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6) 사랑의 교육을 추구하는 시인: 사포는 상기한 방식대로 춤과 노래, 시 그리고 베 짜는 법, 사랑의 모든 기술 등을 처녀들에게 전수하였습니다. 마치 알카이오스가 소년들에게 무기 다루는 법,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등을 가르쳐주듯이, 사포는 소녀들에게 여성의 영역에서 최선의 내용을 가르쳤습니다. “누구는 기사 (騎士)를 중시하고, 누구는 보병을 강조하네./ 다른 사람은 선박이야 말로 이 어두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이라고 주장하네. 그러나 나는/ 스스로 인간이 사랑하는 무엇을 말하고 싶네.” 그리하여 사포는 자신의 공동체에서 어느 처녀를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전차를 몰고 맹렬하게 싸우며 무기를 들고 진군하는 군대보다도 소중한 것은 사포의 견해에 의하면 우아하고 고결하게 윤무를 추고, 환하게 비치는 아름다운 자태로 드러내며 노래하는 처녀들이라고 합니다.
(7) 뮤즈와 아프로디테에게 바치는 시와 노래: 여성 공동체 사람들은 뮤즈 여신들에 대해 봉사하는 일을 하나의 이상으로 생각했습니다. 뮤즈 여신들은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mnemosyne) 사이에서 태어난 아홉 명의 딸들을 가리킵니다. 사포에 의하면 뮤즈들이야 말로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신의 영역에 동참하도록 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여신, 뮤즈들은 자신에게 그들의 아홉 가지 기술을 전해 주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역사 서술, 비극, 춤, 희극, 플루트 연주와 노래, 연애 시, 점성술, 팬터마임, 학문과 철학 등이 바로 그 아홉 가지 기술들입니다. 사포는 자기 자신을 뮤즈 여신들의 전언의 전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성 공동체 역시 뮤즈 신들을 돌보는 사원이라고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사포는 자신의 시에서 사랑과 이별, 신의 축제에 동참하기 위한 공동적 행사 그리고 자신의 오빠와 딸에 관한 내용을 묘사하였습니다. 그미의 가장 유명한 시는 아프로디테에게 바치는 송시인데, 이것은 오늘날 남아 있습니다. 송시는 일곱 개의 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행은 일곱 개의 음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당시 사람들은 사포의 송시를 현악기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로 부른 것 같습니다. 사포는 일곱 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현악기 “바르비톤 (Barbiton)”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바르비톤은 리라보다는 저음을 내지만, 약간 웅장하면서도 애조를 띠는 악기였다고 합니다.
(8) 제자인 어느 처녀를 사모하는 사포: 사포는 송시에서 아프로디테에게 다음과 같이 간청하고 있습니다. 뜨겁게 사랑하는 제자의 마음속에 여신이 지니고 있는 뜨거운 감정을 불어넣어달라고 말입니다. “찬란한 왕관을 쓴 영원한 아프로디테여,/ 명부를 만드는 제우스의 자식이여, 고통과 절망 없이/ 그대에게 간청하건대, 나의 영혼을 파괴해 주세요, 여신이여.” 여기서 사포는 자신의 어느 제자에 대한 뜨거운 연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령 순간적으로 그대를 쳐다보면, 나의 말이/ 급작스럽게 턱턱 막혀 와요./ 그 뿐일까요. 나의 혀가 쩍쩍 갈라지는 것 같고, 나의/ 피부 아래에서 어떤 부드러운 불꽃이 흐르는 것 같아요,/ 나의 눈은 더 이상 아무 것도 볼 수 없으며, 귀 속으로/ 다만 둔탁한 소리가 마냥 쿵쿵 울려 퍼져요. 내 몸에서는 땀이 마냥 강물처럼 흐르고, 두근거림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둥둥거리고, 나는 풀들보다도/ 더 푸르게 변해요. 나 자신이 죽은 듯 느껴질 정도니까요 (...)” 친애하는 J, 사랑이라는 심리적 아드레날린 효과를 이처럼 정확하고도 객관적으로 사랑의 감정을 서술한 연애시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사포의 문장은 마치 플라톤이 어떤 시적인 무엇을 성스럽게 묘사할 때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서술한 듯합니다.
(9) 여성 공동체와 종교적 신앙: 친애하는 J, 사포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즉 사랑과 미는 오로지 신들에 의해서 전해지는 무엇이라고 말입니다. 사포는 결혼 직전에 자신과 이별을 고해야 하는 아름다운 처녀에게 앞의 시를 헌정했습니다. 결혼 직전의 처녀는 사포에 의하면 신께서 부여한 찬란한 광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제자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감정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그리고 모성의 여신 헤라에 대한 깊은 종교적 흠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자고로 사포의 시는 여성공동체라는 공동의 생활의 체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높은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시작품들은 구체적 상황을 훌쩍 뛰어넘는 예술성을 보여줍니다.
(10) 사포의 명성: 사람들은 일찍부터 자연과 인간의 감정을 그렇게도 놀라운 비유로 표현한 사포를 칭송했습니다. 결혼에 관한 사포의 시 역시 찬양하였지요. “저녁의 별이여, 그대는 빛나는 아침이/ 흩뿌리는 무엇을 모조리 집으로 가져다주는구나./ 양을 돌려보내고, 염소를 집으로 모는구나. 어머니에게서 딸을 멀리 떠나보내는구나.” 여기서 결혼식의 찬란한 불꽃은 주지하다시피 저녁의 별로 비유되고 있습니다. 마치 저녁이 염소와 양들을 집으로 보내듯이, 부모는 자신의 딸을 결혼시킨다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J, 사포는 생전에 그리고 후세에 아주 커다란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포를 뮤즈의 열 번째 여신으로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로마의 시인이자 에피쿠로스의 추종자, 카툴리우스 (Catull, BC. 84 - BC. 54) 그리고 호라티우스 (BC. 65 - BC. 8)는 사포의 시 형식을 주로 사용할 정도였습니다. 카툴리우스는 어찌나 사포를 흠모했든지, 자신의 임을 “레스비아”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오스트리아의 극작가, 그릴파르처 (Grillparzer)는 사포의 비극적인 삶을 극작품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사포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소년 파온 (Phaon)에 대한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로이카디아 (Leukadia)의 절벽 아래로 떨어져 자살했다고 합니다.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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