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에서의 “위대함”은 이런 식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은폐되어 있고, 세인의 눈에 띄지 않는다. 다음의 하시디즘의 이야기는 한 인간에 관한 것이며, 어떠한 소란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그것은 하루만의 깨달음 이상의 의미를 전해주는 이야기이다. 벨츠 출신의 랍비 라파엘은 어떤 기이한 체험을 통하여 한 인간이 얼마나 놀라운 가능성과 잠재적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언젠가 랍비 라파엘은 꿈을 꾸었는데, 천사가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때 랍비는 천사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죽은 뒤에 나는 저세상에서 누구 곁에서 앉아 있을까요?” 이때 천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대는 저세상에서 우츠 출신의 치자크 라이프라는 사람과 함께 있을 걸세.” 당시에 랍비 라파엘은 깊은 신앙심을 지닌 채 사람들에게 비밀스러운 신학적 지식을 전파했는데, 이로 인하여 그는 폴란드와 이스라엘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져 있었다. “내가 죽은 뒤에 저세상에서 누구를 벗 삼고 있을까?” 치자크 라이프라고? 한 번도 듣지 못한 이름이었다.
다음날 아침 자신의 짐을 챙긴 다음 우츠로 향해 길을 떠났다. 그가 도시에 도착했을 때는 금요일 오후였다. 도착 직후에 랍비 라파엘은 유대인 공동체의 대표에게 자신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공동체 대표는 존경심을 표시하면서 그를 맞이했으나, 치자크 라이프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치자크 라이프의 신원 그리고 거주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늙은이와 젊은이를 가리지 않고 수소문했으나, 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랍비는 크게 실망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챙겼다. 바로 이때 그를 안다는 사내가 나타났다. 우츠의 외곽에 있는 성벽 근처에 한 사람이 살고 있는데, 여행을 자주하고, 사람들과 거의 어울리지 않는 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이름이 치자크 라이프라고 했다.
랍비는 안내인을 고용하여 우츠의 성벽 근처로 향했다. 당시 우츠는 작은 마을에 불과했고, 대부분 집들은 목재로 만들어져 있었다. 집을 제대로 찾았을 때에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안식일에 동네 사람들은 축제를 벌이고 있었는데, 존경하는 랍비에게 경배의 인사를 올렸다. 랍비 라파엘은 이에 몹시 기뻐하였다. 그렇지만 정작 자신이 찾던 치자크 라이프는 출타 중이었다. 길에서 어느 나이든 여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 다음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니, 안식일에 노동하다니, 나 원.” 랍비는 나이든 여자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렇다면 집에서 그를 기다리기로 할게요.”
랍비는 방에 앉아서 자신의 꿈을 곰곰이 생각했다. 치자크 라이프가 사용한 것 같은 초라한 그릇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 순간 랍비 엘리저의 말이 떠올랐다. “인간을 구원하는 것보다 먹여 살리는 게 더 어렵다.” 이때 랍비 라파엘은 안식일을 맞이했을 때, 어떻게 저세상에서 만난 동료와 축제를 벌어야 할지를 숙고했다. 뒤이어 성서에 언급되고 있는 기드온의 양털 한 뭉치, 예언자 엘리야가 만난 과부의 큰 항아리와 작은 항아리 그리고 다윗 그리고 조나탄 등이 차례로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드디어 치자크 라이프가 집으로 들어섰다. 약간 나이든 사내였는데, 그의 옷차림은 지저분했고, 거나하게 술에 취한 것 같았다. 사내는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바라보자마자, 의심스럽게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이 물었다. “누구신지? 혹시 나와 거래할만한 물건이 있소?” 이에 대해 랍비는 우물쭈물하면서 말했다. “아니, 치자크 라이프씨, 내가 당신을 방문한 까닭은...” 그는 순간적으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치자크 라이프가 기도를 생략하고 그냥 무언가를 쩝쩝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치자크 라이프씨, 당신은 식사하기 전에 성호 한 번 그리지 않는군요.” 가련한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지금까지 기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얼버무렸다. 그래서 랍비는 그를 위해 기도문을 들려주었다.
치자크 라이프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손님에게 함께 먹자고 권하지도 않았다. 혼자 꾸역꾸역 먹으면서,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사업의 여러 가지 유형을 열거하고 사업 계획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랍비는 자신의 제안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이에 대해 몹시 화가 난 장사꾼은 자신의 손님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그를 집밖으로 내쫓았다. 랍비 라파엘은 다시 혼자 멍하니 거리에 서 있어야 했다. 안식일을 그냥 헛되이 보낸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기만 했다. “날더러 저세상에서 저따위 비렁뱅이와 함께 거주하라니요? 주님, 진실로 말씀드리건대 당신은 참으로 기이한 착상을 지니고 계시는군요.” 랍비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한 남자가 랍비를 발견했을 때는 이튿날 낮이었다. 랍비 라파엘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숙소로 향하는 길을 물었다. 숙소에서 그는 자신의 동자에게 짐을 꾸려서 고향인 벨츠로 되돌아가라고 명령했다. 랍비 라파엘은 지금까지 누리던 모든 권한 그리고 품위를 저버리고, 금욕과 기도로 삶을 보내려고 결심한다. 그렇게 해야 신이 노여움을 풀고 자신의 죄를 사할 것 같았다. 마차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 동안 억세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차가 강가에 당도했을 때, 다리는 어느새 강한 범람으로 인하여 파괴될 것 같았다. 마차는 물에 반쯤 잠겨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마차는 천신만고 끝에 강을 건널 것처럼 보였다. 바로 이때 강 건너편에서 커다란 소음이 들려왔다. 치차크 라이프가 다리 위로 뛰어들어서 무언가 외치고 있었다. 이때 랍비는 다음과 같이 큰소리로 말했다. “강을 건널 수 없어요. 다리가 끊어졌어요.”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치자크 라이프는 자신의 장삼을 물 위로 던져서 그것을 타고 반대 편 강가로 건너오는 게 아닌가? “당신의 기도가 내 마음에 들었어요.” 하고 치차크 라이프는 말을 이었다. “옛날에 아버지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지요. 한번만 더 들려줄 수 없는지요? 기억력이 신통치 않아, 문장을 새겨들을 수 없어서 그럽니다.” “치자크 라이프”, 하고 라파엘 랍비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이었다.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나에게 당신의 축복을 내리소서!” 치자크 라이프는 고개를 흔들더니,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랍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자신이 성자인지 모르는 성자, 치자크 라이프는 장삼을 던진 다음 그것을 타고 강 건너편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랍비 라파엘은 커다란 위안을 얻은 듯이 성스러운 도시 벨츠로 향해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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