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출신의 작가 자샤 스타니치 (1978 - )는 소설 "출생Die Herkunft"으로 2019년 독일 서적 상 Der deutsche Buchpreis을 수상하였다. 비록 독일인은 아니지만, 독일어로 작품을 집필 발표했으니, 독일 작가로 인정받은 셈이다. 작품의 주제는 무엇보다도 고향이다. 고향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뿌리를 내린 곳일 수도 있다. 스타니치에게는 고향은 헤르츠 체고비나도 아니고, 그렇다고 독일도 아니다. 그것은 그의 뇌리 속에 자리하는 살고 싶은 장소를 가리킨다. 소설을 읽어보면, 낯선 나라를 고향으로 삼으며 살아야 하는 이방인의 애환 그리고 그들의 사랑과 우정 등을 접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작품이 그렇게 큰 문학상을 받을 만큼 우수한 것일까? 약간의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난민 문제 그리고 갈등으로 치닫는 분위기를 쇄신시키기 위해서라도 문학상 선정 위원회는 스타니치의 작품을 채택할만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작품은 다른 국적을 지닌 한 인간의 낯선 삶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페터 한트케가 2019년 노벨 문학상을 받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이청준, 황석영, 김원일, 조세희 등의 작품이 영어, 불어, 혹은 독일어로 집필되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것이다. 한트케의 문학은 이들에 비하면 문학적 치열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트케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로서 작품 "관객 모독 Publikumsbeschimpfung"이라는 작품으로 1968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47 그룹을 비판하며,현실 참여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학생 운동이란 페터 한트케에게는 무의미한 활동에 불과했다. 대신에 비트겐슈타인 식으로 인간의 언어가 마구잡이로 활용된다고 지적하였다. 페터 한트케는 언어의 의미 그리고 언어 유희를 시험하는 작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마치 비트겐슈타인이 두 권의 철학서적을 집필한 다음에 초등학교 선생으로 살면서 칩거했듯이, 낯선 인간을 싫어하는 깍두기, 한트케는 프랑스 파리에서 두 명의 여배우와 조용히 숨어 살았다. 한국의 성도덕을 고려하면 이 역시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스타니치는 수상 소감에서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 (1942 - )의 정치적 발언을 안타깝게 여겼다. 한트케는 1990년대 유고 전쟁 당시에 인종 학살자, 슬로보단 밀로세비치를 무작정 두둔한 바 있다. 체코,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엔-헤르츠체고비나, 세르비아 등의 현실적 상황, 고초를 겪었던 여성들과 아이들의 고난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그저 추상적으로 세르비아의 독재자를 열렬히 옹호했던 것이다. 목표가 고결하다고 해서, 그가 저지른 수단으로서의 행위 모두가 용납될 수 있는가? (밀로세비치는 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스레브레니카 지역에서 8000명의 인간을 학살하도록 명령한 바 있다. 밀로세비치의 인종 학살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그만큼 한트케는 어처구니 없는 정치적 식견을 드러낼 뿐 아니라, 그의 판단에도 의혹의 여지가 많다. 여기서 우리는 "문학은 냉소적이지 말아야 하고, 거짓되지 말아야 하며, 독자를 거짓으로 매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스타니치의 발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스타니치는 한트케보다 36년 나이 어린 작가이다. 그는 유고 전쟁 당시에 고초를 겪다가,14세 때 보스니아를 탈출하여, 독일로 입국하였다. 수상식에서 스타니치는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에 알려진 한트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유감을 은근히 드러내었다. 만약 한트케가 자신이 겪었던 유년 시절의 고난을 조금이라도 숙고했다면, 그런 정치적 망발을 마구잡이로 늘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가란 원래 글쟁이들이다. 그들 가운데 거짓을 말하고, 문학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독자를 우롱하는 자들은 의외로 많다. 사탕 발린 작품으로 베스트 셀러를 만들어내어 돈방석에 앉는 작가들은 국외에도 부지기수이다. 설마 노벨 문학상이 이러한 일에 일조하고 있다니,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시간이 허락하면 소설 나부랭이나 끄적거려야지 하는 일말의 욕구마저 사라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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