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임의 반가사유 1

필자 (匹子) 2023. 10. 3. 09:27

 

임의 반가사유 1

박설호

 

십 년 자고 일어나니

창밖에는 눈포단

 

소복 걸친 임은 나를

안아줄까 돌아설까

 

"네 곁에 잠자는데도

이름마저 잊었니?"

 

 

 

반가 사유는 보조의자에 걸터 앉아 무언가 생각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반가 사유는 골똘히 무언가를 떠올리는 혜윰입니다. 이에 비해 반가사유상은 모습입니다. 흔히 편안한 마음으로 앉아 있는 보살의 상을 지칭합니다. 사람들은 대자대비( 大慈大) 의 마음을 불상에 담아 그것을 표현했습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Le Penseur 역시 반가사유의 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1880년 로댕은 프랑스 국가의 후원으로 단테 알리기리의  『신곡 Divina Commedia 』에 나오는 지옥문을 조각품으로 완성할 요량이었습니다. 그러나 작품은 끝내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예술 작품은 지고의 희열을 반영할 수 있지만, 극도의 고통을 표현한다는 데 어려움을 느꼈던 것입니다.

 

예술가들은 대체로 베짱이처럼 생업에 종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로댕은 이와는 달랐습니다. 인고( 忍 )의 개미가 바로 그였습니다. 예술 작업은 처절한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 만큼은 광인을 방불케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술 작품 제작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철저히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카미유 클로델이 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로댕은 지고의 고통을 고통스럽게 이어나가는 작업에 신명을 느끼지 못했지요.

 

대신에 로댕은 자청해서 지옥에 살아가는 몇몇 인간의 형상을 빚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 」의 모델은 프랑스의 권투 및 레슬링 선수인 장 보 (Jean Baud)였습니다. 그의 꿈틀거리는 근육은 마치 지옥과 같은 현세에서 행해야 하는 인간의 힘든 노동을 떠올리게 합니다. 조각가에게 꿈틀거리는 근육이 힘든 삶의 징표였다고 하니, 오늘날의 운동 선수들이 무척 오해할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