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켄나 10

서로박: (2) 브레히트의 이단자의 외투

(앞에서 계속됩니다.) 7. 비극적으로 화형당하다: 1600년 2월 8일에 지오르다노 브루노는 이단과 마법의 혐의로 화형당해 죽습니다. 그의 모든 책은 출판 판매 금지당하는 조처에 처해집니다. 다시 말해서 브루노가 쓴 모든 문헌은 이른바 분서갱유의 처벌을 받게 된 것입니다. 처형의 선고가 내려질 때 브루노는 다음과 같이 외쳤다고 합니다. “너희는 나에게 죽음의 선고를 내리며 이를 받아들일 것을 선언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두려움에 떨고 있구나. Maiori forsan cum timore sententiam in me fertis quam ego accipiam“. 거의 8년에 걸친 오랜 법적인 공방 끝에 심신이 그야말로 초췌해진 브루노는 52세의 나이에 캄포 데 피오리에서 화형대에서 불에 타서 죽게 됩니다..

46 Brecht 2023.03.11

서양의 건축 예술

서양의 문화는 건축의 영역에서 강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학연수를 끝낸 K양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이델베르크에는 너무 멋진 건물이 많아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사람의 경우는 다르지요. 대부분 한국인들이 진국이에요." ㅋㅋ 서양의 문화에서는 밝은 빛, 외형 등이 중시하는 반면에, 동양의 문화에서는 내면의 에너지, 기 등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태양을 존재의 근원으로 여기는 반면에, 동양 사람들은 태양 외에도 무 (無), 공 (空), 도 (道), 기 (氣) 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제 건축 양식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합시다. 동양의 건축물은 목재로 만들어졌지만, 서양의 건축물들은 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견고하고 오래 버티는 것들이 많습니다. 맨 처음..

11 조형 예술 2020.06.07

블로흐: 아비켄나와 아리스토텔레스 좌파 (9)

2. 두 번째는 개별적 오성 그리고 보편적 이성에 관한 것입니다. 아비켄나는 후자에 모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보편적 이성에 대한 어떠한 의혹도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로써 그는 특권, 관습 그리고 믿음과 같은 편협함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개개인의 개별적인 오성은 수동적인 무엇으로 출현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오성은 자신과 결부되어 있는 개별적 육체의 행동양상에 의해서 결정되는 무엇이라는 것입니다. 개별적 오성은 수동적입니다. 그 이유는 오성이 육체와 결부되어 있으며, 특히 소재의 수동적인 무엇, 수용하는 무엇 그리고 기껏해야 소재를 축적하는 일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보편적 오성은 능동적이라고 합니다. 혹은 그것은 고유한 형태로서 오성이 작용하는 에너..

29 Bloch 번역 2020.03.05

블로흐: 아비켄나와 아리스토텔레스 좌파 (8)

아리스토텔레스는 소재를 “잠재적 역동성의 존재δυνάμει όν”로 규정하였습니다. 이것은 마치 왁스와 같은 존재로서 그 자체 아무런 특성을 지니지 않는 무엇입니다. 다시 말해서 잠재적 가능성의 존재는 형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서 이를 드러내게 하는 존재입니다. 형태는 목표의 원인이고, 목표의 형체입니다. 그런데 엔텔레케이아는 여기서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소재로부터 배제된 “순수한 행위자actus purus”로서의 최상의 형태는 바로 누스입니다. 누스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순수한 사고의 신입니다. 바로 이러한 입장은 마치 헤겔 좌파가 그러했듯이 그가 사망한 직후에 첫 번째의 좌파의 효과를 획득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소요학파의 세 번째 수장인 스트라톤Straton은 소재..

29 Bloch 번역 2020.02.25

블로흐: 아비켄나와 아리스토텔레스 좌파 (5)

5. 생기 넘치는 자, 깨어남의 아들, 천체로서의 신 지식과 신앙 사이의 유희는 역사에서 기이하게도 몹시 우의적인 방법으로 전해 내려왔습니다. 우리는 가령 독일의 계몽주의 극작가, 레싱의 세 개의 반지에 관한 우화를 예로 들 수 있지만, 그밖에 상당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첫 번째 철학 소설 한 편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후자는 이븐 투파일Ibn Tufail의 『생기 넘치는 자, 깨어남의 아들』을 가리키는데, 이 작품의 줄거리는 유럽 문학에 전해져서 반지의 우화보다도 더 폭넓게 회자되었습니다. 이븐 투파일의 소설은 나중에 로빈슨 크루소를 내용으로 하는 일련의 문학 작품의 원전으로서 수없이 활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소설 자체는 사상적 근원을 고려할 때 아비켄나의 사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설의 제목 ..

29 Bloch 번역 2020.02.16

블로흐: 아비켄나와 아리스토텔레스 좌파 (4)

이 모든 것은 신비주의의 사상으로서 현세의 사항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비주의는 아시다시피 사람들 사이에 필연적으로 어떤 기이한 동맹을 맺게 해주었습니다. 신비주의는 자연의 진리를 밝히려는 사고와 마찬가지로 교회 세력 그리고 독단론의 문헌에 대한 투쟁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초월을 지향하는 순수한 신비주의가 무작정 종교를 인민의 아편으로 거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신비주의자들은 오히려 일반 사람들이 종교를 통해서 열광적 신앙을 견지하지 않는다고 항변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지만 범신론적으로 사고하는 신비주의자들은 무엇보다도 일반 사람들의 각성을 촉구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고도의 집중을 통한 명상을 제외한다면, 종교인들은 어떻게 해서든 종교적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

29 Bloch 번역 2020.02.15

블로흐: 아비켄나와 아리스토텔레스 좌파 (2)

3. 상업 도시 그리고 헬레니즘의 토대 아비켄나는 의사로 활동했을 뿐, 평생 한 번도 수사로 봉직하지 않았습니다. 그 밖의 대부분 이슬람 사상가들 가운데 수사로 일했던 사람은 거의 드뭅니다. 그들은 세상 속에서 살았고, 주로 자연과학자로서 사고했습니다. 그래, 이슬람 사회 전체는 중세 유럽에서의 사회적 법칙과는 다른 사회적 정황 속에 속해 있었습니다. 물론 이슬람 사회가 봉건적 형태를 드러내었으며, 전쟁을 부추기는 사제 계급이 득실거리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당시 중동 지역은 문화적으로는 대가족 제도의 풍습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초기 시민사회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상업 자본이 주도적으로 세력을 확장하였으며, 사회의 근본적 동력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이를테면 메카는 이슬람 ..

29 Bloch 번역 2020.02.13

블로흐: 아비켄나와 아리스토텔레스 좌파 (1)

“발전은 ‘물질로부터 형태의 추출eductio formarum ex materia’이다.” (아비켄나 – 아베로에스) 1. 결코 같지 않다. 모든 영특한 사고는 아마도 일곱 번 깊이 숙고한 다음에 출현한 것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동일한 사고를 언제라도 다시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시간 그리고 다른 상황 속에서 떠올린 동일한 사고가 더 이상 동일한 의미를 드러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생각하는 사람만 변해 있는 게 아니라, 사고의 대상으로 떠올려야 하는 사물 역시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변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영특한 사고는 언제나 그 자체 신선한 의미를 드러내는 무엇이며, 하나의 새로움으로서 보존되어야 합니다. 동쪽 지역의 위대한 사상가들의 경우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이들의..

29 Bloch 번역 2020.02.12

지오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

지오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 (1463 - 1494)는 불과 31세의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신은 천재를 사랑하여 불과 30년의 삶을 살게 하고, 당신에게 데리고 가셨습니다. 피코 델라 미란돌라는 인간에게 의지의 자유를 확고하게 심어준 철학자였습니다. 그의 사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은 아베로에스였습니다. 피코 델라 미란돌라는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에서 태어났습니다. 4살 때 아버지가 사망하자, 어머니가 그를 키웠는데, 14살 때 철학과 고전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볼로냐 대학에서 교회법을 공부하다가 그만 어머니마저 여의고 맙니다. 1479년 그의 나이 17세 때 페라라에서 인문학 studia humanitatis 에 전력을 기울입니다. 이듬해 148년에 파도바에서 철학을 공부하기 시..

23 철학 이론 2019.02.08

블로흐: 아리스토텔레스 좌파 (2)

(앞에서 계속됩니다.) 뒤이어 물질에 대한 관심사를 강하게 드러낸 학자는 알렉산드로스 아프로디시아스였습니다. 알렉산드로스의 아리스토텔레스 문헌 해석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는데, 이 영향은 중세까지 이어졌습니다. 그의 연구는 아비켄나, 아비케브론 그리고 아베로에스의 연구를 낳게 됩니다. 우리는 중세의 철학 강의에서 이를 다시 다루게 될 것입니다. 일단 우리는 소재와 형태 사이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기억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 문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좌파 사상을 연구하는 데 핵심적 사항을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아비켄나Avicenna는 타지키스탄, 혹은 페르시아 출신이라고 알려져 있는 위대한 철학자인데, 어디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아라비아인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부호로 지역에서 활동한 아비..

29 Bloch 번역 201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