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2

(단상. 560) 정조의 활쏘기

정조는 마치 신궁 (神弓)처럼 활을 잘 쏘았다. 50 개의 화살 가운데 항상 과녁에 맞춘 것은 49개의 화살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가 백발백중의 결과를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사실이다. 마흔 아홉의 화살을 과녁에 내다꽂은 뒤에 정조는 마지막 한발을 의도적으로 맞추지 않았다. 완벽을 거부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음의 활쏘기에 스스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일까? 이에 대해서 역사가들은 정확하게 답할 수 있을지 모른다. 챔피언이 된 뒤에 타이틀을 지키는 것은 챔피언을 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일보다, 갑절로 어려운 법이다. 완벽함을 고수하는 일은 어쩌면 신의 행위가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정조처럼 모든 일에 있어서 한 가지 잘못을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게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의 정신 건강..

3 내 단상 2023.03.16

서로박: 그 언덕에 세워진 이정주 시인의 탑 (8)

8. “제 몸 버릴 곳 마땅치 않아” 나: 마지막으로 명시들 그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시는 아무래도 「절터」라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자신이 없으므로 그 언덕에 탑을 세운 거다 그래도 자신이 없으므로 탑 가득히 불을 피워 넣은 거다 불쏘시개로 제 손을 밀어 넣은 거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이 무너진다 무너지지 않는 것이 어디 있을까 달도 무너진다 제 몸 버릴 곳 마땅치 않아 절을 짓는 거다 절도 받아주지 않으므로 떠도는 거다 어깨 움츠리며 탑 하나 무너진 달 속으로 들어서는 거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작품을 탄생시킬 때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마치 호랑이가 토끼 한 마리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듯이, 예술가는 하나의 틀 속에서 가장 완전한 작품을 창조해내려고 합니다. 인용 시에서 “탑”과 “절”은 불교..

19 한국 문학 202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