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글

서로박: (1) 시험은 인성과 창의력을 망친다

필자 (匹子) 2024. 3. 4. 10:18

“카우보이 백인 남성의 물질적 욕망은 끝 간 데를 모른다“ (말론 브란도)

 

1. 대한민국은 시험 공화국이다.: 말보로를 피우며 광활한 땅에서 소 떼를 모는 카우보이는 미국 삶의 방식The American Way of Life을 대변하는 상징적 상입니다. 카우보이는 수십년 전부터 땅을 짓밟고, 여성을 억압하며, 결투를 당연하게 여기는 무한대의 경쟁의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이는 교육의 경쟁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문제는 교육의 평가를 오로지 시험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학교에 입학한 다음부터 우리는 시험과 부딪치게 됩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입학시험, 대학 수학능력시험, 운전면허 시험, 부동산 자격증 시험, 온갖 자격증 시험, 임용고시, 사법 고시, 행정고시 등을 생각해 보세요. 그렇기에 사람들은 시험을 하나의 필요악으로 간주하고, 시험의 합격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합니다.

 

수석 합격이 신문의 기삿거리가 되는 경우는 오로지 대한민국에서만 가능합니다. 미리 말씀드리건대 시험은 당락을 전제로 하고, 변별력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한 인간의 개별적 분야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시험은 어쩔 수 없는 필요악으로서 존속되어야 할까요?

 

2. 비판력, 논리력 그리고 창의력이 무시된다.: 중등 과정의 교육과 고등교육은 구분될 필요가 있습니다. 중등 교육이 암기력, 이해력 등을 중시한다면, 고등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창의력, 논리력 그리고 비판력입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취업 준비생들의 실제 능력과 잠재된 창의력을 테스트하지 않고, SKY대학 졸업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는 차제에 수정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취업 준비생들의 의지, 삶의 목적 그리고 자세이지, SKY 대학의 졸업장과 같은 “스펙”은 아닙니다.

 

한 가지를 예로 들겠습니다. 미셸 푸코는 법학보다도 더 중요한 분야가 철학, 역사 그리고 문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항상 법전을 끼고 다니면서 법 규정을 달달 외우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법학과 학생들은 법 규정을 암기하고 이를 적용하는 과업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법학과 학생들의 뇌 속에는 여러 가지 법적인 정보만 “입력”될 뿐, 자신의 비판의식을 계발할 수 있는 문제 제기 내지는 문제 해결의 능력이 자리하지 않게 됩니다. 실제로 법전만 달달 외우다가 검사가 된 젊은이가 어쩔 수 없이 죄를 지어야 하는 가난한 장 발장Jean Valjean의 고뇌를 어찌 단번에 헤아릴 수 있을까요?

 

3. 시험은 인간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가? 언젠가 김누리 교수는 경쟁교육과 능력 중심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수능 시험의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필자는 이에 대해 동감하면서도, 어떤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아쉽게 생각했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의 능력 최우선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시험을 통한 능력 평가라든가 SKY 대학생들의 능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실력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나, 모든 것을 능력 최우선주의에 따라 결정하는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쟁교육과 능력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능력이 과연 시험 제도에 의해서 올바르게 측정될 수 있는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입니다. 필자는 시험이 인간의 실력과 능력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시험 제도, 특히 객관식 시험 문제는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피교육자의 비판력과 창의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창의력은 인문 사회과학의 경우 글쓰기를 통해서 벼릴 수 있고, 자연과학의 경우 무엇보다도 콜럼버스의 달걀을 창안해내는 (에디슨의) 궁금증에서 발전됩니다. 따라서 가장 핵심적인 관건은 시험의 비중을 줄이고, 학생들이 창의력을 키우게 하고 문제 해결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을 찾는 일입니다.

 

4. 시험의 두 가지 기능 (1): 그렇다면 시험은 어째서 교육 평가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했을까요? 첫째로 시험은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한 평가의 방식입니다. 피교육자가 제대로 배웠는지를 파악하려 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게 바로 시험입니다. 교사는 시험 문항을 출제하고, 학생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작성한다. - 이것이 시험의 특징이자, 한계입니다. 다시 말해서 시험은 묻는 데 대한 대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초등학교 중간고사든 박사학위 시험이든 간에 수험생은 묻는 데 관해서 대답하면, 족합니다. 묻지 않는 데 대해서는 대답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교사의 관심 밖에 있는, 일견 여백과 같지만, 독창적인 지식은 불필요한 것일까요?

 

5. 시험의 두 가지 기능 (2): 시험은 자신이 가르친 바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한 방식으로서는 시험이 최선이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시험이 피교육자의 관심사 그리고 그들의 욕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서 시험은 학생이 스스로 추구하고 싶은 학문적 방향을 확인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음으로 양으로 방해합니다.

 

얼마나 많은 학생이 시험 치르기 전에 가슴 졸이며, 시험 치른 다음에 눈물을 흘리는가요? 시험 제도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동기 유발을 사전에 그리고 사후에 꺾어버리는 잔인한 교육적 수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부분 학생이 초등학교 생활을 즐겁게 회상하는 반면에, 중학교 이후의 시기를 자신의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게 여기는데, 그 이유는 시험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