로 루터는 인종 문제에 보수적 자세를 취하면서 은밀하게 반유대주의를 표방했으나, 뮌처는 사해동포주의의 관점에서 평등과 공존의 삶을 설파하였다. 이는 20세기에 나타난 에큐메니컬 정신과 접목될 수 있다. 셋째로 루터는 정치적 관점에서 체제 옹호적으로 처신했으나, 뮌처는 가난한 농부들의 굶주림을 해결하눈 것을 일차적 목표로 내세웠다. 넷째로 루터는 독일 남부에서 무장봉기하는 농민들을 강도들이라고 비난했으나, 뮌처는 비참한 현실의 극복을 위해서 마지막 수단으로 농민 전쟁을 주도하였다. 뮌처는 플라톤의 발언인 “모든 게 공동 소유다. Omnia sint communia.”를 창조적으로 오해하였다. 플라톤이 주장한 계층 차이를 전제로 한 공동 소유의 사상은 뮌처에 의해 “만인의 공동 소유”로 의미론적 확장을 이룬다.

기타: 뮌처의 행적은 종교의 영역에 국한되는 게 아니나, 나중에 무산계급의 자유와 평등의 삶을 위한 초석으로 활용되었다.

 

3. 약어: GdU2, 유토피아의 정신. 제 2판, Geist der Utopie, 2, Fassung

발표 연도: 1923, (352페이지) 영어판: The Spirit of Utopia, Stanford Univ.-Press. 2000.

의향: 집필 계기는 제1판과 같다. 제2판은 내용상으로는 제1판과 대동소이하지만, “이 시대의 사상적 분위기에 관하여 Über die Gedankenatmosphäre dieser Zeit”가 생략되어 있다. 블로흐는 『유토피아의 정신』을 탈고한 다음에, 비로소 소련의 탄생을 접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블로흐는 이전에 개진한 철학적 사회적 논의는 수정을 필요로 한다고 믿었다.

내용: 『유토피아의 정신』은 다섯 가지 사항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블로흐의 비판은 전쟁, 프로이센의 보수적 전통 그리고 자본주의로 향하고 있다. 블로흐는 이 시기에 사회주의에 대한 관점을 분명히 설정한다. 둘째로 암울한 기계 문명에 대한 대안으로서 예술적 치장 내지는 “장식(装飾)”을 강조한다. “장식의 생산 die Erzeugung des Ornaments”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라지려 하는 예술적 아우라를 구제할 수 있다. 셋째로 음악 예술은 인간의 갈망을 가장 빨리 전달할 수 있는 예술적 장르다. 다시 말해 음악은 인간을 천국으로 안내하는 “신탁Orakel”이다. 흔히 음악을 주어진 현실과 무관한 예술적 장르라고 말하지만, 블로흐는 이를 거부한다. 블로흐에 의하면 음악만큼 사회적 맥락을 지닌 예술 장르도 없다. 넷째로 노발리스가 언급한 “푸른 꽃die blaue Blume”은 최상의 물질에 대한 객관적 상징물이다. 이로써 블로흐는 “최상의 삶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The best is not yet to come”는 사실을 분명히 지적한다. 인간의 정서 가운데 갈망과 성취에 대한 기대감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다섯째로 예수가 설파한 사랑의 공산주의는 의향에 있어서 마르크스가 추구한 계급 없는 사회상인 자유의 나라와 다르지 않다.

기타: 선현의 상 der Vorschein, 음악의 철학, 실체로서의 동경 Sehnsucht als Substanz

 

4. 약어: EdZ, 이 시대의 유산 Erbschaft dieser Zeit

발표 연도: 1935, (415페이지). 영어판: Heritage of Our Times 1991.

의향: 나치즘의 형성 배경 및 1920년대 독일의 사회적 상황 그리고 프로이센의 시대 정신을 비판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 문헌은 1963년에 확장본으로 간행되었다.

내용: 문헌은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두 번째 장 「비-동시성 그리고 열광」이 압권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글은 “제삼제국의 원래 역사에 관하여Zur Originalgeschichte des Dritten Reichs”이다. 두 번째 장에서 블로흐는 1930년대 독일의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해명한다. 즉 독일인의 정치적 입장과 의식 구조는 거주지, 직업, 경제적 수준 그리고 세대 차이 등으로 인해서 이질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용어로 설명될 수 있다. 어쩌면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온존하고 있으므로, 역사적 발전은 때로는 바르게, 때로는 지그재그의 방향으로 비틀거리며 진척되는지 모른다. 세 번째 장에는 철학, 미학과 예술론, 정치학 그리고 표현주의 예술 등의 논문들이 실려 있다. 연구 대상이 방만하여 일견 산만하다는 느낌을 풍기지만, 블로흐의 관점 그리고 그의 집필 의도를 고려하면, 독자는 논의의 치밀함을 분명히 감지할 수 있다. 세 번째 장에 실린 브레히트, 베르그송, 니체 그리고 바그너에 관한 글에서 블로흐의 희망 철학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논거가 부분적으로 엿보이고 있다.

기타: 비동시성의 동시성 Gleichzeitigkeit des Ungleichzeiligen, 생명의 열광 Elan vital,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