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포와 레스보스: 친애하는 J, 당신의 부탁대로 오늘 그리스의 전설적인 여성 시인, 사포 (Sappho, BC. 617/612 - 570/ 560)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날 레즈비언이라는 말은 사포에게서 유래합니다. 왜냐하면 그미는 또 다른 위대한 시인, 알카이오스 (Alkaios, BC. 630 - 540)와 함께 그리스 초기에 레스보스 섬에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포와 알카이오스는 소아시아의 서북 해안에 있는 에올리아의 방언을 사용하며 시를 썼습니다. 말하자면 “시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레스보스 섬에서 풍요롭기 이를 데 없는 문학적이고 음악적인 형식이 발전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방언이 지니고 있는 시적 언어는 사포 문학의 전제 조건을 제공한 셈이지요. 훗날에 알렉산드리아 사람들은 사포를 아홉 명의 위대한 시인들 가운데 한 명으로 수용하였습니다. 그들은 아홉 명의 시인들의 작품들을 아홉 권의 책으로 만들었는데, 거의 유실되고, 그저 몇몇 시구와 단장만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파피루스 그리고 도자기 그릇에 필사된 것들입니다.
(2) 사포의 망명: 사포는 젊은 시절에 나라를 떠나 고통스럽게 방랑한 적이 있었습니다. 기원전 약 595년경에 사포는 귀족 출신입니다만, 가족들 사이의 권력 투쟁 문제에 휩싸였습니다. 레스보스의 수도, 미틸레네 (Mytilene)에서 귀족 연합회가 해산되고, 폭군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사포는 가족들과 함께 그리고 알카이오스와 함께 고향으로부터 추방되었습니다. 그미는 몇 년 후에 고향인 레스보스로 되돌아왔습니다. 이때 남편은 목숨을 잃고, 딸 한 명만이 사포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기원전 약 585년경에 사포 주위에는 젊은 처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로써 사적인 문화 모임인 여성 공동체가 결성되었습니다. 이는 사회적 문화적인 주위 환경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미 이전에 레스보스 섬에서는 많은 여성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3) 칼리스테이아 축제: 레스보스 섬에서는 이른바 “칼리스테이아 (Kallisteia)”라는 축제가 성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때가 다가오면 결혼할 나이에 이른 처녀들이 헤라 여신에게 바치는 찬가를 부르고, 주술적인 윤무를 덩실덩실 추곤 하였습니다. 이로써 처녀들은 위대한 어머니 내지 여성을 관장하는 여신 헤라 앞에서 자신의 열정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말하자면 이러한 제식을 통해서 처녀들은 성인이 된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사포의 문학 작품에서는 이러한 축제 그리고 여성의 여신인 헤라 그리고 아프로디테에 대한 경배의 내용이 자주 묘사되고 있습니다. 축제가 개최되면, 처녀들은 한 자리에 모여 춤과 노래 외에도 찬가 유형의 시구를 읊곤 하였습니다. 특히 사포는 고대에 결혼에 관한 시편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미는 제자들로 하여금 그룹을 형성하여, 자신이 쓴 시를 낭독하게 하였습니다.
(4) 여성의 교육, 성교육 실습: 따라서 사포의 모임 역시 하나의 제식으로 행해지는 축제의 형태를 띠고 있었습니다. 축제는 고대에서 내려오는 부족의 전통에 입각한 것으로서, 젊은이의 교육이라는 형태로 발전되었습니다. 당시에 사포가 인위적으로 여성 공동체를 결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성과 여성들은 서로 엄격하게 구분되었는데, 이로 인하여 여성들만의 그룹이 결성되었던 것입니다. 가령 알카이오스는 젊은 사내아이들을 전사 (戦士)들의 동맹체 속에서 교육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처녀들은 사포의 곁에서 여성 신들의 정신을 함양하고 어머니로서 행해야 하는 여러 기술들을 전수받았습니다. 가령 시, 음악 그리고 춤 외에도 그들은 여러 가지 실천적 미덕을 배웠습니다. 이를테면 옷 짜는 기술이라든가, 약초로 화환을 장식하는 일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가령 젊은 여성들은 두 사람씩 마주보고 서서, 딜도 (Διλδο: 가죽으로 만든 페니스)를 생식기에 끼웠습니다. 그 다음에는 자신들의 알몸을 천 조각으로 가린 채 모래 언덕에서 데굴데굴 구르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야 처녀들은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샤를 글레어 (Charles Gleyre)의 그림 "목욕하러 가는 사포" (1867)
(5) 에로스와 동성연애: 레스보스의 젊은 사내들은 아프로디테 대신에 에로스를 숭배하였습니다. 그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성의 역할 및 자신의 성적 욕망을 스스로 절제하는 방법 등을 배웠습니다. 그리스 초기 시대에는 바로 이러한 예식을 통하여 같은 성 사이의 연애가 아무 거부감 없이 행해졌습니다. 특정한 미소년은 공공연하게 특정한 장년 남자와 교육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깊은 관계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높은 계급의 장년 남자는 소년들에게 전쟁의 발발 시 명예롭게 싸울 것을 명령하였으며, 동성끼리 얼마든지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이러한 애정 관계는 끝나게 됩니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 시대에 행해졌던 장년 남자와 미소년 사이의 사랑은 이러한 맥락 하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엄밀히 따지면 현대의 동성연애의 관계가 아니라, “연애에 대한 가르침의 관계”라고 이해해야 타당할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 체제는 플라톤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성년 남자들이 미소년들을 가르치듯이, 사포 역시 같은 나이의 여자들과 함께 소녀들에게 사랑과 연애를 가르쳤습니다. 고상한 계급의 부모들은 자신의 딸들로 하여금 바다를 건너 사포에게 가서 여성으로서의 모든 것을 배우라고 명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딸들은 결혼할 때까지 삶과 사랑에 관한 많은 가르침을 배울 수 있다고 믿었지요.
(2로 이어집니다.)
'37 고대 문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로박: 헬레니즘과 희극 작가 (0) | 2024.06.30 |
---|---|
서로박: (2) 사포의 '여성 공동체' (0) | 2024.05.24 |
서로박: 소포클레스의 '아이아스' (0) | 2024.05.23 |
서로박: (2) 테렌티우스의 '환관' (0) | 2024.02.10 |
서로박: (1) 테렌티우스의 '환관' (0) | 2024.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