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서로박: 브레히트의 '유대인 창녀 마리 산더스에 관한 담시'

필자 (匹子) 2021. 3. 24. 10:20

친애하는 K,

오늘은 브레히트의 시, 「유대인 창녀 마리 산더스에 관한 담시」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시는 1936년경에 집필되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히틀러는 200만 이상의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서 전쟁 산업을 일으켰습니다. 당시의 실업자들은 히틀러의 이러한 정책을 열렬히 지지하였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30년대의 독일의 실업은 필연적인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독일은 1918년 제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서 주위 열강들에게 막대한 전쟁 보상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1918년 이후 왕정 체제는 공화주의 체제로 변한 뒤에 독일은 산업 발전을 위한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금액의 전쟁보상금을 지불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히틀러는 수많은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겠다고 공언한 뒤에 전쟁 산업을 부추겼습니다.

 

다른 한편 히틀러는 독일인들의 단합을 위해서 반유대주의를 표방하였습니다.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실제로 유대인들은 1945년까지 국가 없는 민족으로 살아갔습니다. 유대인들의 생존을 위한 노력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식을 먼 곳으로 떠나보내어,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고향을 만들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체질적으로 대단한 생활력을 지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유대인들에 대한 질투로 이어졌습니다. 유대인들은 이른바 돈과 여자를 먼저 차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령 젊은 독일 남자가 열심히 돈을 벌어서 꿈에 그리던 여인에게 청혼하려고 그미의 집 계단을 올라가는 순간, 다른 유대인 청년은 먼저 선수 쳐서 방안에서 여인을 끌어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히틀러는 무엇보다도 유대인들에 대한 증오심과 질투심을 지적하였습니다. 히틀러에 의하면 유대인들이 음탕하고 저열한 속물이라고 합니다. 히틀러는 무엇보다도 다음의 사항을 널리 퍼뜨렸습니다. 저열하고 음탕한 속물들인 유대인들은 독일 여인들로 하여금 변태 성욕을 즐기도록 자극할 뿐 아니라,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모조리 빼앗아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히틀러가 이토록 유대인들을 비판하였을까요? 이에 대한 담은 간단합니다. 유대인이 탄핵당하면, 순수 독일 인종인 아리아인들은 저절로 단합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히틀러 정권은 1935년 가을에 뉘른베르크 법을 공포하여 독일인들로 하여금 유대인들과 혼인할 수 없도록 조처하였습니다. 유대인과 결혼한 남자 혹은 여자는 형법상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되어 처벌당하게 된다는 게 그 법의 내용이었습니다.

 

1.

뉘른베르크에서 법 하나 제정되었네,

잘못된 남자와 침대에 누워 있던

몇몇 여자들은 그 때문에 눈물 흘렸네.

도시 근교에서 고기 값이 오르고

북소리 권력과 함께 울리지

천국의 신이여, 그들이 무언가 계획했다면,

그건 오늘 밤 일일 테지.

In Nürnberg machten sie ein Gesetz,

Darüber weinte manches Weib, das

Mit dem falschen Mann im Bett lag.

Das Fleisch schlägt auf in den Vorstädten,

Die Trommeln schlagen mit Macht,

Gott im Himmel, wenn sie etwas vorhätten,

Wäre es heute nacht.

 

제 1연은 그 자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뉘른베르크의 법으로 인하여 유대인 남자와 살을 섞은 독일 여자는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남자를 사랑하였는가, 사랑하지 않았는가? 하는 물음은 여기서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다른 인종의 사내와 정을 통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 하는 물음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이는 남한에 존재하는 간통죄의 경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사랑”이어야 하는데, 국가는 오로지 “살 섞었는가, 그렇지 않은가?”하는 동물적 행위와 관련되는 사항만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문제는 유대인들에 대한 박해가 근본적으로 경제적 정책과 관련된다는 사실입니다. 유대인을 박해함으로써, 유대인들의 일자리는 박탈당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더 이상 실업에 시달리지 않고, 유대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던 일자리 그리고 군수공장에서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이를 고려하면 모든 정책은 “고기 값”에 관한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지요. 특히 “도시 근교”에 사는 소시민들의 생활에는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게 됩니다. 

 

2.

 

마리 산더스, 너의 연인은

너무 까만 머리칼을 지녔어.

어제는 그와 함께 있었지만, 오늘은

그에게 가지 않는 게 나을 거야.

도시 근교에서 고기 값이 오르고

북소리 권력과 함께 울리지

천국의 신, 그들이 무언가 계획했다면,

그건 오늘 밤 일일 테지.

 Marie Sanders, dein Geliebter

Hat zu schwarzes Haar.

Besser, du bist heute zu ihm nicht mehr

Wie du zu ihm gestern warst.

Das Fleisch schlägt auf in den Vorstädten,

Die Trommeln schlagen mit Macht,

Gott im Himmel, wenn sie etwas vorhätten,

Wäre es heute nacht.

 

제 2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특정 인물이 등장합니다. 시에 등장하는 “마리 산더스”는 평범한 독일여자인 것 같습니다. 그미의 직업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미가 뉘른베르크에 살고 있던 젊은 여자라는 사실만을 알 수 있을 뿐입니다. 그미의 직업은 창녀가 아닙니다. “유대인 창녀”라는 표현은 오로지 그미에게 가해진 비난일 뿐입니다. 문제는 그미가 까만 머리칼을 지닌 사내를 사랑한다는 사실이며,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까만 머리의 사내를 만난다는 사실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불분명한 시적 화자에 의해서 서술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사항이 첨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즉 이 시의 초고에서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습니다. “마리 산더스, 너의 연인은/ 꾸부정한 코 그리고/ 너무 까만 머리칼을 지녔어.” 나중에 브레히트는 유대인의 꾸부정한 코를 생략해버렸습니다. 시인의 견해에 의하면 시적 내용은 가급적이면 단순하게 묘사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 시에서 중요한 것은 마리 산더스의 연인이 어떠한 인물인가? 하는 물음이 아니라, 그미의 연인이 유대인이라는 단순한 사실입니다.

 

3.

엄마, 나에게 열쇠를 주세요,

모든 게 그다지 심각하지 않을 거예요.

달은 항상 동일하게 비쳐요.

도시 근교에서 고기 값이 오르고

북소리 권력과 함께 울리지

천국의 신, 그들이 무언가 계획했다면,

그건 오늘 밤 일일 테지.

 Mutter, gib mir den Schlüssel,

Es ist alles halb so schlimm.

Der Mond sieht aus wie immer.

Das Fleisch schlägt auf in den Vorstädten,

Die Trommeln schlagen mit Macht,

Gott im Himmel, wenn sie etwas vorhätten,

Wäre es heute nacht.

 

제 3연에서는 마리 산더스의 말이 직접적으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엄마, 나에게 열쇠를 주세요.” 그미의 어머니는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 채고 그미에게서 열쇠를 빼앗았을까요? 그랬는지 모릅니다. 다만 우리는 제 3연에서 다음의 사실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그미는 끔찍한 법 제정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으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까만 머리칼”을 지닌 사내와 사랑을 나누려고 합니다. 달은 항상 동일하게 비치고, 자신의 삶에 변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미의 판단이 잘못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대목에서 다음의 내용이 상상되기 때문입니다. 즉 고동색의 셔츠를 입은 나치 돌격대 (SA)들이 그미의 집을 들이닥쳐, 침대 속에서 반라 차림의 그미를 끌어내어 감옥으로 데리고 가는 내용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달은” 이제 달리 비친다는 것을 마리 산더스는 뒤늦게야 절감할 뿐입니다.

 

4.

어느 날 아침, 아홉 시 정각

그미는 도시를 가로질렀다

속옷 차림으로, 목에는 팻말 하나,

머리가 깎였다.

골목은 환호했다. 그미는

차갑게 응시했다.

도시 근교에서 고기 값이 오르고

칠장이는 오늘 저녁에 연설한다.

위대한 신이여, 그들에게 귀 있다면,

무얼 요구하는지, 알아차릴 텐데.

 Eines Morgens, früh um neun Uhr,

Fuhr sie durch die Stadt

Im Hemd, um den Hals ein Schild,

Das Haar geschoren.

Die Gasse johlte. Sie

Blickte kalt.

Das Fleisch schlägt auf in den Vorstädten,

Der Streicher spricht heute nacht.

Großer Gott, wenn sie ein Ohr hätten,

Wüßten sie, was man mit ihnen macht.

 

마지막 연은 대부분의 독자들의 기분을 씁쓸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른바 간통한 여자에 가하는 남성적 시민 사회의 폭력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는 얼마나 잔인한 것일까요? 직접 겪어보지 않은 자는 실감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N. 호돈의 소설 『주홍 글씨』를 읽으면, 주인공은 가슴에 “A”를 달고 있습니다. “A”는 “간통한 여자 adulteress”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니, 어려운 소설을 예로 들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데이비드 린 David Linn감독의 영화 “라이언의 처녀”를 예로 들어 봅시다. 여주인공은 남자를 사랑한 죄로 머리를 깎인 채 고향으로부터 쫓겨납니다. 남자는 얼마든지 간통해도 좋지만, 여자의 정조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보존되어야 한다는 시민 사회의 성도덕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게 아닐 수 없습니다.

 

제 4연을 읽어봅시다. 누군가 마리 산더스의 머리칼을 깎아버렸습니다. 그미의 머리통은 마치 새가 파먹은 듯이 보입니다. 남성 중심의 근엄한 시민 사회는 이른바 다른 남자와 정을 통했다는 여자들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곤 하였습니다. 그 뿐 아니라 “아홉시 정각”에 “속옷 차림”의 그미를 마차에 태운 채 거리를 지나치게 합니다. 그렇게 해야 그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비난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골목길에서 사람들은 그미에게 더러운 년이라고 호통 치며, 돌을 던집니다. 드물게 웃음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시의 초고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습니다. “대중들은 환호했다. (Menge johlte)” 나중에 시인은 이 구절을 “골목은 환호했다.”로 바꾸어버립니다. 이로써 브레히트는 물화된 인간 내지는 나치 이데올로기에 의해 세뇌당한 장소인 골목을 강조하려고 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여기서 다음의 사항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뉘른베르크의 법 자체의 가치 유무를 따지기 전에, 이른바 간통했다는 여자에게 더욱 커다란 증오심을 표출합니다. 이러한 증오심은 어쩌면 그미에 대한 질투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릅니다. 어쨌든 일반 사람들은 마리 산더스를 증오함으로써 히틀러의 정책을 간접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연설하는 자는 “칠장이”, 히틀러입니다. 아마도 반유대주의의 정책에 지지해달라는 게 연설의 요지일 것입니다.

 

마지막 구절은 시인의 안타까운 심경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히틀러의 정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일반 대중의 무지와 편견이 시인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습니다. 거대한 우상의 시대에는 이성이 압사당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진실을 들을 수 있는 “하나의 귀”가 없습니다. 그들은 히틀러의 정책이 거짓된 흑색선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령 깨닫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두려움 때문에 이를 감히 발설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성이라는 단어는 독일어로 “Vernunft”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성은 “듣다 (vernehmen)”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어두운 시대에 귀를 지니지 않는다는 것은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수단을 가지지 못했다는 점을 뜻합니다. 오호통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