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동구러문헌

서로박: 나보코브의 아다, 혹은 열정 (3)

필자 (匹子) 2021. 1. 29. 13:47

13. 50세의 나이에 이루어진 재회 그리고 말년의 삶: 이별은 무려 12년이 지속됩니다. 주위 사람들은 반에게 결혼을 권했으나, 반은 독신으로서의 삶을 고수합니다. 어머니 그리고 사촌 동생 루신다의 죽음이 자신으로 하여금 평범하게 살 수 없도록 은밀한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반과 아다는 상대방을 잊지 못합니다. 아다는 남편을 정성스럽게 간호하다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착한 아내라는 평판을 듣습니다. 결국 안드레이 빈클란더는 유명을 달리합니다.

 

1922년 겨울에 아다는 반을 만나기 위해서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로 향합니다. 그들은 오랜 이별 끝에 나이 50이 훌쩍 넘어 함께 살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주위의 어떠한 방해 없이 살아갑니다. 번잡스러운 결혼식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두 사람은 40년 동안 함께 살아갑니다. 1967년에 이르러 반은 97세가 되었는데, 이때 자신의 회고록을 탈고하게 됩니다. 이 무렵 그의 몸속으로 파고든 암세포의 공격을 받으면서 반은 아다와 함께 안락사를 선택합니다. 죽은 뒤 묘지에는 자신의 회고록을 넣어달라는 말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14. 소설의 구조: 일견 작품은 인습적인 연애 소설의 인상을 품깁니다. 줄거리를 고려하면 우리는 마치 슈티프터의 소설 늦은 여름을 연상하게 됩니다. 세밀하게 읽어보면 우리는 소설이 정교한 순서에 의해서 직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평소에 체스를 즐기고 나비를 채집하는 작가, 나보코브는 소설적 내용을 세련된 언어로써 직조하였습니다. 특히 여러 시간적 구분은 우리를 놀라게 할 정도로 체스 게임을 연상시킵니다. 소설에서 사용되는 어휘들은 줄거리 연결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루세트는 바니아다 VANIADA라는 글자를 맞추는데, 이는 반과 아다를 연결시키는 언어적 조합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 단어는 디반 DIVAN”에서 유래하는데, “디반낮은 의자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반과 아다는 디반에서 처음으로 키스를 나눕니다.

 

단어 연결 게임의 도구는 작품 내에서 남작, 클림 아비도프로부터 선물 받은 것인데, 클림 아비도프Klim Avidov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음절에서 유래하는 것입니다. 나보코브의 소설은 마치 체스 게임처럼 정교한 순서에 의해서 서술되는데, 이는 단순히 연애 이야기의 전개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어떤 철학적 사고를 유추하게 해줍니다. 우연한 사건과 필연으로 얽혀 있는 등장인물들의 정황 등은 마치 씨줄과 날줄로 직조된 거대한 의류처럼 느껴집니다. 이 점에 있어서 나보코브의 작품은 포스트모던 문학의 선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5. 친남매가 서로 사랑하여 결혼하는 경우는?.: 실제 현실에서 친남매가 서로 사랑하여 결혼하는 경우는 사회적 금기입니다. 물론 스키너의 유토피아 소설 월든 두에서는 친남매 사이의 결혼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스키너의 월든 투공동체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만약 친남매가 사랑할 경우 공동체는 이를 허용하고, 그 대신 자식을 낳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는 문학적 현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나보코브의 작품은 바로 이러한 금기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사내는 아내를 저버리고, 처제와 사랑을 나눕니다. 아내는 이를 감내하지 못하다가 자살합니다.

 

처제는 아이를 출산하는데, 주인공은 나중에 그 아이를 사랑합니다. 반과 아다는 친남매인데, 두 연인에게는 수많은 난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회적 타부, 타자의 개입, 가족들의 방해 등으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이별을 맛보아야 합니다. 이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페르실레스와 시히스문다의 고행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 문학은 가능성의 불가능성, 아니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다루는 고유한 영역입니다. 인간의 갈망이 현실에서 절대로 가능하지 않을 때 우리는 무조건 체념해야 하는가요? 작가 나보코브는 불가능에 직면한 한 인간의 내적 저항을 놀라울 정도로 냉정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