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서로박: 쏜디의 "문학 해석학 이론"

필자 (匹子) 2020. 1. 30. 10:01

 

 


페터 쏜디 (1929 - 1971)의 "문학 해석학 개론 (Einführung in die literarische Hermeneutik)"은 쏜디의 사후, 1975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간행되었다. 이 책은 미학 텍스트와 이에 대한 해석을 규명하려는, 두 번에 걸친 저자의 강연을 토대로 집필되었다.

 

첫 번째 강연은 1967년과 1968년에 행해졌는데, 이 책의 제목과 동일하다. 이 강연에서 쫀디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가령 (해석되어야 할 텍스트의 미학적 성격을 해석의 전제 조건으로 삼을 수 있는) 어떤 문학적 해석학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쏜디는 다음의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즉 20세기의 위대한 해석학들 (딜타이의 "해석학의 탄생" 1900,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1927,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이 철학적인 핵심 사항을 강조하다가, 개별적 텍스트의 자료 분석에 대한 성찰들을 빠뜨리고 이를 간과했다는 사실 말이다. 철학적 해석학은 어떤 보편적 원리로서의 철학적 공리를 추구하였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서 문학적 해석학의 영역인 세부적 사항의 문제들을 도외시했다는 게 쏜디의 지론이다. 이와 관련하여 쏜디는 18세기 그리고 19세기 초의 시대로 되돌아가서, 철학적 해석학이 문헌학적으로 어떻게 발전되기 시작했는가?를 추적한다.

 

예컨대 19세기 독일의 문학 이론가, 클라데니우스 (Chladenius)의 해석학을 자세히 언급하면서, 쏜디는 (시점 (Sehe-Punckts)에 관한 이론에서 표현되고 있는) “이해의 주관적 그리고 역사적 특성에 관한 인식”을 강조한다. 또한 쏜디는 (“원래의 단어 (das eigentliche Wort)”로 은유적 표현을 축소화시키지 않는)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인 비유 이론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령 G. F. 마이어 (G. F. Meier, "모든 미적 학문들의 첫 번째 이유들"의 저자 -역주)가 주장한 바 있는 “병렬 문헌 이론”의 가능성과 한계에 관해 쏜디는 아주 부정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병렬 문헌 이론에 의하면 어떤 텍스트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같은 저자의 다른 텍스트를 다시 꺼내봄으로써 해명될 수 있다고 한다. 쏜디는 이를 철저히 의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쏜디는 과연 슐라이어마허가 어느 정도까지 (구조주의가 나중에 재론한 바 있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들을 처음으로 거론했는가?를 규명하고 있다. 즉 (소쉬르에 의해 제기된) “랑그 (langue)”와 “파롤 (parole)” 사이의 차이점 그리고 (로만 야콥슨에 의해 논의된 바 있는) 언어의 병렬 구조 (Paradigma) 내지는 종속 구조 (Syntagma) 사이의 차이점 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써 쏜디는 (언어 이론과 역사 의식 등에 관해 놀랍게 천착한 바 있는) 슐라이어마허의 "해석학과 비판"에 대한 수용을 도입한 셈이다. (이는 나중에 특히 만프레트 프랑크 (M. Frank)의 "개인적 보편성" (1977)에서 다시금 개진되고 있다.)

 

두 번째 강연에서 쏜디는 횔덜린의 두편의 시 분석에 도입된 방법론을 원용하지 않고, 오히려 시들을 세밀하게 읽는 과정 속에서 출현하는 이해의 문제들을 규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즉 횔덜린의 시, 「평화의 축제 (Friedensfeier)」 (1802)에서 누가 축제의 제후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질문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석자는 쏜디에 의하면 (해결되어야 한다고 스스로 믿는) 감추어진 핵심적 비밀을 찾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게 아니라고 한다. 문학 작품은 철학 서적과는 다르지 않는가? 오히려 해석자는 쏜디의 견해에 의하면 미학적 텍스트의 특수한 형태를 세밀하게 추적해야 한다고 한다. 왜냐면 미학적 텍스트 속에는 도저히 파기할 수 없는 다양한 의미가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슐라이어마허에 관한 쏜디의 해석은 그의 논문 「오늘날의 슐라이어마허의 해석」 (1970)에서 요약되어 있다. 해석과 성찰 그리고 이에 대한 전제 조건 등에 대한 쏜디의 입장은 그의 "횔덜린 연구" (1967)에 실린 논문 「문헌학적 인식에 관한 논고」에서 맨 처음 드러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