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송경동의 시 (2): '사소한 물음에 답함'

필자 (匹子) 2023. 11. 8. 11:22

 

누구는 태어나고 싶어서 먹고 살기 힘든 빠듯한 가정에서 태어났을까요? 누구는 스스로 원해서 하청 노동자로서 밥 빌어먹고, 한 많은 이 땅에서 가진 것 없는 자로 살아가는가요? 누구는 좋은 부모 만나, 좋은 학벌 취득하여 판검사에 의사 그리고 높은 자리 모조리 차지하는데, 누구는 자청해서 대학도 안 가고, 소년원에 갔겠는가요?

 

왜, 대학 못 간 게 어때서요? 아니꼽고, 더러우며, 메스껍고 치사한 일감을 마다하지 않는 하청 노동자가 어때서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직업으로 그리고 학벌로 모든 것을 평가합니다. 모든 기준과 잣대를 동원하여 사람과 사람을 차별합니다. 그것도 모자라면, 초등학교 성적까지 뒤지는 게 이 땅의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대학물을 먹었다는 것을 내세우는 남자들과 허영심에 가득 찬 여자들 앞에서 송 시인은 외칩니다, 자신이 "노동자 출신"이라고.

 

다시 시를 세밀하게 읽습니다. 시는 두 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인은 15년 세월을 사이에 두고 유사한 질문과 마주칩니다. 어느 대학 출신이며 직업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겉으로 보기에는 어느 조직에 가담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과 분명히 다릅니다. 그러나 의향에 있어서는 동일한 질문입니다. 사람들은 시인이 어느 집단에 속해 있는가? 하고 궁금해 합니다. 그런데 시인의 정황은 약간 다릅니다. 15년 전에는 송 시인은 거의 무명이었고, 젊었습니다. 시인을 동지로 생각하는 “자칭 맑스주의자”는 자신의 조직에 끌어들이고 싶어 합니다. 그는 송 시인을 당원으로 받아들여서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시인이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 그리고 노동자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 바로 그는 시인에게 조국해방전선에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일갈합니다. 이때 시인은 예리하게 그의 본심을 파악합니다. 자칭 맑스주의자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자신의 정책에 활용해 먹으려는 기회주의적 당원 내지 집단 이기주의자 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시인은 그의 태도에서 몸 따로 놀고, 생각 따로 노는 젊름발이 행동주의자의 치기를 발견합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시인은 그러한 ”영광과 함께하지 않습니다.

 

15년 후에 송시인은 사람들의 편견과 자주 조우합니다. 그것은 어떠한 단체에 가담해 있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시인은 이제 왕년의 햇병아리 젊은이가 아닙니다. 그동안 가난한 자 배우지 못한 자의 편에 서서 지속적으로 저항 운동에 참여해 왔습니다. 시간이 나면 실천할 수 없는 자신의 사고를 시 속에 반영해 왔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묻습니다. 어느 단체를 위해서 일하는가? 어느 그룹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는가? 하고 자꾸 질문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은 시인에게는 그야 말로 "사소한 질문"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는 오로지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오로지 자신의 친구를 위해서, 오로지 어떤 그룹을 위해서 모든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의 희생하며 살아온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숨김없이 대답합니다. 그는 특정 단체에 이리저리 조종당하지 않는다고. 그를 선동하는 것은 오로지 ”, “바다 물결”, “꽃잎 그리고푸르른 나무라고. 그를 조종하는 것은 오로지 이리저리 움직이는 바람이라고, 이러한 표현에서 우리는 자연 그리고 자연스러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생명체인 식물이 바로 시인의 마음과 판단을 경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이태백처럼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음풍농월을 즐길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주위에는 힘들게 살아가는 생명들이 즐비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힘들게 살아가는 생명들은 비천한 중음신 인간들을 가리킵니다. 산업 재해로 인하여 “무너진 담벼락” 아래에 쓰러져 있는 노동자 한 사람을 생각해 보세요. 자본주의의 좌판”에서 이리저리 이용당하거나 신발 닳도록 뛰어다니다가 이 잘린 비정규직 사원을 생각해 보세요. 찢어지는 가난으로 결국에는 자궁속의 아메바를 낙태시켜야 하는 공장의 아가씨를 생각해 보세요.

 

시인은 답답한 마음을 달랠 수 없어서, 저녁노을에 어느 강물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래 시인의 은사는 "강물", 바로 그것입니다. 시인을 이리저리 조종하고, 설득하며, 선동하는 무엇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의 몹쓸 파문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없이 흐르는 강물입니다. 왜냐하면 시인에게 비천한 인간의 모든 말을 전해주는 것은 바로 강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