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독일 영화

서로박: 크라카우어의 영화 이론

필자 (匹子) 2023. 10. 31. 16:08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S. Kracauer, 1889 - 1966)의 "영화의 이론. 물리적 현실의 구조 (Theory of Film. The Redemption of Physical Reality)"는 1960년 뉴욕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그의 영화 이론은 이상주의적 미학 및 형식주의적 미학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크라카우어는 필름을 (어떤 가시적인, 물질적으로 구체화된 관련성을 밝히는) 매개체로 규정한다. 이러한 “물질적” 영화 이론은 20세기 영화 비판 및 영화에 관한 수많은 에세이 등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인데, 그의 글들은 "영화관(1974)", "대중의 장식품"(1963) 등의 책에 수록되어 있다.

 

크라카우어는 시대의 스쳐 지나가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왜곡되지 않은 표면적 현상을 포착하려 한다. 그리하여 그는 어느 시대의 역사적 과정 속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장소를 해명하려고 한다. 여기서 철학적 추상적 카테고리는 거부될 수밖에 없다. 왜냐면 그것은 어떤 개념적으로 미리 표현된 지식 속에다 객체를 종속시키기 때문이다.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야 말로 인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유일한 토대라고 한다.

 

 

Siegfried Kracauer (1889 - 1966)

 

크라카우어는 초기 저작에서 현상학과 역사철학적인 성찰을 결합시키고 있는데, 이는 영화 이론의 출발인 동시에 전망이기도 하다. [에세이와 비평문에서 사용되는] 서술 방식과는 달리 그의 "영화의 이론"은 하나의 규범적 미학을 상정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역사를 [20세기에 이르러 위기의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서] 끔찍한 환각에서 깨어나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신앙 대신에 들어선 것은 -크라카우어에 의하면- 기술주의적 진보에 대한 맹신이자 실증주의적 낙관주의이다. 소외된 현대인은 사물로 되돌아감으로써 스스로 이용당하지 않은 존재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미적 인지 내지는 경험을 현실의 물질적 측면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영화의 사회적 기능은 “외부 현실의 구원에 있다고 한다.

 

크라카우어는 물질주의로 방향 설정한 매개체로서의 영화를 전통 예술로부터 구분시킨다. 전통 예술은 현실 자체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하나의 이념을 모사한 것이라고 한다. 크라카우어는 이념에 대한 이러한 모사 행위를 “반동적”이라고 규정한다. 왜냐하면 전통 예술은 전체적인 무엇을 상징화시키고 있으며, 이데올로기의 존속성을 확정시키기 때문이다. 크라카우어에 의하면 오로지 사진과 영화만이 하나의 실질적 존재를 밝힐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영화나 사진은 “원래의 소재”를 소모시키는 대신에, 이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한다.

 

비록 크라카우어가 “형식부여”와 “리얼리즘” 사이의 변증법적 종합을 중시하지만, 그의 예술적 시금석은 아무래도 리얼리즘 쪽에 의존하고 있다. 영화는 이른바 기록적 진행 방식을 선호하고, “왜곡되지 않은 현실을 가장 결연하게 추구한다”고 한다. 영화의 특성은 [우연한 것, 일상 삶에 대한 일시적 순간, (개방된 표현 형태로서의) 무한성 등에 대한 매개체의 유사성 외에도] 원래의 자료를 광범하게 아무런 선입견 없이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써 영화는 불확정적인 것을 가까이 드러내 보인다.

 

크라카우어는 베르그송의 삶의 철학을 관련시키면서, 영화가 영속성, 혹은 카메라 현실에 대한 실제적 차원이 되는 삶의 “흐름”과 미적으로 일치한다고 믿는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움직임이다. 따라서 영화는 -사진과는 달리- “가능성의 끊임없는 흐름”과 의미를 전개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이라고 한다.

 

크라카우어는 영화와 장편 소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두 가지 장르는 한결같이 삶의 영속성을 표현하려고 한다. 그러나 소설은 -영화와는 달리- 하나의 개방된 현실을 어떤 폐쇄된 우주적 공간에 의해 대치시키려고 한다. 그는 영화의 모범이 되는 현대 소설가로서 제임스 조이스와 버지니아 울프를 들고 있다. 왜냐하면 이 작가들은 장소와 시간의 총체성 그리고 전통 소설의 의미 내재적 구조를 파괴시켰기 때문이다.

 

비록 크라카우어의 규범적 논의가 나중에 비판당했지만, 영화와 문학에 대한 상관관계 및 미적 경험의 모델로서의 영화 이론은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비록 오늘날 그의 미적 시금석 가운데 모더니즘의 맥락속에서 특히 역사적 차원이 강조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