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오늘은 정일근 시인의 「그믐치」를 살펴보기로 합니다. 이 작품은 그의 시집 『소금 성자』 (산지니, 2015)에 실려 있습니다. 나: 시인은 진해와 마산에서 살아온 향토 시인으로서 지금까지 꾸준하게 무게 있는 작품들을 발표해 왔습니다. 그믐치는 “음력 그믐에 내리는 눈 혹은 비”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시작품에는 어떤 아픔, 혹은 어떤 행복에 관한 기억 그리고 이를 끝까지 만끽하지 못한 아쉬움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꽃 날리는 저녁이다 통점이 스르르 스르르르 등 위로 와 꽃뱀으로 꽉 문다 꽃 피기 전부터 이 악물고 참았다 내 궁극이 하얀 비단으로 풀린다 꽃 피는 날에 오지 못해 미안하다 이제 내 추억의 실마리는 부축 없이 처음에 닿지 못한다 발바닥의 궁륭이 서서히 그믐으로 가고 있다 내 처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