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6) 문학 치료. 강의 요약문. "헉, 당신도 작은 왕자라니."

장미와 이카로스의 비밀

- 작은 왕자 심층 분석

 

1.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Roger De Saint Exupery) - (1900-1944)

프랑스 리옹(Lyons) 출신 소설가로 옛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1920년 징병으로 공군에 입대하여 조종사 훈련을 받았다. 제대 후 자동차 공장 등 여러 직종을 전전하다가 평범한 사회의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행동적인 인생을 개척하고자 1926년부터 위험이 뒤따르는 초기 우편 비행 사업에 가담하였다. 제 2차 세계대전이 일어 난 후 군용기 조종사로 종군, 대전 말기에 정찰 비행 중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작은 왕자』, 『야간 비행』, 『인간의 대지』, 『성채』등이 있다. 그의 주옥같은 모든 작품들은 행동을 통한 명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언제나 어려움과 역경과의 싸움에서 인간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 의지를 찾아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가 추구한 진정한 의미의 삶은 개인적 존재를 초월한, 즉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정신적 유대에서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 중 우리 발표 주제인 『작은 왕자 Le petit Prince』는 작가 자신이 삽화까지 스스로 곁들인 작품으로서, 내용은 간략하지만 전해주는 메시지들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2. 작은 왕자 줄거리

 

한 비행기 조종사가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다. 절망에 빠져 있는 그에게 이상한 어린이가 나타나는데, 알고 보니 작은 별에 사는 왕자였다. 자신의 별에 사는 장미꽃의 짜증을 견디지 못해서 어린 왕자는 우주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첫 번째 별에는 혼자서 잘난 척만 하는 왕이 살고 있다. 작가는 이 왕을 통해서 현실 세계의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을 묘사하였다. 두 번째 별에는 허영심 가득 찬 인간이 살고 있다고 한다. 작가는 이로써 여러 방면에서 능력이 없으면서도 그럴듯한 지위를 얻어 자기만족에 빠진 채 살아가는 인간을 비아냥거리려고 했다. 세 번째 별에는 주정뱅이가 살고 있다. 술꾼은 창조적 측면에서 의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무질서하게 사는 사람을 비유한다. 네 번째 별에는 오로지 돈만 세는 실업가가 살고 있다. 실업가를 통해서 작가는 모든 가치를 오로지 돈에 두는 사람을 은근히 비판하려고 했다. 다섯 번째 별에는 반복적인 작업만 하는 가스등 점화부가 살고 있다. 생텍쥐페리는 이러한 인간형을 다룸으로써 자아를 찾지 못하고 생업에 쫓기는 인간형을 독자에게 전해주려고 했다. 여섯 번째 별에는 지리학자가 살고 있는데, 그 사람이 지구를 알려줘서 찾아왔다고 왕자는 밝혔다.

 

하지만 막상 지구에 도착한 왕자는 외로움을 느낀다. 이때 여우가 나타나서 친구 관계가 지닌 우정의 참뜻을 가르쳐 준다. 또한 여우는 두 가지 사항을 전해 준다. 그 하나는 관계란 서로를 다른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인식하는 과정에서 생긴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는 곳에 진리가 있다는 점이다. 결국 어린 왕자는 자신이 자기의 별 도사리고 있는 장미에게 소홀했음을 자책하고 뱀에게 자신을 물어달라고 부탁한다. 그 때문에 왕자는 죽게 됨으로써 이야기는 끝난다.

 

3. 오이겐 드레버만은 누구인가?

오이겐 드레버만은 부퍼탈 출신의 가톨릭 신부이다. 그는 동화, 신화 속에 도사린 인간의 심층 심리를 탐구하여 많은 글을 발표하였다. 1080년경에는 『수사들 Die Kleriker』이라는 책을 발표하여, 수사들의 은밀한 심리적 상태 및 성의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하였다. 수사들은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지만, 인간으로서의 성적 욕망에 시달리며, 수음과 동성애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드레버만은 이 책의 발표로 인하여 가톨릭 신부직을 박탈당하기도 하였다.

 

4. 장미의 상징성

 

왕자는 어린이가 아니라, 몸집이 작을 뿐이다. 그렇기에 어린 왕자라는 번역은 잘못된 번역이다. 그는 성장하지 못한 어른이다. 그의 작은 몸은 심리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동화 『작은 왕자』속에 나오는 장미는 상당히 중요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사랑과 신의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정작 여성에 대한 사랑은 묘사되지 않고 오로지 ‘장미’에 대한 사랑으로만 압축되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은 왕자』에 나오는 장미는 그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어머니의 의미를 상징한다. 우리는 작가의 생애에서 이러한 사항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렇기에 작가에게 어머니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이해될 수 있다.

 

『작은 왕자』에서도 나오듯이 장미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가장이었던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가족들을 책임져야 했던 의무감의 표현일 수 있다. 장미와의 갈등은 고상하고 보수적이었던 어머니 슬하에서 겪었던 생텍쥐페리와 어머니의 갈등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어린 왕자’라는 인물을 단순히 생텍쥐페리의 어린 시절과 동일시하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고 편협한 해석일지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어린 왕자가 ‘행성들’에 관해 들려주는 이야기들에는 심리적으로 생텍쥐페리가 어린 시절에 느꼈던 중요한 인상들, 그 가운데 특히 어머니에 대한 추억들이 압축되어 있다는 사실은 거의 부정할 수 없다. 이는 ‘장미’가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라는 점에서 더욱 더 설득력을 전해주고 있다.

 

생텍쥐페리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졌던 것 같다. ‘장미’가 상대적으로 뒤늦게야 ‘행성’에 나타난 것은 그때까지 ‘작은 왕자’는 분명 어머니와 떨어질 수 없는 이원적 공생관계 속에서 살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생텍쥐페리가 그린 ‘행성’의 공과 같이 둥근 그림들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분명 안전과 사랑을 상징적으로 시사해주는 유아적 공상으로 보인다. 물론 어머니가 『작은 왕자』에서 명시적으로 등장하여 주인공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완자는 청결과 정돈의 예의 의식하고 있다. 이는 어머니의 일상적 요구사항과 관련된다.

 

어린 왕자가 ‘화산의 청소’를 담당하는 것도 유아 시기의 어머니의 요구사항에 대한 대응으로 이해될 수 있다. 유아기 후기의 시점에서야 비로소 어머니는 무력하고 가시가 달린 ‘장미’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작은 왕자’의 삶을 오랫동안 결정짓는 이 사건 뒤에는 생텍쥐페리가 바로 네 살 때 겪은 아버지의 죽음이 숨겨져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사항에서 입증되고 있다. 이때야 말로 공생적인 모자 관계, 감정의 양가성, 갈등이 명백하게 드러나며 생텍쥐페리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겪었다고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연유를 통해서 ‘장미’의 행성에 감도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우울과 고독, 독점욕, 작은 왕자가 ‘장미’에게 바치는 세심한 애정, 그리고 책임지고 ‘보호’해야 한다는 과대한 의무감 등. ‘장미’가 어머니로써의 상징되어진다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실제 생텍쥐페리가 어머니에게 일생에 걸쳐 보냈던 편지들을 살펴보면, 다음의 표현이 발견된다. “어머니가 원하신다면 결혼하죠.” “저의 둘도 없는 어머니,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생텍쥐페리가 평생 동안 얼마나 어머니에 고착되어 있는지를 아주 뚜렷하게 표현해준다. 이것으로써 작은 왕자의 분석에서 제안한 우리의 가설은 충분히 증명되고도 남는다. 온갖 그리움의 감정, 양가성의 감정, 여러 요구사항들과 죄의식을 다 포괄하는 분리되지 않는, 분리할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집착이 ‘장미’로 나타나며, 작은 왕자의 핵심적 비밀인 ‘장미’의 비밀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풀어야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5. 이카로스의 상징성

 

『장미와 이카로스의 비밀』 의 작가, 오이겐 드레버만은 책의 내용에서 두 가지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중점을 두어 서술하고 있다. 그것은 책의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장미의 비밀과 이카로스의 비밀이다. 장미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어머니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이카로스의 비밀 부분인데, 도무지 작가는 앞의 장미의 비밀을 일러주었을 때와는 너무 상반되게 직접적인 언급을 생략하고 있다. 장미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드레버만은 처음부터 독자로 하여금 답을 알고 천천히 쉽게 풀어 나갈 수 있게 배려한 반면, 이카로스의 비밀 부분에서는 이카로스에 관련된 어떠한 설명이 없이 단락을 끝내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발표 팀은 이카로스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부터 이해해야 했다. 또한 우리는 “작은 왕자” 그리고 이에 대한 드레버만의 해석 “장미와 이카로스의 비밀”의 내적 의미에 접근해야 했다.

 

이카로스는 ‘이카로스의 날개’ 라는 그리스 신화속의 이야기 등장인물이다. 이카로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크레타 섬에 갇혀 있었는데, 그곳을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다이달로스는 날개를 하늘을 날 수 있는 달개를 만들어 그것을 팔에 밀랍으로 부착시켰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하늘 위로 높이 날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하늘 위로 높이 날았다. 태양에 가까워지자, 이카로스의 날개에 붙은 밀랍이 녹아버렸다. 결국 이카로스는 바다에 빠져 죽게 된다.

 

이카로스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로 분수를 모르고 자만심을 드러내다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부정적인 인물이다. 둘째로 극단을 추구하는 예술가를 상징한다. 세 번째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자신의 갈망을 실천에 옮기는 이상주의자일 수 있다. 넷째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과학 기술자 내지 비행사일 수 있다. 그렇다면 생텍쥐페리와 이카로스의 관계가 어떠한가? 아직 잘 모르겠다면 이야기를 더 풀어나가며 여기서 어떤 힌트를 도출해내어야 할 것이다. 일단 이카로스와 생텍쥐페리 사이에는 비행이라는 공통성이 있다. 어쩌면 생텍쥐페리는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못했던 자신의 도전정신을 작은 왕자의 비행을 통하여 표현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작은 왕자는 문학 치료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도 있을까? 생텍쥐페리는 어머니에게 유아적 심리로 종속 되어있는 상태였다. 왜 그가 비행사가 되려고 했을까? 흔히 사람들은 창공을 날아다니는 비행사에 감탄하곤 한다. 어쩌면 생텍쥐페리는 ‘비행사’라는 역할로 뛰어나며 창공을 가로지르는 모험을 즐기는 사상가, 작가, 문명 비평가 등의 면모를 보인다. 그는 어머니로 대표되는 상징적 의미인 대지와 그 중력에서 환상적인 방법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유혹, 무한한 독립과 자유의 상상으로써 비행을 생각해내었던 것이다. 이는 어머니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행동이었는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비행사들의 비행을 찬탄하듯이 어머니 역시 자랑스러운 아들의 찬란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쩌면 바로 이러한 까닭에 생텍쥐페리는 작은 왕자를 별에서 다른 행성으로 비행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작가는 작은 왕자의 자유로운 우주 비행을 통해서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그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어 다시금 작은 왕자를 장미가 있는 작은 왕자의 별로 되돌리려고 시도한 것 같다. 이카로스의 날개는 한 인간이 종속된 곳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자유의 수단일 수 있다. 이카로스는 생텍쥐페리의 경우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전형이다. 비록 결말은 다를지라도 이카로스처럼 생텍쥐페리와 작은 왕자 또한 비행하며 장미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