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이 선생님의 글을 허락도 없이 퍼왔습니다. 출전: 한겨레 신문 2024년 3월 27일 ................... ‘꽃 그려 새 울려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봄, 파르티잔, 1995) 시 한편이 스물한자다. 읽다가 ‘소식’ 하고 끝나버리니, 걷다가 길이 끊긴 듯, 몸이 앞으로 기우뚱한다. 입에서는 못 빠져나간 바람이 한숨이 되어 새어 나온다. 그 소식 이후에 다른 소식은 없었는지 늘 궁금했다. 바람 부는 날이면 동구에서 띄우던 연줄이 툭 끊겨 산 너머로 멀리멀리 날아가던, 꼬리를 흔들며 하늘하늘 사라져버린 그 가오리연이 가끔 생각나듯이, 소식만 남기고 산골짜기로 떠나버린 그의 뒷소식이 궁금했다. 시인 서정춘, 41년생이니 올해 여든셋이다. 사람들은 그를 ‘삼단(三短)시인’이라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