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넷 4

박설호: (5) 블로흐와 자연 주체

(앞에서 계속됩니다.) 19. 자연 주체, 중개된 터전과 그 부호: 블로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궁극적으로 출현하는 자연은 미래의 지평에서 최종적으로 출현하는 역사와 다름이 없다고 말입니다. 오로지 이러한 지평 위에서 미래의 기술이라는 중개 작업이 작동될 수 있습니다. 블로흐는 자연을 그냥 스쳐 지나가는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아직도 모조리 철거하지 않은 건축의 터전으로 이해합니다. 다시 말해 아직 적절하게 주어지지 않은, 인간의 가옥을 위한 건축 자재들이 바로 자연 주체라는 것입니다. 자연 주체는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옥을 축조할 수 있는 구체적 상이며, 어떤 객관적 유토피아의 범례와 같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가옥은 역사 속에 마련될 뿐아니라, 인간 행위의 토대 위에서 건설되는 것은 ..

27 Bloch 저술 2024.11.10

서로박: (3) 블로흐와 자연 주체

(앞에서 계속됩니다.) 9. 조르다노 브루노가 파악한 자연과 물질: 아베로에스는 중세의 아라비아 철학자, 아부 술라이만 알-시지스타니 (Abu Sulayman al-Sijistani, 832 – 1000)에게서 적극적 특징을 지닌 물질 개념을 찾아내었습니다. 그의 『두 편의 물리학 해설 Commentarium in II librum physicorum』에서 산출하는 자연의 개념이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BWB: 379). 여기서 아베로에스는 스코투스 에리우게나Scotus Eriugena가 처음 언급한 창조적인 물질이라는 개념을 과감히 도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토마스 아퀴나스도 이 점에 착안하여 어떤 적극적 물질을 구명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왜냐면 절대적 신의 존재가 그에게는 더욱..

27 Bloch 저술 2024.11.04

(명저 소개) 캐럴린 머천트의 '자연의 죽음'

미국의 에코페미니스트, 캐럴린 머천트 ( Carolyn Merchant, 1936 - ) 의 『자연의 죽음. 에콜로지 그리고 과학 혁명The Death of Nature: Women, Ecology and the Scientific Revolution』 (1980)은 에코 페미니즘의 이론적 논거를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책입니다. 이 책은 현대 과학의 발전 과정, 특히 16세기, 17세기의 과학의 발전이 일방적인 방향으로 전개된 것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서양의 자연과학은 머천트에 의하면 기계와 기게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자연이라는 거대 영역의 가치를 훼손하고 무시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환경, 사회 그리고 문학 등의 제반 영역은 기계적 자연 과학에 의해서 잠식되고 왜소하게 변모했다고 합니다..

1 알림 (명저) 2024.01.13

박설호: (1) 새로운 물질 이론 그 의미와 방향

“북극에 봄이 오면/ 잠자던 곰의/ 가스가 피어오른다.” (Ben Rawlence)” 1. 들어가는 말 새로운 물질 이론은 과학 기술에 대한 인간의 관계, 자연과 환경에 관한 학제적인 이론의 흐름에서 태동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협소한 의미를 담고 있는 ”신유물론“ 대신에, ”새로운 물질 이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물질에 관한 사고는 오랜 시간에 걸쳐 관념 이론 속에 교묘하게 은폐되어 있었습니다. 나중에 마르크스주의 신봉자들조차도 물질과 정신을 서로 분리하여 별개의 사항으로 파악하기에 이릅니다. 가령 블라디미르 I. 레닌Wladimir I. Lenin은 “어리석은 유물론보다는 영특한 관념 이론이 영특한 물질 이론에 더욱 근친해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여기서 물질의 개념은 정신과..

2 나의 잡글 2023.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