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날 성 소수자는 혁명의 칼자루를 거머쥘 수밖에 없다.: 일단 작가의 발언을 경청하기로 합시다. “동성애 남자들은 이성애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에게 적대적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대부분 이성애 남자들은 마치 경찰관처럼, 마치 여성을 윽박지르는 진상처럼 행동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오늘날 여성들은 -어느 나라, 어느 계급 그리고 어떤 문화권에 살든 간에- 심리적 불행을 맛보고, 주어진 처지에서 좌절하며, 많은 남자 (아버지, 남편, 애인 등)에 의해서 경멸당하고, 무기력 증세에 빠져들곤 한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이성애 남자들의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폭압 때문이다. (...)
물론 사회는 레즈비언들에게 관대함을 베푸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그저 더러움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반응으로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경멸의 표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세상에는 레즈비언의 애틋한 사랑은 없다고 한다.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외설적인 동성애뿐이라고 한다. 바로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비난이야 말로 여성들이 동성애 남자들과 합심하여 혁명의 주도 세력이 되어야 하는 근본적 이유일 것이다.”
2. 에코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프랑스의 작가, 프랑스와 드봉: 작가, 프랑스와 드봉 (Françoise d’Eaubonne, 1920 - 2005)의 삶을 속속들이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아마도 작가가 성소수자로서의 사적인 삶을 공개하기 꺼렸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드봉은 1920년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미의 아버지는 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독가스에 중독되었는데,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하였습니다. 아버지의 불행 그리고 병간호는 유년의 깊은 상흔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드봉은 심리적으로 매우 강건하였고, 강인한 의지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불과 16세의 나이에 에스파냐 내전에 참전한 것은 이를 반증합니다. 귀국 후에 드봉은 파리에서 전투적 페미니스트의 길을 걷습니다. 그미는 창작 외에도 정치적 연대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습니다. 1971년에는 “혁명적 동성연애자 전선 (FHAR)”이라는 단체를 결성하여 열성적으로 활동합니다. 프랑스와 드봉은 “하루 한줄 글 쓰지 않는 날은 없다.”를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습니다. 2005년에 사망했을 때 그미의 서랍에서는 많은 유고 작품이 발견되었는데, 소설만 하더라도 50편이 넘을 정도였습니다.
3. 에코페미니즘 계열의 사이언스 픽션: 드봉의 소설, 『편도 혹성Le Satellite de l'Amande』은 1975년 파리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이 책은 1978년에 독일어로 번역되어 “편도 혹성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라인벡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필자는 독일어판을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하겠습니다. 소설의 시점은 미래의 어느 순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수십 명으로 구성된 여성 그룹은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혹성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우주선에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핵무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이는 낭성들과의 전투를 위한 도구입니다. 말하자면 여성들은 남성들과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 끝에, 인터스텔라의 여행을 계속하게 된 것입니다. 탐험 대장은 평의회에 보고하기 위해서 탐험의 보고서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세계정세 그리고 지금까지 탐험의 결실 등이 서술되고 있습니다.
4. 남성과의 전쟁을 선포한 세계 정부: 문제는 엄격하게 계층화된 세계 정부의 구도에 있습니다. 정부는 고도의 기술을 활용하여 첨단 무기를 개발하여 이 세상에서 모든 남자들을 사라지게 하였습니다. 소설 내의 현재 상황은 과거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로 수시로 차단됩니다. 과거에 전투적 여성들은 바티칸을 정복하였습니다. 남성 중심의 모든 질서의 토대를 구성하는 게 기독교 종교인데, 이 가운데 로마 교황청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누구보다도 교황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중요한 과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교황을 처형하기 전에 여성들끼리의 결혼식을 성대한 범위에서 거행하려고 합니다. “언제 아담의 마지막 아들을 처형할까?” “그의 애인의 내장으로 목을 칭칭 감아 살해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고 갑론을박합니다. 결혼식을 올리려는 여성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바티칸 성당의 제단으로 향합니다. 등장인물, 카를로타는 이들과 합류하여, 놀라운 해프닝을 연출합니다. 교황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엄청난 두려움을 느낀 채 여성들의 한 가운데 쭈그리고 있습니다. 다른 등장인물, 말리비나는 마치 원숭이처럼 다리로 교황의 목을 감은 채 그의 귀를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교황은 죽음 직전에 고통의 비명을 지르면서, 아멘을 연발합니다.
5. 핍박당하던 여성 문화가 복원되다.: 드봉의 작품은 모니크 위티그Monique Wittig의 페미니즘 계열의 소설, 『전투하는 여성들Les Guérillères』(1969)과 유형적으로 흡사합니다. 여성 폭동 이전의 시대는 암담하고 암울한 시대로 명명되었습니다. 작품 속에는 여성 역사가들이 이에 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들이 무지몽매함을 강요당하던 과거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여성들은 인류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모든 남성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토로합니다.
그들은 모성, 다시 말해서 어머니의 특성을 완강하게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모성은 남성 사회의 이데올로기로서 정착된 것으로서, 지아비에게 복종하며,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인위적 갈망의 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병행하여 그들은 남성들이 그동안 파괴하고 생태계를 복원시키고, 왜곡된 언어 체계 또한 바로 잡았습니다. 여성들의 완전한 문화 혁명은 평화를 지향하고 생명체의 살림에 기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여성의 지식, 여성의 관습 그리고 여성의 문화는 좌시되었는데, 서서히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
6. 변화된 언어 체계: 가부장주의 시대는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시켜버렸습니다.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를 위해서 자원은 끔찍한 범위로 착취되고, 상품은 대량으로 생산되며, 자연 속의 나무들은 모조리 남획되어 왔던 것입니다. 가부장주의의 삶에서 통용되는 갈등과 경쟁의 법칙은 결국에 이르면 국가 사이의 전쟁으로 치닫게 됩니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씨 뿌리는 자들 (남성들 - 역주)은 지금까지 지구를 완전히 질식시켜 왔다. 우리가 폭동을 일으켰을 때 남성들의 산업 체제는 전 세계를 오염시켰다. 바다는 거의 사멸 직전에 처해 있다. 남자들이 저지른 끔찍한 과오는 북극의 빙하, 심지어는 독수리 둥지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그대는 아는가? 만약 우리가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지 않았더라면, 핵발전소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을지 말이다.” (d'Eaubonne: 237). 이와 관련하여 과거 사용되던 어휘 역시 의미 변화를 이룹니다.
7. 종족 번식, 혹은 새로운 인간의 탄생: 세계 정부에 속해 있는 여성들은 이성애적 성관계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남성들은 지금까지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성도착적인 방식의 실험을 계속하였습니다. 과거의 암흑시대에는 남자들은 인공 수정을 위해 여성들을 대리모로 활용하는 등의 파렴치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여성들은 결혼 내적으로 혹은 결혼 외적으로“아이 낳는 기계”라는 신분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과거의 암흑시대가 사라진 다음에 여성들은 생화학적 “처녀 생식Partheno- genesis”의 방식으로 종족 번식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로써 남자들은 자식 출산의 과정에 전혀 쓸모없는 존재로 판명되고 맙니다. 아니나 다를까, 새롭게 건립된 세계 정부에는 한 명의 남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여성들은 “인궁 자궁을 통한 출산Ektogenese”이라는 놀라운 생물학적 의학적 기술을 발명하게 됩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인간은 발전된 과학 기술의 도움으로 최상의 영양을 공급받게 됩니다. 여성의 국가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인간은 75세의 나이에 비로소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인간의 수명이 평균 150 세로 정해져야 가능한 수치입니다.
8. 작품의 한계: 이 세상의 문학 작품 치고 하자를 지니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드봉의 작품 역시 한 가지 문제점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중앙집권적 모권 사회가 세부적으로 어떠한 물질적 토대에 근거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과 관련됩니다. 다시 말해 작가는 새로운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시스템에 관해서 자세하게 서술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드봉의 문학적 구상은 고전적 유토피아 모델의 전통으로부터 동떨어져 있습니다. 작품은 가부장의 남성 사회를 문제 삼으면서, 이러한 수직적 계층 구도가 파괴되는 변화의 과정을 세부적으로 서술했지만, 정작 새로운 사회의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의 구도 내지는 시스템에 관한 언급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9. 성의 문제, 그것은 인간 삶의 문제이다.: 실제로 작품은 남성 사회의 경쟁, 폭력 그리고 자연 파괴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이를 위해서 새로운 여성 운동으로서의 아마존 여성들의 격렬한 전투성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저항이 처절하고 치열할수록, 작품은 다음과 같은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즉 파시즘의 폭력을 미화한다는 의혹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비판은 소설 전체의 주제를 고려할 때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면 이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의 사항일 인지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성은 지엽적이고 사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기껏해야 침실에서 행해지는 짓거리로 정치와 무관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성을 거부하거나 성에 관해 함구하는 종교인들 그리고 대부분 사람을 생각해 보라. 그러나 성은 언젠가는 복수를 감행할 것이다. 성 문제로 인간 수많은 수치스러운 사건들은 종교인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그들의 내부를 갉아먹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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