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서로박: (9) 여인들의 브레히트. 사랑의 슬픔

필자 (匹子) 2024. 4. 5. 09:30

(앞에서 계속됩니다.)

 

9. 헬레네 바이겔 (1900 = 1971)

 

여자: 헬레네 바이겔은 법적으로 브레히트의 두 번째 아내였지요?

남자: 그런데 브레히트와 바이겔 사이에는 혼인할 때 아무런 협약이 없었습니다. 브레히트의 일방적 성적 자유에 대해 바이겔이 그냥 동의하는, 불평등 관계가 암묵적으로 맺어졌지요.

여자: 흔히 사람들은 사르트르와 보바르 사이의 계약 결혼을 언급합니다. 프랑스의 두 작가는 결혼하면서, 세 가지 사항을 실천하려 하였습니다. “첫째로 시민 사회의 일부일처제는 용납될 수 없다. 둘째로 두 사람은 상대방의 성적 자유를 용인한다. 셋째로 어떤 경우에도 비밀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약속을 어긴 사람은 사르트르였으며, 보바르는 크고 작은 심리적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브레히트는 자기중심적으로 처신한 것 같습니다.

 

남자: , 많은 여성과 사귀면서도, 바이겔이 다른 남자를 가까이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1925년 브레히트가 바이겔에게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너는 남자들 앞에서 주로 머뭇거리는 편이지? (나를 만나기) 전이나, 후에나 정갈하게 행동하는 편이지? 그러니 네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말하지 않겠어.” (Kebir 1989: 135).

여자: 내로남불의 전형이로군요.

남자: 그렇습니다. 하나 바이겔은 브레히트 가정주부로서, 동시에 배우로 활동하며 평생을 브레히트와 함께 살았습니다. 헬레네 바이겔은 1900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유대인 상인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1919년 그미는 베를린으로 가서 막스 라인하르트에게서 연출 수업을 받은 다음, 배우의 길을 걷습니다. 1923년 바이겔은 브레히트를 알게 되었으며, 192411월에 아들 슈테판을 출산하고, 193010월에 바이겔은 딸 바르바라를 출산했습니다.

 

여자: 바이겔의 질투심은 대단했겠네요?

남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1938년 브레히트가 식솔과 함께 덴마크의 스벤보르에 정주하게 되었을 때, 루트 베를라우는 근처의 여관에서 살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브레히트가 매일 아침 7시에 베를라우의 방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바이겔은 남편에게 어느 정도 관용을 베풀었지만, 여자 문제로 브레히트와 다툰 적이 있었습니다. 1936년 슈테핀이 덴마크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3개월 후에 뒤늦게 알려지게 되었을 때, 바이겔은 언성을 높였습니다. 폐결핵에 걸린 처녀를 가까이 대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며, 행여나 자식들이 폐결핵에 걸리면 큰일이 아닌가? 하고 따졌습니다. (Kebir 1989: 139). 바이겔은 슈테핀을 위해서 스코브스보 해변에 덴마크 떡갈나무 가구로 치장한 방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여자: 세 여자와 한 남자의 동거라니 난잡하지 않는가요?

남자: 그렇겠지요? 페터 바이스는 저항의 미학Die Ästhetik des Widerstands에서 브레히트의 이중적 성생활을 다루고 있습니다. (Mittenzwei: 487). 마르가레테 슈테핀은 브레히트 뒤에 앉아 속기에 몰두하고, 루트 베를라우는 마치 성욕을 자극하듯이 손을 브레히트의 무릎에 얹고 있는데, 헬레네 바이겔은 바깥 정원에서 빨래하고 있습니다. (바이스: 272).

여자: 바이스는 브레히트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셈이로군요.

남자: , 작가로서의 브레히트는 지극히 창조적이지만, 인간으로서는 추호도 동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Hvidtfeldt-Maren: 136).

 

여자: 그런데도 바이겔은 평생 브레히트의 곁에 머물렀지요?

남자: 그렇습니다. 바이겔은 1948년 이후에 베를린 앙상블의 일을 도맡았습니다. 작품 공연의 일정을 결정한 사람은 바이겔이었지요.

여자: 바이겔은 인간적 관대함을 지니지 않았을까요? 남편의 외도를 외부로 공개하면서, 남편의 치부를 한 번도 들추지 않았으니까요.

남자: 그렇지만 그미의 심장은 문드러졌겠지요. 1950년대 동독에서 바이겔은 브레히트와 심하게 다툰 뒤 별거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1950년대에 쇼윈도우 부부로 살다가, 나중에는 졸혼이라는 이중생활을 영위하게 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