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횔덜린 3'

필자 (匹子) 2024. 8. 20. 09:27

횔덜린 3

박설호

“그대는 복수하리라,

성스러운 자연이여” (횔덜린)

 

19세기 초 그는

탑 속에 숨어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 세상보다 더

아름다운 곳 없다고

썩는 물질 병균을

더럽게 여긴 시대

가난과 폭정을

추악하게 여긴 세상

아름답지 않던

실제의 일면과

그냥 미화되기만 한

마음 사이의 차이

그리고 그의 광기

 

만약 그가 21세기에

다시 태어난다면

마구 통탄할까

이 세상보다 더

더러운 곳은 없다고

생명체와 썩는 물질

오히려 아름답고

아마 사랑으로 변모할

가난과 폭정의 시대

만약 그가 이곳에

흰옷 입은 아기로

자라나게 된다면

아름다움만 노래하며

다시 조용히 미쳐갈까

 

아니 부릅뜬 눈으로

예견하고 있으리

산성비와 오염에

동식물이 먼저 죽고

신의 실수로 빚은

끝없는 인간의 욕망은

빙산을 녹여

서서히 가라앉히는 걸

신생(新生)의 아름다움

인간들 중금속 목숨에서

더 이상 찾을 수 없다면

그는 자연에 사죄하리

이 세상보다 더

추악한 곳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