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12월의 빌레펠트'

필자 (匹子) 2024. 6. 4. 09:54

12월의 빌레펠트

박설호

 

안개의 유혹으로 숲 사이를 방황하면

고향 소식 알려주는 상고대의 하얀 눈물

황혼은 붉은 뺨 스치며 휴식을 권하지

 

낙엽 스친 칼바람에 흔들리는 외투 자락

미테로 향하게 하는 허전함과 아쉬움 *

일상에 지루한 행인들 초저녁에 모이지

 

럼주 한 잔 건네며 서로의 안부를 묻지

불콰한 술기운에 상대방을 위로하며

덕담은 건강과 사랑 돈에 관한 것이야

 

욕심 떨친 전나무들 지는 해에 손짓하고

어스름에 가지 흔들며 생존만을 알릴뿐

인간의 야망 가리는 우듬지에 퍼진 어둠

 

우리의 삶 어쩌면 기차 여행 같은 거야

소소한 행복들을 차창 뒤로 흘려보내고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넌 무얼 찾고 있니

 

포장마차 촛불은 아기 탄생 축복하고

떠나간 여인의 향기 떠올리는 백인 친구

새해엔 팔 걷어붙이고 갈망 다시 찾겠지

 

....................

 

* 미테는 도시 빌레펠트의 한복판에 있는 구역이다. 저녁 무렵 이곳 광장에서는 채소와 과일 그리고 럼주 등을 판매한다.

실린 곳: 박설호: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

 

 

빌레펠트 미테 지역에 있는 "알트 마르크트"

 

 

빌레펠트 대학교. 모든 건물 2층은 도서관으로 이루어져 있는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주말에도 개방된다. 그 안에는 화장실도 있으니, 먹을 것만 가지고 가면, 밤새도록 공부할 수 있다.

 

 

토이토부르거 숲의 한 장면. 한국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나의 시 엑스테른슈타이네에 나오는 기암 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