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 2

츠베타예바의 시 '당신이 나에게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요'

당신이 내게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요 마리나 츠베타예바 당신이 내게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요 내가 당신에게 넋 나가지 않아 좋아요 육중한 지구가 우리의 발아래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 또한 겉 다르고 속 다르게 처신하지 않아 좋아요 언어유희로 구속받지 않아 다행이지요 가벼운 포옹에도 내 마음이 숨 막히는 떨림으로 불그레 하게 변하지 않는 것 또한 당신이 몰래 내 주위의 다른 여자들을 조용히 안아주는 것도 오히려 다행이지요 당신의 키스가 지옥의 유황불로 나를 활활 태우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애정 어린 나의 이름을 낮마다 밤마다 떠올리지 않을 테니까요 어느 적요한 성당에서의 맹세 또한 그렇겠지요 아마 우린 천사의 노래 들으며 헤어지겠지요 그래도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사랑이 무언지 전혀 알지도..

22 외국시 2023.09.16

서로박: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친애하는 C,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사랑을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첫사랑의 경험은 사람에 따라서 의외로 썰렁한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하지요. 어쩌면 우리 같은 현대인들은 첫사랑을 찬란한 것으로 미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삶에서 맨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으며, 사랑의 대상이 수없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자의 설렘은 사랑의 강도를 차치하고라도 언제나 하나의 설렘으로 남습니다. 첫사랑이 아름답다면, 두 번째 사랑, 세 번째 사랑은 아름답지 않단 말인가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를테면 마지막 사랑을 생각해 보세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죽음으로 인하여..

31 동구러문헌 201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