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제통각검사 (Thematic Apperception Test: TAT) 란? 주제통각검사는 그림을 보고 떠올리는 공상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의식적 및 무의식적인 경향을 알려는 목적으로 머레이(H.A. Murray)와 모간(C.D. Morgan)에 의해서 만들어진 검사 방법이다. 참여자는 그림 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또 어떻게 되어 그렇게 되었으며, 또 결과는 어떻게 될지를 이야기한다. 이로써 치료사는 참여자의 갈등, 욕구, 경험 그리고 심리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그 그림 장면 속에 자기를 투사시켜서, 주인공과 자기를 동일시하는 경향을 지닌다. 바꾸어 말하면 작가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독자의 동기, 성향 그리고 감정 등을 대신해서 표출하게 한다. 보통 임상에서 이 주제통각검사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주제통각검사는 로샤 검사 (이것은 잉크반점검사로서 스위스 정신과의사 로샤가 개발한 것이다. 잉크반점에 대한 정신분열증 환자의 반응이 정상인과 다른 점에서 착안하여, 모호하고 불규칙한 형태의 잉크얼룩을 제시해 투영되는 피검자의 지각반응을 분석해 개인의 인격성향을 추출하는 투사적 검사를 가리킨다.) 보다 한층 구체적 진단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주제통각검사를 통해 다양한 대인관계 사이의 상호관련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개인의 성격과 환경의 상호관계에 대해 알 수 있다. 나아가 우리는 정신치료나 치료적 상담 이전에 시행함으로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주제통각검사는 지배적인 충동, 감정, 콤플렉스, 욕구 특히 마음 저변에 놓인 억제된 동기 등을 밝히기에 적합한 검사이다. 성격연구, 행동장애, 신경증, 정신병 등을 해석하는데 긴요한 검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검사는 진단에만 머물지 않고 글쓰기, 말하기를 통해 치료의 과정까지 나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마디로 문학치료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는 검사이자 그자체가 치료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제통각검사의 과정은 어떠한가? 검사재료는 다의적 의미가 담긴 열아홉 장의 도판과 한 장의 흰 도판이다. (일반용:14세 - 40세) 검사에 앞서 치료사는 참여자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적절한 분위기를 유도한다. 친절하고 유쾌한 분위기 일수록 좋다. 참여자에게 요령을 알려주고 일련의 도판을 제시하고 기분 좋게 그 그림에 대해 설명한다. 참여자가 무언가 쓰거나 말할 때 치료사는 녹음한다. 검사를 실시하는 동안 치료사는 말을 걸지 않는다. 묻거나 개입하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도판 열장에 1회씩 2회기를 진행한다. 매 회기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필요하면 끝나고 대화를 나눈다. 참여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 도판의 상황을 자기의 경험과 소망에 맞추어 이야기해본다. 이때 표현되는 것은 지금까지의 삶에서 겪은 경험의 뭉치들에 관한 의식적 무의식적 감정이다. 순수한 상상력 검사라고 말을 하면, 참여자는 민감한 자신에 대해서 별로 저항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치료사는 주제통각검사에 대한 특수과정을 마쳤거나 그에 상응하는 정신적 자질이 있거나 임상의 경험이 있어야한다.
이야기의 분석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한다. 주인공(주된 인물), 욕구(우위, 자율성, 공격성), 감정(불안, 갈등, 불신), 압박감(주인공의 환경), 결과 (주인공의 성공이나 실패), 주제 (욕구의 압박감과 결과사이의 상호작용, 사랑이나 경쟁의식 등), 관심과 감정 등. 해석은 다음과 같은 가설에 근거한다. 첫째 주인공에 대한 수식어는 참여자의 성격에 있는 경향성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재현한다. 둘째 환경변수 (압박감)는 참여자가 경험한 환경의 힘이나 폭력을 재현한다. 물론 그것들은 과거에 발생했다 사라졌을 수도, 현재까지 있을 수도, 미래의 소망을 나타낼 수도 있다.
이러한 주제통각검사의 장점은 무엇인가? 첫째로 동기유발이 신빙성 있고 확실하다. 둘째로 동기나 갈등 방어기제나 대상관계를 파악하기 좋다. 셋째로 상담자 간의 의견일치를 보는 데 좋은 결과가 있다. 검사의 단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즉 주제통각검사는 치료사의 지식과 능력, 고도의 기법이 요구되고, 치료사의 성격이 해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주제통각검사는 둘째로, 때로는 너무 주관적일 수도 있다. 셋째로 검사 전이나 검사시간 등에 조금만 변화가 있어도 이야기나 그 유효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기치고 재검사의 경우 이야기가 왜곡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검사에서 주제통각검사는 개인의 욕구를 파악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2.주제통각검사와 문학치료와의 관계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는 사람은 치료를 받고 싶더라도 심리적 고통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말한다 하더라도 잘 말할 수 없을 경우가 많다. 주제통각검사는 이에 대해서 아주 좋은 토대를 제공해줄 수 있다. 그렇기에 검사는 문학치료에 필수적으로 보조 역할을 담당한다. 문학치료의 장점은 바로 정확히 말할 수 없는 것을 허구나 즐거움을 동반한 문학을 통해 우회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이 모두 주제통각검사에 해당하는 특성을 지니는지 모른다. 참여자는 문학에 자신의 내적인 문제를 간접적으로 토로하고 투사한다. 그렇기에 문학은 이 검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주제통각검사도 심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제시된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이 투사의 과정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제통각검사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 속에 투사된 심리가 아니라 심리가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되었는지, 그 숙련도가 어떤 지에 관한 것이다. 주제통각검사 이후에 글쓰기 연행이 이어질 수 있다. 또 이야기/문학은 우리 앞에 놓인 삶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혼의 활동이고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인간에 대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작품은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제어할지를 가르쳐 준다. 그러므로 글을 써 나가는 것은 진단을 넘어서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거나 배우는 것이다. 치료사는 창의적인 힘과 유머를 갖추고 참여자들에게 동기를 주고 이야기를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면 참여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내용을 다시 “피드백”할 것이다.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야기가 그의 과거 삶의 결과 또는 출처만이 아니며, 오히려 이야기를 하면서 삶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나의 이야기로 변용할 수 있다. 이것이 문학을 통한 심리검사가 가능한 이유다.
3. 이야기의 평가
이 검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유효성을 직접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그냥 이야기일 뿐일 수도 있으므로 우리는 직접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데 착안을 해야 한다. 이야기에서는 암시와 유희적 특성만이 지배한다. 때문에 직접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알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우회적인 문학이 객관적 사실보다 더 정확히 마음을 재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은 그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기본 명제이다. - 이야기는 이야기로 받아들어야 한다. 구조적 문제는 하나의 극적 구조와 세련된 표현으로 나뉠 수 있으며 그 속에 소망과 무의식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야기가 실제로 발생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노이로제의 문제가 아니다.
- 치료사는 이야기의 진실성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만약 지구 속이 잼으로 채워져 있다고 주장하거나 자기가 칠면조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가정해보면, 정말로 그런지 실험해 보기 전에 그것이 그 사람에게 무슨 의미인지를 알려고 해야 한다. - 주제통각검사에서 제시된 이야기는 심층이나 무의식에서 나온 계시가 아닌 작품으로 보아야 한다. 일정한 패턴으로 제시된 병인론(병의 원인을 연구하는 기초의학)이나 증후군의 모델을 상대화하자는 뜻이다. 이야기는 그저 참여자가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 무엇을 간과하는가, 무엇을 왜곡하는가, 그리고 사건이나 세계를 어떤 맥락으로 만들어 내는가를 보는 것이다. 글쓰기나 문학을 통한 치료는 증후군의 분석이나 내적인 것의 적시, 비의적인 것의 해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야기의 구조를 분석하면 된다. 치료사는 참여자가 삶을 구상하는 원칙을 찾아 그것을 바꾸어주면 된다.
- 주제통각검사에서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머물러 있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이야기의 진행 과정, 끝까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주제통각검사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그것은 내적 통일성을 이루고 있으며 계열적 동일성을 갖고 있다. 말하자면 10개의 서로 다른 그림은 하나의 운명을 이야기하며 소설의 전체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실마리를 반복하는 것이다. 때문에 문학작품과 유사한 방식으로 파악하는 것이 좋다. 경험이란 논란의 성질의 것이 아니고, 노이로제라는 경험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주제통각검사의 이야기의 평가도 주관성을 띨 수 있다.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에 하나씩의 평가가 붙어있는 일반적인 방법보다는 10개의 이야기를 계열적 축으로 차례대로 읽어 내는 방법이 중요하다. 이야기마다 주제 경향에 대한 반응의 강도가 다르긴 하지만 그것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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