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칼립소에게'

필자 (匹子) 2024. 9. 13. 10:19

칼립소에게 *

박설호

 

당신은 표류하는 나를

구조하여 보살펴 주었어요 고마움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신 곁에 머무는 게

올바른 선택일까요

 

어찌 곁부축하는 마음

헤아리지 못할까요 기억이

당신의 크낙한 마음 알지 못하게

했을까요 내 눈을 가린 것은

귀환의 괴로움인가요

 

오랜 방랑이 내 가슴을

위축시키고 변함없는 고결한 사랑

보듬지 못하게 했을까요

거친 풍파가 방랑자를

이토록 냉혹하게 만들었을까요

 

감사하는 마음 어떻게

되갚을까요 밤마다 당신의 침실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어리석은 바사기 거울 속 그윽한

바깥의 세계 잊고 살았지요

 

드디어 떠나게 되었어요

나의 뗏목에 비상식량 걸어주는

당신 이별의 손 흔들었지요

아 구차한 눈물 보여주기 싫어

허둥지둥 노 저었지요

 

십 년 후 절감하고 있어요

우리의 소중했던 일수유

내 가슴엔 하늬바람

그리움 그리고 사라진 갈망이

뒤섞인 채 스치고 있는 것을

 

 

 

 

 

 

칼립소는 전설의 섬 오기기아에 살았는데,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배를 타고 귀향길에 오른 오디세우스가 강풍을 만나 표류하다가 홀로 이 섬에 도착하였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사랑하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를 7년 동안이나 놓아 주지 않았다. 오디세우스에게 영원한 삶, 재물 그리고 권력을 주겠다고 하였으나 집으로 향하려는 그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였다. 오디세우스의 수호신 아테나는 올림포스산의 신들에게 오디세우스의 불행한 처지를 하소연하였고, 제우스는 헤르메스에게 칼립소를 찾아가 그를 놓아 주라고 명하였다. 칼립소는 이 말에 복종하여 오디세우스로 하여금 뗏목을 만들어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