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갑 4

귄터 쿠네르트

귄터 쿠네르트 (1929 - )는 구동독 출신의 작가 가운데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작가입니다. 그는 시작으로 출발하였으나, 나중에는 산문을 많이 썼습니다. 그의 작품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시보다도 산문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그의 수많은 작품은 오늘날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인 고은이 만인보를 집필하지만, 그 역시 아마도 만 편의 시를 족히 썼을 것입니다. 귄터 쿠네르트는 1929년 베를린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유대인 혈통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1940년에는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었습니다. 그의 전쟁 체험은 소설 "모자들의 이름으로 Im Namen der Hüte" 에 자세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사진은 브..

9 문학 이야기 2021.10.29

서로박: 베르펠의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별 (3)

18. 천체 인간의 삶에서 드러난 몇 가지 문제점: 주인공은 한 가지 사실에 대해 무척 아쉬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천체 인간들이 아무런 축제를 즐기지 않고, 따분하고도 단조롭게 살아간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누구든 간에 어떤 기이한 상황에 직면하면 약간 흥분하게 되는데, 천체 인간들의 면모에서 이러한 자극이 그다지 강하게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희로애락 애오욕의 정서가 마치 어떤 의식의 빛에 의해서 세척되는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하여 개인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정서적인 모든 능력이 사라지고 맙니다. 가령 인간의 심리는 더 이상의 고통 내지 고뇌를 분명하게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희로애락 애오욕의 정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계층 사이의 심리적 갈등 그리고 투쟁..

43 20전독문헌 2021.10.10

(단상. 315) 성과 결혼 그리고 계층

수컷의 사랑이 순간적 격정으로 타오르는 불꽃 (火性)이라면, 암컷의 사랑은 “잉여 주이상스”로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는 물 (水性)과 유사하다. 그런데 사랑에 결혼이라는 딱지가 붙게 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재독인사 어수갑씨는 언젠가 “유럽이 재미없는 천국이라면, 한반도는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유를 부부의 삶과 싱글의 삶에 적용하면 어떨까? 호모 아만스는 결혼으로 인하여 때로는 어느 정도의 부자유를 감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혼인이라는 열쇠는 드물지만, 때로는 자신을 신방에 갇히게 하기 때문이다. 싱글의 삶이 불편한 자유를 느끼게 한다면, 부부의 삶은 편안한 부자유를 느끼게 할까? 자연에서 날아다니는 암컷과 수컷은 콩 한 알도 나누어먹으며 정조를 지키지만, 거대한 새장 속의 새들은..

3 내 단상 2016.01.07

베를린에서

재독 한인인 어수갑씨가 이렇게 말했지요, "독일은 재미없는 천국이고, 남한은 재미있는 지옥이다."라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유럽에 가니, 남한의 사회구조가 얼마나 허례허식적이고, 가부장주의적이며, 폐쇄적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남한 사람들만큼 인정 넘치는 자들도 세상에는 없지요. 흔히 유럽의 경제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대도시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경기 불황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날씨는 처음에는 좋았지만, 7월 중순부터 비가 자주 와서, 언제나 우산을 소지해야 했습니다. 80년대 독일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거지들이 보였고, 지하철에는 구걸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베를린의 이슈는 언제나 날씨, 공항 건설로 국한되는 것 같았습니다. 참 내년에 쇠네펠트 공항이 건설되는데, 건..

3 내 단상 201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