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1)

필자 (匹子) 2021. 6. 9. 10:00

친애하는 L, 당신은 오이디푸스의 처지를 과히 짐작할 수 있을까요? 견뎌내기에는 너무나 기구한 운명의 사슬입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도 몰래 친아버지를 죽이고, 자신도 모르게 친어머니와 결혼합니다. 소포클레스의 가장 위대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오이디푸스 왕”은 기원전 425년에서 420년 사이에 씌어졌다고 전해집니다.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의 부모는 신탁의 예언을 접합니다. 즉 오이디푸스는 끔찍한 재앙을 맞으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어린 아이, 오이디푸스는 다른 곳에 버려집니다. 주인공은 장성한 다음에 아무 것도 모르고 자신의 친아버지를 살해한 뒤에 자신의 어머니와 살을 섞습니다. 그리하여 딸 안티고네가 태어납니다. 안티고네는 자신의 딸이자 여동생이기도 하지요.

 

오이디푸스에 관한 이야기는 세 명의 위대한 아테네 비극 시인의 작품의 소재였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아이스킬로스 (Aischylos)와 에우리피데스 (Euripides)의 극작품은 오늘날 상당 부분 유실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쓰였는지를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고대에서 전해지는 발췌된 문헌에 의하면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즉 소포클레스의 작품은 아이스킬로스와 에우리피데스의 그것을 능가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소포클레스는 연극의 공연을 염두에 둘 때 두 가지 사항을 제한하였습니다. 이는 극작가의 깊은 성찰에 근거한 것입니다. 첫째로 작품의 모든 행위에 자극을 가하는 내용은 미리 주어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제반 극적 사건은 행위로서 나타나지 않습니다. 질문 그리고 대답, 탐색 그리고 발견, 심문 그리고 진실 드러남 등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L, 이와 관련하여 관객이 신화의 전제 조건 그리고 결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보세요. 연극 집필은 그렇게 수월하게 전개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둘째로 소포클레스는 의도적으로 간명하고도 이해하기 쉽게 작품을 구성하였습니다. 작품은 (서막과 종결 부분을 포함하여) 도합 6개의 장으로 나누어집니다. 이러한 구분은 테베 사람들의 합창으로 이루어지지요. (가령 151 - 215행, 463 - 511행, 863 - 910행, 1086 - 1109행, 1186 - 1222행 등이 이러한 합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여섯 장은 여섯 단계를 의미하는 셈입니다. 작품 내에서 오이디푸스는 계속 질문을 던지며, 끝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밝혀냅니다. 물론 과거를 알게 된 주인공은 깊은 절망 속으로 빠지지만 말입니다.

 

첫 번째 장 (1- 150행): 오이디푸스 왕은 자신의 권력의 정점에 있습니다. 그는 도시 테베에 퍼져 있는 전염병으로부터 시민들을 해방시키고 싶어 합니다. 델피에 있는 아폴론 신전의 신탁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주인공에게 전합니다. 만약 선왕 (先王) 라이오스의 살인자를 발견하여 그에게 벌을 가한다면, 도시 테베는 구원되리라고 합니다. 두 번째 장 (216 - 462행): 오이디푸스 왕은 예언자, 타이레지아스와 격렬하게 언쟁을 벌립니다. 이때 예언자는 왕에게 다음과 같이 내뱉습니다. “당신이 찾는 살인자는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362행). 그렇지만 이 사실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의심스러운 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오이디푸스는 예언자가 흑심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자신의 사위, 크레온이 타이레지아스와 결탁하여 모반을 일으키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혹이 자꾸 떠오릅니다.

 

세 번째 장 (512 - 862행): 첫 번째 암시는 오래 전에 나타난 신탁의 전언 속에 은폐되어 있습니다. 즉 “라이오스는 먼 훗날 자신의 아들에 의해 살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와 결혼하고 아버지를 쳐 죽일 것이다.”가 두 가지 전언이었습니다. 이는 일순간 주인공의 모골을 송연하게 하지만, 주인공은 다시금 이를 거짓된 사실로 여기며, 안도감을 느낍니다. 즉 라이오스는 어느 강도 무리에 의해서 살해당했으며, 그의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산 속에 버려졌다는 것입니다. 이에 비하면 오이디푸스 자신은 신탁의 요구에 따라 이른바 자신의 부모와 살았던 코린트 왕궁을 자의로 떠났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오이디푸스는 조만간 다음의 사실을 기억해냅니다. 즉 테베로 향하는 길에서 그는 어느 남자와 병정들과 마주쳤는데, 시비 끝에 그 남자와 병정들을 죽인 적이 있습니다. 모든 정황은 당시에 죽은 사람이 라이오스 왕이라는 가설을 암시해줍니다. 그럼에도 살해당한 자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다만 하나의 추측에 불과합니다. 틀림없이 무장한 강도떼가 라이오스와 그의 병정들을 살해했을 것이라고 오이디푸스는 굳게 믿습니다. 네 번째 장 (911 - 1085행): 오이디푸스는 미모의 이오카스테와 결혼하려고 합니다. 이때 사신 한 명이 증인으로 등장하여 어떤 진실에 근접한 내용을 전해줍니다. 사신은 코린트의 왕 폴리비오스가 사망했다고 말하며, 폴리비오스의 양자에 관해서 언급합니다. 과거에 폴리비오스는 어딘가에서 주워온 아이를 양자로 맞아들여, 그를 친아들처럼 키웠다고 합니다. [이는 첫 번째 단계로 드러난 진실입니다.] 이때 이오카스테는 폴리비오스의 양자가 바로 자신의 친아들이라는 것을 거의 확신합니다. 모든 정황을 고려할 때 폴리비오스의 양자는 바로 자신이 낳아, 산속에 버린 아들이 틀림없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장 (1110 - 1185행): 다시 두 번째 증인이 첫 번째 증인 (사절)과 함께 등장합니다. [이는 두 번째 단계로 드러난 진실입니다.] 이들의 말을 듣고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자가 바로 자신임을 깨닫습니다. 라이오스 왕은 오래 전에 아기를 죽이라고 어느 양치기에게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양치기는 명령대로 아기의 복사뼈에다 못을 박았지만, 아기를 죽이지 말라는 왕녀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 아기를 코린트 양치기에게 맡겼다는 것입니다. [오이디푸스 (Οιδιπυς)의 어원 자체가 “퉁퉁 부은 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지요.] 친애하는 L, 바로 코린트 양치기가 두 번째 증인으로 찾아온 것입니다. 코린트 양치기는 아기를 코린트 왕궁에 맡기고, 자신은 라이오스를 모시는 군인이 됩니다. 오이디푸스가 라이오스를 살해하고 그의 병정들을 모조리 죽일 때 살아남은 자가 바로 코린트 양치기였던 것입니다.

 

여섯 번째 장 (1123 - 1530행): 진실은 결국 백일하에 드러납니다. 모든 것을 밝히기 위해서 재판을 하던 오이디푸스는 결국 놀라운 사실을 알아냅니다. 즉 재판관 자신이 바로 살인자였습니다. 주인공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지만, 이 사실을 널리 알립니다. 이오카스테는 남편을 살해하고 자신과 결혼한 자가 바로 자신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그미는 너무나 기이한 운명에 고통 그리고 수치심을 느낀 나머지 목매어 자살합니다. 오이디푸스는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저지른 자신의 행위가 이처럼 끔찍한 고통을 가져다줄지는 추호도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삶 자체가 하나의 비극이요 재앙이었던 것입니다. 오이디푸스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찔러버립니다. 장님이 된 오이디푸스는 도시 테베를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