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테르 4

서로박: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2)

친애하는 L, 작품의 전개 과정을 고찰하면 “오이디푸스 왕”은 범죄 문학의 어떤 유형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오이디푸스 왕”은 서양의 범죄 문학의 유형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존재와 가상의 현실을 교차시키기 때문이지요. 비밀스러운 관련성을 도입하여 극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오이디푸스 왕”은 분석극의 원조에 해당합니다. 등장인물 뿐 아니라 전개 과정에서도 소포클레스의 아이러니가 온통 배여 있습니다. 가령 맨 처음 도시에는 전염병이 창궐하지만, 왕인 오이디푸스는 권력의 정점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도시 테베는 건강해지지만, 정작 지배자는 몰락을 맞이하며, 도시를 떠납니다. 말하자면 의사이자 조력자로 살아온 인간이 어떤 의사 내지 조력자를 필요로 하는 그러한 신세로 전락한 ..

37 고대 문헌 2021.06.09

서로박: 에코의 장미의 이름 (3)

7. 인용인가? 표절인가? (1): 이 장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언급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몇 가지 중요한 사항만을 골라, 언급해보도록 합시다. 첫째, 이 책의 제목은 아벨라르 Abaelard의 “(이곳에는) 장미가 없다 Nulla rosa est”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우리는 “진리는 다만 기호로 남아있을 뿐, 그 본질은 찾을 수 없다”는 그의 입장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필자의 견해로는 소설의 제목을 “장미의 이름”보다는 “장미, 그 이름과 실체”라고 명명하는 게 주제 상으로 합당할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에코는 사물의 기표와 기의를 일차적으로 분리함으로써, 현상과 본질의 주종 관계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서문의 내용은 기욤 드 로리 Guillaume de Lorris 그리고..

34 이탈스파냐 2020.09.04

볼테르의 캉디드

1. 볼테르의 익명의 작품: 가장 찬란한 이상 사회에 관한 상상은 역으로 주어진 현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도록 추동합니다. 가령 찬란한 이상으로서의 엘도라도의 상은 절대 왕정의 반대급부로 태동하였습니다. 엘도라도는 찬란한 이상 사회로서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에 처음으로 언급되었습니다. (Voltaire: 15). 볼테르는 1759년에 익명으로 이 작품을 발표했는데, 내심 라이프니츠의 견해를 비판하고 싶었습니다. 라이프니츠는 주어진 세계가 모든 가능한 세상 가운데 최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유럽 사회에 온존해 있는 독재와 폭정 그리고 도덕적 파괴 현상을 외면하고 어떻게 지식인으로서 편안하게 자족할 수 있는가? 하는 게 볼테르의 항변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는 리스..

32 근대불문헌 2020.02.24

서로박: 스피처의 '문학 해석의 한 가지 방법'

레오 스피처 (L. Spitzer, 1887 - 1960)의 "문학 해석의 한 가지 방법 (A method of interpreting literature)"은 1949년 미국 노트 햄프턴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오스트리아 출신 로마 어문학자, 스피처는 20년대 30년대 문학의 문체 등을 연구한 뒤 40년대 프랑스 문학에 나타난 전통 및 “텍스트에 관한 해석 (explication de texte)”을 추적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문학의 실증주의적 해석과 이념사적 해석 사이의 어떤 구분이다. 스피처는 자신의 문헌학 연구의 전제 조건 및 수공적 수단 내지는 방법론 등을 세 가지 범례로써 설명한다. 첫 번째 장은 황홀, 즉 엑스타시를 내용으로 하는 세 편의 작품에 할애되고 있다. J. 돈 (Donne)..

25 문학 이론 201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