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글

치마 입고 자전거 타기 (2)

필자 (匹子) 2021. 12. 2. 10:38

1.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성년이 될 때까지 자전거 탈 줄 몰랐다. 물론 어릴 때 탔던 세 발 자전거는 여기서 논외이다. 부모님은 자전거 한 대 정도는 얼마든지 사줄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전거 타면 위험하다는 게 이유였다. 친구들 가운데 자전거 타고 가다가 차에 치여 입원한 아이도 있었다. 우리는 먼지 날리는 신작로 위로 달리는 삼륜차 뒤를 따라 달렸을 뿐, 자전거 타기를 거의 멀리하면서 살았다. 할아버지는 자전거는 군자의 탈것이 아니라고 말씀하기도 했다. 그 이후 바쁘게 살다보니, 자전거는 한 번도 뇌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2.

한반도에 자전거는 언제 보급되었을까? 중국처럼 자전거가 자동차 앞서서 보급되었더라면, 사정은 달랐을지 모른다. 그랬더라면 많은 한국인들은 중국 사람들처럼 자동차 대신에 자전거 타기를 즐겼을지 모른다. 60년대 박 정권 이후로 돈 많은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돈 없는 자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래서 한인들은 지금도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초라하게 여긴다. 대학 다닐 때 자전거 타고 다니는 친구는 동급생들로부터 항상 질타 당했다. “야, 쪼잔한 녀석아, 쪽 팔리게 자전거가 뭐야?”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편견임을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다/

 

3.

80년대 초 뮌헨 유학 시절에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 유학생 가운데 누군가가 나에게 자전거 한 대를 선물하였던 것이다. 자전거 통행으로 인하여 나는 비싼 차비를 아낄 수 있었다. 게다가 하루 종일 강의 듣거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나로서는 하체 운동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는데, 운동하는 데 아까운 시간을 따로 할애할 필요가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뮌헨의 골목길 모두 접하게 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그저 위치만이 중요하게 여겨졌는데,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 모든 주어진 사물들이 평소와는 다르게 보였다.

 

4.

자전거를 통해서 나는 뮌헨 거리의 곳곳을 알게 되었다. 공원의 나무들, 벤치, 영국 공원, 이자 강가, 고대 미술관, 올림픽 촌, 학생 식당, 수많은 교회와 성당 그리고 친숙한 도로들을 사귀게 된 것도 오로지 자전거 덕택이었다. 놀라운 것은 거의 모든 도로에 자전거 길이 병행하여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서 어지럽게 곡예를 해야 하는 남한의 도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래, 교통사고 당할까 전전긍긍하리라... 이곳에서는 편안히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남한에 자라는 나무들, 벤치들, 공원들, 친숙한 사물들을 개별적으로 사귈 (?) 기회를 얻지 못했다.

 

5.

뮌헨에 있을 때 매일 도서관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자전거를 통해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었다. 대학 교수들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들에게는 학생과 교수 사이의 신분적 차이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교수직은 오로지 실력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당시 학생들은 실력 없는 교수의 강의를 거부한 적도 있었다. 강의를 맡지 못한 교수는 즉시 보따리를 싸야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교수들은 연구실에서 저녁 늦게까지 연구한 뒤, 11시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들 자전거의 뒤에는 항상 책 보따리가 감겨져 있었다. 이곳 대학에서는 불합리한 점이 판을 치는데, 저쪽 대학에서는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

 

6.

노스트라다무스는 중세 당시에 다음과 같이 예견하였다. 먼 훗날 지상에는 금속으로 만든 탈것이 나타나 세상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푸리에는 “반 사자”가 나타나, 사람들은 이동시키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자동차는 “굴러가는 판도라의 양철조각”이라고? 자동차로 인한 환경 파괴는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독일에는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해 많은 숲이 죽어가고 있다. 특히 경유 차에서 배출되는 것은 독가스로서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암을 발생하게 한다. 얼마나 많은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황, 질산 등이 우리의 건강과 미래를 산산조각 낼 것인가? 온실 효과로 유럽의 올 여름은 지옥과 같다. 그래도 당신은 중형차를 타는 데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

 

7.

자주 자전거 타는 꿈을 꾼다. 꿈속에 나는 언제나 하얀 치마를 입은 여성이다. 꿈속에서 나는 여성용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아름다운 여자는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나이가 무슨 상관있는가, 팬티가 보인들 어떠랴. 꿈속에서 그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그제 저녁 순간적으로 잠이 들었다. 하늘 위의 페가수스가 보였다. 순식간에 자전거를 타고 하늘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위대한 페가수스는 발견되지 않았다. 울음이 솟구칠 때 나는 깨어났다. 하늘 위를 자전거 타고 날다니... 바보야 그것도 모르니? 지상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거의 없기 때문이야.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