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많이 모자라고 부족한데, 끝을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사는 동안 그저 뚜벅뚜벅 걸어갈 수밖에. 나의 문학은 돈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하여, 돈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끝난다. 시작품 「부산 그미와의 오랜 이별의 서러움과 순간적 재회의 허망함을 노래한 담시 1」에서는 부산 여자가 등장한다. 그미는 고래고함을 지른다. "갱제를 살리야 돈이 능준할 꺼 아이가? 옛날만 새김질하고 자연이 어쩌구 환경이 저쩌구 씨버리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가?"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하긴 중요하다. 물론 지역마다 사람들의 삶은 다르다. 대도시 달동네 주민들의 하루하루는 각박하다. 삼시세끼 챙기는 것조차도 힘이 든다. 추운 겨울보다, 더운 여름을 버티는 게 더 힘이 든다. 겨울에 움직이면 열이라도 나지만, 여름에는 몸을 식힐 방도가 별로 없다. 폭염에 에어컨 없이 살아가는 분들이 참 많다. 한국에서 가장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빈부차이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오로지 경제를 살리는 일만이 능사일까?
부산 해운대의 거리에는 해상 풍력 시설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풍력 발전기가 설치되면, 자연 경관을 해쳐서 관광 산업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부산 사람들은 재생가능에너지에 그렇게 적대적인가? 기장의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점 (사고와 핵폐기물 처리 등)에 관해서 입도 벙긋하지 않던 사람들이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 것을 보면, 관광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이곳에는 안타깝게도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즐비하다. 최근에 국민의 힘 국회의원 사무실을 찾아가서 항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2찍들이다. 자신이 투표를 잘못했다는 생각은 안 하고, 교활하게 이권을 해쳐먹는 정치가를 뒤늦게 원망하고 있다.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지만, 자신의 판단에 문제가 있을 경우 학자나 예술가를 찾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다. 문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실수를 저지르는 데 있다. 나 또한 그러하다.
그렇다면 나 역시 자기 확신에 가득 찬 원숭이일까? 부산 사람들 가운데에는 경제적 이득에 혈안이 되어, 의로움을 외면하고 학문과 예술을 부차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판단의 중지 ἐποχή "가 필요하다. 스토아 사상가들은 "역사적 전환점"을 "판단의 중지"로 이해했다. 언제쯤이면 그들이 스스로의 판단을 중지하고, 다른 견해를 수용할 수 있을까? 판단의 폭을 넓히려면, 책읽기와 글쓰기가 필수적인데, 부산에도 서점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트로이의 무녀, 카산드라는 장차 트로이 전쟁이 벌어지리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학자와 예술가의 쓰디쓴 소리를 경청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연예인을 찾아서 그들에게 매료되곤 한다. 연예인들은 광고에서 미소만 흘리면서 수억씩 벌어들인다. 손흥민은 공 잘 찬다는 이유로 천정부지의 돈을 번다. 저명한 연예인과 이름 있는 운동선수가 천정부지의 돈을 버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열광하기 때문이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돈이 사는 세상이지. 나 역시 카산드라의 운명을 타고난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도와줄 자신이 없다. 아니, 자본주의가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돈보다 소중한 무엇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의 올바른 판단력 그리고 따뜻한 가슴이다.
이 가운데 나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나와 당신의 고집불통이다. 나의 문학은 꽉 막힌 인간의 개조에서 시작하여,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의 인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일로 끝났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할 것 같다. 바른 말은 입에 쓰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듣기 싫은 말을 절대로 듣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누가 말한다, 서로박,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당신이야말로 설득당해야 할 사람이라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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