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2)

필자 (匹子) 2021. 8. 5. 09:12

서사시의 두 번째 부분은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묘사하고 있다. 오디세우스는 페아켄 섬에서 많은 선물을 얻어서, 고향인 이타카 섬으로 향한다. 안타까운 것은 세리아 섬의 공주, 나우시카와의 이별이었다. 나우시카는 청순하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렇지만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 때문에 나우시카를 도저히 아내로 맞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이타카로 비교적 순탄하게 항해한다. 멀리서 연기가 보였다. 그것은 섬에서 피어오르는 어떤 연기였다. 이곳이 꿈에 그리던 이타카란 말인가? 얼마나 간절하게 이곳을 갈구하였던가? 아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제 어른이 된 아들, 텔레마코스는 어디 있을까? 다시 오디세우스는 정신을 잃는다.

 

오디세우스는 이타카의 해변에서 깨어난다. 이 순간 아테네 여신은 목자로 변신하여 안개 속에서 나타난다. 목자는 이곳이 이타카임을 가르쳐주며, 페넬로페가 수많은 구혼자에게 현재 시달리고 있다고 알려준다. 구혼자들은 아름다운 페넬로페를 원할 뿐 아니라,, 이타카라는 땅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목자의 권고에 따라 주인공은 거지 차림으로 변장한다. 그렇게 해야만 88명이나 되는 구혼자들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그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3권) 오디세우스는 일단 은둔하며 살아가는 신의 목자, “에우마이오스”를 찾아간다. 에우마이오스는 주인공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불쌍한 거지에게 동정심을 보내듯이 음식을 대접한다. (14권)

 

제 15권부터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버지를 찾아 나선 텔레마코스는 스파르타에 머물고 있었다. 아테네 여신은 텔레마코스를 찾아가서, 고향으로 떠나게 조처한다. 그 다음에 그미는 고향에서 진을 치고 있는 구혼자들의 배후에 그의 배를 정박하게 한다. (15권) 텔레마코스는 일단 에우마이오스의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거치 차림의 건장한 사내가 손님으로 머물고 있었다. 이 사내는 고기를 뜯고 포도주를 마시면서, 밤새도록 신의 목자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오이마이오스가 잠들었을 때, 오디세우스는 아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린다. 두 사람은 뜨거운 마음으로 포옹한다.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정하는 동안에, 구혼자 88명은 왕자 텔레마코스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페넬로페는 이를 경고하지만, 그들은 그미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16권)

 

다음날 아버지와 아들은 헤어져, 제각기 도시를 배회한다. 아무도 오디세우스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다만 주인공의 충견, 아르고스만이 거지 차림의 옛 주인을 예리하게 알아볼 뿐이다. 가령 양치기 멜란티오스는 거지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몽둥이질을 가한다. 오디세우스는 이를 묵묵히 참고 견딘다. 88명의 구혼자들 가운데 가장 파렴치한 “안티노오스”는 그에게 모욕의 말을 건네면서, 걸상을 던지기도 한다. 어느 거지가 주인공을 비웃으며, 주먹질하자고 제안한다. 심지어 하녀, 메란토 역시 주인공에게 조소를 퍼붓는다. (17 - 18권)

 

구혼자들이 밤사이에 왕궁을 빠져나간 틈을 이용하여, 텔레마코스는 비밀리에 무기고의 무기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놓는다. 이 동안에 “거지”는 페넬로페와 오랜 대화를 나눈다. 즉 주인공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다만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다고 그미에게 전한다. 바로 이 순간 유모, “에우리카이아”는 옛 주인인 오디세우스를 알아차린다. 거지의 다리를 씻겨줄 때, 오디세우스의 흉터를 예리하게 발견한 것이었다. 기쁨과 놀라움에 그미는 주인공의 다리를 놓다가, 그만 커다란 대야를 엎질러버린다. (19권)

 

오디세우스는 그날 밤 잠을 이룰 수 없다. 그렇게 애타게 만나고 싶었던 아내였지만,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었던 것이다. 페넬로페 역시 혼자 고독하게 침대에 앉아서 눈물을 흘린다. 그미는 이제 더 이상 구혼자들을 물리칠 구실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남편으로부터는 소식이 없고, 내일이면 어쩔 수 없이 구혼자들 가운데 한 명을 택해 그와 결혼해야 한다. 다음날 아침에 누군가가 거지 차림의 오디세우스에게 다시금 경멸의 말을 퍼붓는다. 예언자, “테오클뤼메노스”는 어떤 암담한 사건에 관해 예언하자, 구혼자들은 멋도 모르고 비웃음만 터뜨린다. (20권)

 

이때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의 거대한 활을 가지고 온다. 그것은 헤라클레스의 물건이었으며, 오랫동안 “피록테트”가 보관해온 것이었다. 그미는 많은 남자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분 가운데 누군가 이 활을 당겨, 열두 개의 구멍 속에 일렬로 설치된 도끼들을 쏘아 맞히는 자가 있는가요?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는 나와 결혼할 수 있어요.” 구혼자들이 차례로 시도해 보지만, 도끼들을 맞추기는커녕 활시위도 제대로 당기지 못한다. 그만큼 헤라클레스의 활시위는 팽팽했던 것이다. 이때 오디세우스는 활을 들어서 단 한방에 모든 도끼들을 쓰러뜨린다. (21권)

 

오디세우스는 두 번째 활로써 “안티노오스”를 쏘아죽인 뒤에 자신이 누군지 백일하에 밝힌다. 뒤이어 텔레마코스, 에우마이오스와 함께 그곳에 갇힌 구혼자들을 차례로 살해한다. 저질스럽고 지조 없는 하녀들은 차례로 교수형 당한다. 그 가운데 멜란토의 몸은 잔인하게 토막으로 잘려진다. 궁전을 깨끗하게 청소한 다음에 많은 사람들은 오디세우스를 왕으로 환대한다. (22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넬로페는 남편의 귀환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이때 오디세우스는 결혼 당일의 침대 그리고 주위 환경이 어떠했는가를 설명한다. 그제야 비로소 페넬로페는 그를 남편으로 인정하게 된다. 모든 것은 행복으로 마감한다. 그렇지만 다음날 아침 오디세우스는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어쩌면 자신의 백성들이 상류층의 학살극을 용납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게 고민이었다. (23권)

 

헤르메스는 죽은 구혼자들의 영혼을 지하 명부로 데리고 간다. 오디세우스는 아버지인 라에르테스를 찾아간다. 아버지는 자신의 영지에서 조용하게 살고 있었는데, 그곳 주민들은 폭동을 일으키려고 거사를 꾸미고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무력으로 그들을 다스리려고 했을 때, 여신, 아테네는 올림포스 신들과 함께 이를 중재하며, 인민과 왕 사이에 평화와 신뢰감이 싹트도록 도와준다. 오디세우스의 놀라운 후광은 신의 영화를 송두리째 받을 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요약하건대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의 다른 작품과 함께 서양 문학의 효시로서, 두 남녀의 사랑 그리고 신뢰감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그의 죽음과 이후의 이야기는 무조건 선하고 바람직한 방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키레네 출신의 작가 에우가몬 Eugamon은 기원전 6세기에 『텔레고네이아 Τηλεγόνεια』라는 서사시를 집필했는데, 이 문헌은 오늘날 전해 내려오지 않는다. 다음의 이야기는 호메로스의 문헌에 기록되지 않은 내용이다.

 

오디세우스에게는 텔레고노스라는 혼외 자식이 있었다. 요정 키르케는 오디세우스를 돼지로 변하게 하여, 수년 간 자신의 욕정을 채웠는데, 이때 아들 텔레고노스가 태어난 것이었다. 텔레고노스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에 의해 성장하였다. 어느 날 그는 이타카를 다른 지역으로 착각하여. 그곳을 침공했다. 이때 그는 오디세우스를 사로잡아 거꾸로 매단 다음에 잔인하게 다리 사이를 찢어 죽였다. 나중에 자신이 친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텔레고노스는 극도의 괴로움을 느낀다. 텔레고노스는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를 부인으로 맞이하고, 키르케는 그의 형인 텔레마코스와 혼인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