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에서 “낯선 자”는 자신에게 미리 주어진 숙명과 처절하게 싸우려고 시도한다. 숙명은 마치 어떤 더 높은 힘에 의해서 조종되는 수수께끼처럼 느껴진다. 그는 어느 도미니크 수사를 만난다. 수사는 제 1부에서 등장한 바 있는 거지, 수도사와 거의 동일한 사람으로서, 주인공을 가르치는 인물이다. 다시 말해 수사는 “낯선 자”를 수호하는 정령으로서, 그를 돕고 가르친다. 수사의 도움을 통하여 주인공은 고통과 고독 속에서 신에게로 향하는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낯선 자”는 드디어 여자와 만나 결혼식을 올린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하루의 반나절 동안에는 마치 천사처럼 순결하게 살고, 다른 반나절 동안에는 악마처럼 상대방을 괴롭힌다. 여자의 얼굴은 때로는 아내로, 때로는 어머니로 비친다. 주인공은 타이탄의 존재에 근접하여 그들에게서 금 제련의 기술을 배우려고 한다. 이는 세상의 질서를 정립하거나 파괴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세계의 창조자요 파괴자이니라. 모든 사물이 재로 화하게 되면, 나는 세계사의 마지막 페이지 집필을 끝내게 될 것이다.” 주인공은 금을 제련해낸다. 그의 명성은 서서히 세상에 퍼져나간다.
거대한 향연이 개최되어, 주인공은 세기의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 숭상 받게 된다. 위대한 연금술로 더러운 세상을 황금으로 정화시킨 사람이 바로 “낯선 자”라는 것이었다. 바로 이 순간 주인공은 명예의 정점에서 추락한다. 축제를 거행한 사람들은 다름 아니라 마스크 차림의 술꾼들이었다. 그들에게는 모든 가치는 전도되어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 위대한 인간으로 공경 받던 “낯선 자”는 순식간에 만인으로부터 경멸당한다. “위대한 연금술사”로 추앙 받던 주인공은 자신의 실험에 사용한 경비를 갚지 못한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낯선 자”에게 저주의 낙인이 찍힌다.
자고로 저주를 받게 된 자는 기쁨, 평화 그리고 은총 등을 얻을 수 없다. 주인공 역시 저주 당하게 되어,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떠나야 한다. 주인공은 주어진 세계로부터 추방당한다. 제 2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낯선 자”는 다시금 옛날의 모습으로 변하여 사악한 면모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교만과 악덕이 그의 주위에서 서성거린다. 이제 그는 신의 영역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채 절망적으로 수도사 그리고 거지 등의 친구들을 초청한다. “나를 찾아 오라, 친구들이여. 마음 바꾸기 전에.”
제 3부의 첫 장면에서 “낯선 자” 그리고 수도사는 사원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주인공은 겸허함 그리고 복종의 시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반항 정신 그리고 영원한 질문이 도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주인공은 영혼의 안정을 누릴 수 없다. 그렇기에 수도원으로 되돌아가서, “과거 자아가 겪어야 했던 죽음과 같은 고통”을 감내하려고 마음먹지 않는다. “낯선 자”는 자신의 딸, 실비아, 그의 아내 그리고 비너스를 숭상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이때 그는 세상으로부터 등져야 한다고 작심하고, 세상 사람들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말하자면 지식을 포기하고 신앙을 추구하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유혹자”가 나타나 “낯선 자”에게 교묘히 접근한다. 그는 교만함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믿어야 한다고 주인공을 부추긴다. 죄의식 그리고 후회란 그저 무기력한 자들이 고수하는 어리석은 태도라고 “유혹자”는 말한다. 인간에게 모든 죄를 부여한 자가 바로 신이라는 것이었다. 유혹자는 놀라운 혀를 지니고 있다. “유혹자”는 질투심 때문에 사랑하는 님을 살해한 어느 남자를 변호한다. 유혹자에 의하면 성서에 등장하는 이브 그리고 뱀은 아무런 죄가 없으며, 그들을 시험하게 한 신에게 죄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주인공, “낯선 자”는 유혹자의 영향을 약간 받는다. 그는 어느 젊은 여자와 재혼하여 즐겁게 살아간다. 이로써 첫 번째 여자와의 감추어진 감정이 잊어진다. 그렇지만 이성 간에 존재하는 사랑의 법칙 하에서 마지막 결합은 용해되고 만다. 여성과의 사랑을 통해서 세상과 화해하려는 희망은 환상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낯선 자”는 수도원에서 정신적 세계 속으로 발을 디딘다. 그곳에서 기독교 신앙, 그리스와 로마의 지식을 터득하면서, 종교, 학문, 예술 사이의 어떤 일원성을 체득한다. 멜혀 신부는 신앙의 기본적 가르침, 휴머니즘과 체험 사이의 종합을 주인공에게 가르친다. “낯선 자”는 과거의 자아가 죽었다는 듯이 검은 강보에 싸여 사망한다.
스트린드베리의 세 번째 부인 해리엣 보세
'다마스쿠스로 향하여'는 스트린드베리가 1894년부터 1896년 사이에 겪었던 충격적 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극작가는 결혼에 실패하여 커다란 절망감을 맛보았다. 스트린드베리의 극작품은 “상황 극 (Stationsdrama)”으로 요약될 수 있다. 상황 극은 개별적 장면 사이의 인과적 연결 고리를 의도적으로 차단시킨 것을 특징으로 삼는다. 따라서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의 논리가 아니라, 극적 자아의 내면적 흐름이다. 가령 주인공, “낯선 자”는 무대에 항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전통적 의미에서 영웅의 기능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주인공의 주관적인 의식과 무의식이 장면을 구성하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제목이 사사해 주듯이 작품은 사도 바울의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작가 스트린드베리가 의도한 것은 성서의 재구성이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는 '다마스쿠스로 향하여'를 심리극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 작품 속에는 위기 속에 처해 있는 현대인의 심리적 속성을 심도 있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낯선 자”는 고해의 삶을 방황하며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지 않는가? 이 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고백 극 내지 이념 극으로 명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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