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 2

서로박: 이삭 바벨의 부조니의 기마대

친애하는 J,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술가는 당대에 대체로 불행하게 살아갑니다. 그들이 현재에 주어진 극도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창조에 몰두하는 이유는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키려는 거대한 의지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의지가 미래에 그들의 명성을 드높이게 해줍니다. 언젠가 천재 독일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 (Georg Büchner, 1813 - 1837)는 1834년 3월 자신의 신부 (新婦)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가을의 시간을 상실한 생명들입니다. 그렇기에 겨울이 지나서야 비로소 씨를 여물게 할 수 있어요. (Wir sind wie die Herbstzeitlose, welche erst nach dem Winter Samen trägt.)” 뷔히너의 이 말은 역설적이..

31 동구러문헌 2021.10.06

서로박: 카프카의 성 (2)

친애하는 J, 성이 암시하는 비밀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막스 브로트 Max Brod의 견해에 의하면 성이란 신의 은총에 대한 상징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요한의 묵시록처럼 7일 동안 서술하려고 한 점, K의 직업이 측량 기사라는 점 등은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성으로 들어가려는 인간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신의 은총으로 향하는 열정과 같다는 것입니다. 발터 벤야민 역시 이러한 견해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우리는 성의 비밀을 실존주의적으로 구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주장한 연구자로서 우리는 빌헬름 엠리히를 들 수 있지요. 인간 존재는 마치 미로와 같은 세계 속에서 영원히 방황하면서 살아갑니다. 인간은 허무라는 거대한 고해의 바다 속에서 그냥 실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알베르 카뮈는 성에서 동시대..

43 20전독문헌 2017.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