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8) 여인들의 브레히트. 사랑의 슬픔

(앞에서 계속됩니다.)

 

8. 카롤라 네어 (1900 – 1942)

 

여자: 네어는 유명한 배우였지요? 네어는 거칠고 천진난만하며, 공격적인 현대적 여성의 이미지, 즉 엘렉트라의 기질을 드러내었습니다. 흑인 머리 스타일, 남성 복장, 면허증 취득으로 세인을 놀라게 했지요. 1920년대 초만 하더라도 여성이 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일은 드문 일이었으니까요. (Wieland: 178).

남자: 네 네어는 음악 교사의 딸로 태어나, 1920년부터 바덴바덴, 뮌헨 그리고 브레슬라우에서 연기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1922년 뮌헨 캄머슈필레 극장에서 브레히트를 만났지요 그런데 네어는 1925년에 브레히트를 저버리고, 극작가, 클라분트와 결혼하였습니다.

 

여자: 브레히트가 충동적이고, 바이에른 특유의 낙천적인 기질을 지녔다면, 클라분트는 정직하며 진중한 성격의 소유자였지요?

남자: 그렇습니다. 클라분트는 폐결핵으로 인해 다보스에서 체류해야 했지요. 다보스에는 결핵 요양원이 있었는데, 토마스 만의 『마의 산Der Zauberberg』의 무대가 된 곳입니다. 네어는 틈만 나면 베를린에서 여섯 시간 이상 자동차를 몰고 클라분트에게 향했습니다. 1928년 8월 14일에 「서푼짜리 오페라」가 초연될 바로 그 시점에, 클라분트가 사망했습니다. 카롤라는 장례에 참석하느라고 폴리의 역을 맡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여자: 그 후에 그미는 어떻게 살았지요?

남자: 카롤라 네어는 1932년 루마니아 출신의 기술자, 아나톨 베커와 재혼하였습니다. 1933년 3월 5일에 남편과 함께 모스크바로 망명하였습니다. 망명의 시기에 그미는 구스타프 방엔하임이 이끄는 독일 극단에서 일하고 싶었지요. 1936년 5월 12일에 베커는 트로츠키와 연루되어 체포되었고, 몇 주 후에 네어 또한 구금됩니다.

 

여자: 안타깝군요.

남자: 1936년부터 소련에서는 대대적인 숙청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하필이면 방엔하임이 자신과 남편을 밀고하였던 것입니다. 당시 덴마크에 거주하던 브레히트는 네어의 구금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친구의 석방을 위해서 소극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포이히트방거에게 여러 차례 카롤라 네어의 석방을 촉구하자고 부탁했을 뿐입니다. (Brecht GBA, Bd. 29: 14). 베커는 1937년 총살당하고, 네어는 1942년 6월 소련의 솔네츠크 강제 수용소에서 티푸스 병에 걸려 사망하였다.

여자: 비극적이로군요. 브레히트와 네어 사이의 관계는 어떠했지요?

 

남자: 그것을 알려주는 문헌은 없지만, 브레히트와 네어가 일시적으로 연인관계를 맺은 것은 확실합니다. (Wieland: 189). 브레히트는 1922년 여름에 친구들과 「어느 미용 살롱의 미스테리Mysterien eines Friesiersalons」라는 30분짜리 영화를 제작했는데, 이때 브레히트는 네어와 자주 만났습니다. 브레히트는 네어가 소련에서 체포되었을 때 두 편의 시를 집필하였습니다. 그 하나는 「여배우 CN에게 보내는 조언Rat an die Schauspielerin CN」이며, 다른 하나는 「빨래하기Das Waschen」(1937)입니다. 두 편의 작품에서 브레히트는 카롤라 네어의 비극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면서, 친구를 돕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을 자책하고 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