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a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서로박: (9)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5. 보이어로부터 피어시까지 (20세기 후반 - 현재)

필자 (匹子) 2025. 1. 17. 09:19

 

경쟁, 무한대의 이익추구, 엘리트주의, 자연파괴 등은 실증주의의 단선적 사고 속에서 자라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협동, 절제, 평등 그리고 상생 등은 생태적 사고의 토대로 정립될 수 있다.” (匹子)

계급, 종파, 정당, 국적, 성, 인종, 나이 등과 같은 구분 그리고 차별 속에는 ‘나누어라 그리고 지배하라 Divide et impera’라는 지배자의 저의가 숨겨져 있다.” (匹子)

 

 

친애하는 J, 우리는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제 5권에서 1940년대 이후의 문학 유토피아를 다루려 합니다. 이것은 평화 운동, 환경 운동 그리고 여성 운동과 결착되어 있습니다. 첫째로 경쟁 지향적인 국가 내지는 국가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은 평화 운동을 촉발했습니다. 둘째로 지구 전체로 확장된 환경 파괴, 특히 핵에너지에 대한 비판은 환경 운동의 관건이 되었습니다. 셋째로 남녀 불평등의 급진적인, 혹은 점진적인 비판은 여성 운동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의 문학 유토피아는 전체적으로 파시즘과 스탈린주의와 같은 전체주의 국가의 폭력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중엽에 이르러 인류는 세계대전으로 치닫는 국가적 폭력과 갈등보다는, 여성 문제, 환경 문제 그리고 평화 공존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가령 정치적 유토피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오웰의 『1984년』이 1949년에, 생태주의 유토피아의 출발을 알리는 스키너의 『월든 투』가 1948년에 나란히 발표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 의미심장합니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20세기 초반부와 후반부의 문학 유토피아의 경향은 첨예하게 분할되고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오웰의 『1984년』 이후로 정치적 유토피아의 설계는 종언을 고했다고 주장합니다. 가령 허버드 마르쿠제, 헬무트 셸스키 그리고 대니얼 벨 등은 “유토피아는 얼마든지 발전된 과학 기술로 보완될 수 있다.”고 천명하며, 유토피아의 종말을 선언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입장은 국가 시스템이라는 한 가지 측면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어떤 결정적인 하자를 드러냅니다. 유토피아는 지금 여기에 새롭게 출현한 문제점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을 추구한다는 특징을 고려할 때, 생태주의 유토피아는 필연적으로 출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 식량 문제 그리고 잘사는 국가와 못사는 국가 사이의 대립 등의 난제는 현대인에게 유토피아의 어떤 새로운 기능을 요청합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첨단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삶의 질은 나아졌으나, 거대한 범위에서의 빈부 차이가 출현하였습니다. 게다가 인구 폭발과 생태계 파괴 현상은 현대인에게 삶의 근원적 의미를 근원적으로 짚어보게 하였습니다. 과거에는 여러 가지 유형의 억압에 대항하는 투쟁이 관건이었다면, 21세기에 이르러 “물구나무선 먹이 피라미드” (필자)를 복원시키는 과업이 동서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게 된 것입니다.

 

본서에서 다루는 문학 유토피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보이어의 디스토피아 『칼로카인』(1940): 스웨덴 작가, 카린 보이어는 내적인 사상 감정을 투시할 수 있는 약물, “칼로카인”을 다루고 있습니다. “칼로카인”은 최면 요법을 대체할 수 있는 심리 치료로 활용될 수 있지만, 국가의 차원에서 불순분자를 제거하는 잔인한 수단으로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습니다. 보이어는 내적 사상 감정을 투시할 수 있는 약물의 발명을 서술함으로써 개개인이 국가에 어떻게 이용당하는지를 서술합니다. 세계국가의 시스템은 전체주의적이며, 개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지속적인 전쟁 상태에 처해 있으므로, 집권층의 독재와 테러가 강력하게 행해집니다.

 

2. 베르펠의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별』(1945): 베르펠의 미래 소설은 십 만년 이후의 인간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는 시대비판으로서 인종 갈등, 전쟁으로 인한 파괴 그리고 죽음 등을 고발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101945년의 시점의 새로운 사회에서는 첨단 무기 등으로 인한 전쟁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거의 완벽한 제도를 마련하여 평화를 정착시키려고 합니다. 유대인과 비유대인 사이의 갈등도 해결되고 있습니다. 미래의 우주인은 자신의 영혼을 “씨눈”으로 전환되어서 겨울 정원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작품에 핵심적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전쟁, 인종 갈등 그리고 죽음의 문제 등입니다.

 

3. 오웰의 『1984년』(1949): 조지 오웰의 『1984년』은 20세기 정치적 유토피아의 대미를 장식하는 “검은 유토피아”입니다. 여기에는 자연과학에 대한 직접적 비판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작가는 전체주의의 정치적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다루려고 했습니다. 전체주의 국가는 인간 삶의 자유로운 사고를 위로부터 통제하고 검열합니다. 본 장은 오웰의 작품 『1984년』의 줄거리와 주제를 추적합니다. 개개인에 대한 국가의 감시와 통제는 자먀찐의 『우리들』 이후로 가장 첨예하게 작동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예의 주시해야 할 사항은 “사회주의 체제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하나의 명징한 틀로서 확정될 수 없는 무엇”이라고 판단한 오웰의 사상적 유연성 그리고 독창성입니다.

 

4. (요약) 생태 공동체와 생태주의 유토피아: 과학 기술은 유토피아의 사고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왜냐면 과학 기술은 지금까지 지하에 있는 화석 에너지를 활용함으로써 오늘날 생태계 파괴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태주의 유토피아는 20세기 중엽에 출현한 서구 사회에서 포스트모던의 운동과 궤를 같이하여 나타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의향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포스트모던이 역사적 발전과 유토피아를 부정하고 하나의 마지막 현상으로서의 냉소적 입장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면, 생태주의 유토피아는 전-지구적으로 확장된 핵 문제, 인구 폭발, 생태계의 파괴 현상 그리고 제반 차별을 용인하지 않는 생존의 문제 등을 지적하며, 어떤 대안을 찾으려고 합니다.

 

5. 스키너의 유토피아 공동체 『월든 투』(1948): 20세기 전반 서구에서는 디스토피아 문학작품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출현하였습니다. 그런데 『월든 투』는 이와는 달리 인간의 심리 속에 도사린 공격성향을 극복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 독창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월든 투 공동체에서는 인간의 분노와 공격성향이 심리학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유년시절부터 차단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개개인 사이의 갈등과 싸움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의 전쟁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작품은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자치적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소규모 공동체의 삶의 가능성을 타진합니다.

 

6. 헉슬리의 『섬』, 제 3세계 유토피아 (1962): 『섬』에서는 제 3 세계의 찬란한 삶이라는 장소 유토피아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작품은 디스토피아 문학과는 차이를 드러냅니다. 헉슬리는 어느 가상적인 섬을 묘사한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그 하나는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착취당하는 제 3 세계의 문제점에 대한 우회적 서술입니다. 그렇다고 헉슬리가 마치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처럼 제 3 세계의 관점에서 반식민주의의 지조를 드러낸 것은 아닙니다. 다른 하나는 제 3 세계의 멋진 공간과 자연 친화적인 삶에 대한 강조입니다. 헉슬리는 서구 사회의 과학 기술 그리고 동양의 자연 친화적 삶의 방식을 조화롭게 결합하려고 했습니다.

 

7. 르귄의 『빼앗긴 자들. 어떤 모호한 유토피아』(1974): 르귄은 아라스 그리고 아나레스라고 불리는 두 개의 혹성에 존재하는 사회 구도를 서술함으로써, 현대 사회와는 다른 현실적 정황 그리고 이와 결부된 사회적 삶의 범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의 주시해야 할 혹성은 우라스가 아니라, 아나레스 공동체의 사회적 체제입니다. 이를 통해서 작가는 세 가지 사항을 밝히려고 했습니다. 첫 번째는 남성적 지배구도 대신에 사랑과 평화를 중시하는 여성 중심의 사회를 하나의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전쟁 산업의 폐해를 지적하고, 생명체의 상생을 위한 사회의 체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입니다. 세 번째는 인구 폭발이라는 난제를 지적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능성을 가리킵니다.

 

8. 칼렌바크의 『에코토피아』 (1975): 에코토피아는 1980년대 말 경에 미국 서부의 광활한 땅에서 생겨난 신생국가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생태 국가의 사람들은 환경 생태의 문제, 인종 문제, 그리고 남녀 불평등의 문제 등을 점진적으로 해결해나가려고 합니다. 이는 20세기 후반의 유토피아가 지향하는 환경 운동, 여성 운동 그리고 평화 운동의 방향성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작품은 사회 유토피아의 시스템과 틀을 체계적으로 서술한다는 점에서 독창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문학 유토피아의 긍정적 면모를 명시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토머스 모어의 장소 유토피아의 전통을 다시 계승하고 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