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반도여 안녕 4'

필자 (匹子) 2024. 2. 2. 10:22

반도여 안녕 4

박설호

 

- 로마의 아우렐리우스는 보헤미아 지방의 마르코를 점령하려 했을 때, 사자를 이용하였다. 힘이 센 마르코 사람들은 평생 한 번도 기이한 맹수를 본 적이 없었다. 그들 나라는 혼신으로 로마 산 털 복숭이들과 피 흘리며 싸우다 몰락하였다. -

 

천하무적 역도산이

어떻게 죽었는지 아니

칼을 들고 덤비는

골목 불량배에게 넓은

배 내밀면서 그는 “어디

마음대로 찔러라.”하고

일갈하였어 칼침에

그가 목숨 잃었다면

그건 오산이야 부상 후

그는 치료받을 수 없었어

단단한 근육 사이로

주사 바늘 꽂히지 않아

쇠 독 번지고 말았지 *

 

“한 나라에 무기가

많이 비축되면

그럴수록 안전하다.”고

믿는 너희 도시인들이여

“충청도 어느 마을에

제주도 모슬포에

핵무기 설치되면

그럴수록 든든하다.”고

믿는 너희 시골사람들이여

일손 멈춘 채

단 오 분이라도

역도산을 생각하라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

 

* 위대한 프로레슬러, 역도산 (김신락, 1924 - 1963)의 사망 원인은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실린 곳: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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