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외국시

서로박: 소네트 패러디 (3)

필자 (匹子) 2021. 9. 5. 09:38

7.

: 지금까지 현대 독일 시인들의 소네트 패러디를 살펴보았습니다. 요약하건대 과거의 소네트는 주로 사랑의 슬픔을 시적으로 정갈하게 형상화하는 반면에, 오늘날 독일 시인들은 이러한 소네트의 정서를 야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순애보 (純愛譜)로서의 시가 진부하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정통적 소네트를 야유함으로써 그들이 비판하려고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의 자유를 가로막는 법적 장애물은 남김없이 철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오늘날 인간 삶의 풍요로움과 자유는 극대화되었지만, 이로 인해 명작이 태동할 여건은 유감스럽게도 사라진 것 같습니다. 우리는 구태의연한 관습, 도덕 그리고 법 등의 악재로부터 해방되고,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립니다. 그러나 이는 예술가의 치열한 사고에 훼방을 놓는 독약으로 작용하지요. 문제는 독일 시인들이 시도한 소네트 패러디가 우리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 자유로운 사랑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기에는 우리의 상황과 정서는 유럽의 그것과는 약간 다릅니다. 가령 남한에서는 유럽에 비해 여성 차별이 심각합니다. 나아가 배비장전에서도 묘사된 바 있듯이, 한국인의 정서는 명분을 중시하고, 남을 의식하며, “거친 자유보다는 편안한 부자유를 선호하지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혼외정사를 불륜으로 단언하곤 하지요. 하기야 백년해로하는 일부일처제의 모습은 인류가 꿈꾸는 이상이 아닙니까? 어쨌든 최신 연애 소설보다는, 오히려 보바리 부인(1857),안나 카레니나(1877), 에피 브리스트(1895) 등의 근대의 연애 소설들이 대부분 한국인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19세기의 연애 소설의 주인공이 가부장주의 사회에서 간통의 이유로 몰락하는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한국인의 구미에 맞는 것은 현대의 조야한 소네트가 아니라, 아무래도 페트라르카와 셰익스피어의 고상한 소네트라는 말씀인가요? 오히려 우리가 정서적으로 극단을 싫어하고, 우스운 풍자 작품이라든가, 과격한 예술적 시도에 대해 심리적 거부감을 느끼는 때문이 아닐까요? 어쨌든 소네트 패러디는 창작을 위한 새로운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