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좋은 곳에 숨어 사는 자는 좋은 삶을 사는 자이다. Bene qui latuit bene vixit.” 이것은 말년의 오비디우스 Ovid가 흑해 망명의 외로움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시구이다. 만일 유렉 베커 Jurek Becker의 아버지, 모르데하이 베커 Mordechai Bekker가 이 구절을 접했다면, 시적 아이러니에 아마도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꼈을 것이다.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에게 “좋은 곳”이란 이 세상에 없다. 주위에는 자기 민족에게 총을 들이대던 원수들이 일상인이 되어 살고 있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독일에서 계속 살지만, 과거의 기억을 떨치고 어느 정도 자기기만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렉 베커는 유대인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던 폴란드 소년, 예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