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수많은 설명 대신에 몇 가지 질문이 효과적일 때가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김서경, 김운성 화백의 위대한 작품 "소녀상. 빈의자에 새긴 약속"입니다. 소녀상에 관해서 일방적으로 서술하는 대신에 질문을 던지도록 하겠습니다.
1. 소녀에게는 어째서 표정이 없을까요? 왜 화가는 소녀에게서 눈물과 오열 그리고 회한 등을 생략했을까요?
(힌트: 동체대비란 중생을 바라보는 보살의 측은지심을 가리킵니다. 눈물, 오열, 후회, 진정한 참회는 그미의 몫이 아니라, (잠재적) 가해자의 몫일 것입니다.)
2. 소녀의 뺨은 너무나 붉습니다. 어째서 화가는 그미의 뺨을 붉게 그려놓았을까요?
(힌트: 청춘의 열정, 부끄러움, 회한의 눈물, 그밖에 무엇이 있을까요?)
2. 소녀는 주황색 저고리와 까만 치마를 입고 있습니다. 주확색과 검정색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힌트: 몸과 마음 사이의 이율배반, 모든 여성의 저고리 속에는 젖가슴이 있습니다. 모든 여성의 치마 속에는 자궁이 있습니다. 소녀의 가슴은 주황색으로 빛나지만, 소녀의 앞섶은 검은 빛을 띄고 있습니다.)
3. 어째서 화가는 소녀의 어께 위에 새 한 마리 배치해 놓았을까요? 새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힌트: 고대 그리스인들은 죽은 뒤에 자신의 영혼ψυχή 이 나비처럼 날아간다고 믿었습니다.)
4. 소녀는 살며시 주먹을 꼭 쥐고 있습니다. 이는 어떠한 자세를 가리킬까요?
(힌트: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참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주먹을 쥡니다. 그게 차제에 어떠한 저항적인 폭력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5. 소녀는 신발을 벗고, 발 뒤꿈치를 살짝 들고 있습니다. 어째서 발을 딛지 못하는 것일까요? 언제 사람들은 신발을 벗을까요?
(힌트: 노무현 대통령은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리기 전에 신발을 벗었습니다, 엠페도클레스 역시 에트나 산 아래로 뛰어내릴 때 신발을 벗어두었습니다.)
6. 소녀는 빈 의자에 어떠한 약속을 새겨 놓았을까요?
(힌트: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의에 의해서 남자를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그를 사랑해야 합니다. 이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겁탈당한 소녀는 더 이상 누군가를 자발적으로 사랑할 수 없습니다. 설령 이성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사랑의 감정,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습니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그미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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