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Bloch 흔적들

블로흐: 올리브 먹는 법

필자 (匹子) 2021. 7. 29. 09:51

독특하고 기이한 음식은 찬탄을 받거나, 조소의 대상이 된다. 이는 올리브 식사에 관한 고대 중국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이야기는 그야말로 지엽적이고 섬세한 미각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우리는 어떤 기괴함을 느낄 정도이다. 그것은 아주 맛깔스러운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그 자체 커다란 의미를 남기지는 못한다. 입안에서 느끼게 되는 순간적 음식 맛은 그 자체 지엽적인 것이지만, 그래도 식객이 자신의 혀 위에서 꿈틀거리는 물컹한 무엇을 느끼게 되면, 최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는 있을지 모른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올리브 식사에 관한 것인데, 아주 오래 전에 중국에서 실제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특별한 사람들은 어느 날 올리브 음식을 맛보게 되었다. 중국의 젊은 작가들은 일 년에 두 번씩 도시 난징에 있는 식당에 모이곤 했는데, 그날따라 올리브 요리를 조리해서 먹기로 했다. 그들 각자에게 주어진 것은 불과 세 개의 올리브였다. 그렇지만 세 개의 올리브는 자신의 고유한 요리 솜씨를 발휘하여 사전에 멋지게 조리되어야 했다. 요리의 과정은 참으로 기발한 것이었다. 맨 처음에 그들은 몇몇 날짐승과 가축들을 우선 다듬어 놓았다.

 

뒤이어 한 개의 올리브를 검은 쥐빠귀의 뱃속에 넣고 실로 묶었다. 이것을 다시 메추라기의 뱃속에 넣었다. 메추라기는 다시 오리의 뱃속에, 오리는 다시 거위의 뱃속에, 거위는 다시 칠면조의 뱃속에, 칠면조는 다시 새끼돼지의 뱃속에, 새끼돼지는 다시 숫양의 뱃속에, 숫양은 다시 송아지의 뱃속에, 송아지는 다시 황소의 뱃속에 차곡차곡 재워 넣었다. 젊은 작가들은 황소 고기의 한 가운데를 거대한 창으로 뚫어서 약한 불에 빙빙 돌려가면서 고기를 사방으로 굽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 사람들은 황소 고기를 벗겼다. 황소 고기 다음에는 송아지 고기가, 송아지 고기 다음에는 양고기가, 양고기 다음에는 돼지고기가, 돼지고기 다음에는 칠면조 고기가, 칠면조 고기 다음에는 거위 고기가, 거위 고기 다음에는 오리고기가, 오리고기 다음에는 메추라기 고기가, 메추라기 고기 다음에는 지빠귀 고기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지빠귀 고기에서 올리브 한 알을 꺼내어, 다른 두 알의 올리브와 함께 나란히 식탁에 올려놓았다. 올리브 두 알은 이미 또 다른 까다로운 방식으로 조리되어 있었다.

 

드디어 식사 시간이 다가왔다. 젊은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은 말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떤 상념에 침잠해 있던 그는 천천히 자신의 혀와 입천장을 활용하여, 자신의 요리를 짓이기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식탁 커버를 응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일갈하는 게 아닌가? “내가 무슨 오류를 범했는지 도저히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올리브에 붙어 있던 칠면조는 결코 싱싱한 게 아니었어요.

그의 발언은 일순간 식사시간의 침묵을 깨뜨렸다. 그럼에도 식탁에 둘러 앉아 있던 친구들은 그의 혀끝의 감각이 너무나 놀랍다고 칭송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그 작가의 혀끝은 올리브 향을 돋우기 위해 활용되던 여러 고기들 한가운데 위치하던 칠면조의 육즙의 맛을 예리하게 도출해해내었기 때문이었다. 칠면조 고기는 올리브와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었다. 말하자면 올리브 가까이 있던 메추라기 고기가 있었고, 그야말로 막강한 황소 고기도 있었지만, 그는 여러 가지 고기 가운데 칠면조 육즙의 맛을 예리하게 찾아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고대 중국에서 유래하는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이것은 올리브 그리고 놀이터에 관해 관심을 지닌 분들에게는 약간의 흥미를 돋울 수 있으리라고 여겨진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 최소한 중요한 무엇이 존재한다. 그것은 다름 이니라 맛없는 칠면조 요리, 천하다고 알려진 청어 요리라도 아귀아귀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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