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동화

서로박: (2) 티크의 '판타주스'

필자 (匹子) 2024. 8. 24. 10:24

(앞에서 이어집니다.)

 

티크는 상기한 이야기들의 모티브를 다음과 같은 책에서 찾아냈습니다. 즉 바이트 바르베크 Veit Warbeck가 민중적 소재를 산문으로 기술한 소설, 『프로방스 지방의 아름다운 마겔로네와 페터 백작 사이의 기이한 사랑의 이야기』 (1535)가 바로 그 책입니다. 이 책은 1797년 독일에서 독일어로 간행되었다. 티크는 이른바 낭만적 분위기 내지 자연적 꿈이라는 그러한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하여, 상기한 소재를 문학적으로 새롭게 형상화하였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고대의 이야기를 새로운 특징으로 착색시키려고 했는지 모릅니다. 특히 티크는 내용 면에 있어서 경미한 범위 내에서 약간의 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극작품을 싣고 있는 제 2권의 맨 처음 부분은 미학적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여기서 거론되는 내용은 중편 소설을 극작품으로 변형시키는 데 대한 문제점의 성찰입니다. 다시 말해서 극작품이란 어쩌면 대화로 만들어진 중편 소설일 수 있다고 합니다. “소설 내지 전설 등이 극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새로운 요소가 드러나야 한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모든 측면에서 드러나야 하는 전체성이고, 가상적 내용의 중심 부분에서 발견되어야 하는 어떤 신뢰성이다.” 극작품의 기술을 위한 모범으로서 티크는 카를로 고치 C. Gozzi, 아리스토파네스 Aristophanes, 홀베르크 Holberg, 플레쳐 Fletcher, 벤 존슨 Ben Johnson을 명명합니다. “시적인 농담”에 해당하는 작품, 「작은 빨강모자 아이의 삶과 죽음」 (1800)은 다음과 같은 시도를 그대로 실천한 셈입니다. 즉 아이에게 겁주려고 지어낸 동화는 그 자체 천박한 내용을 지니고 있지만, 얼마든지 하나의 비극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시도 말입니다.

 

가령 이탈리아의 희극작가 카를로 고치 Gozzi가 사용한 환상적인 극작품 형상화 방법 속에는 기적의 요소와 희극적 요소 내지는 순수함과 끔찍함이 뒤엉켜 있습니다. 카를로 고치 (1720 - 1806)는 환상적 극작품을 공연함으로써 해외까지 문학적 명성을 떨쳤습니다. 가령 고치는 인형극, 민간 전설, 동화 등을 소재로 하여 기발하고도 탁월한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예컨대 브레히트에 의해 개작된 극작품 「투란도트」 역시 고치의 작품입니다. 레싱, 괴테, 실러 그리고 프리드리히 슐레겔 등은 고치의 문학 작품을 격찬하였습니다.

 

나아가 「푸른 수염」은 프랑스의 작가, 샤를 페로 Ch. Perrault의 작품 『어미 거위 이야기 Contes de ma mère l’Oye』 (1690)에 실린 동화 「푸른 수염 La barbe bleue」을 새롭게 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유모 동화 속에는 농담 그리고 진지함이 마구 뒤섞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데, 독자 그리고 관객에게 기괴함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 (1797) 역시 페로의 작품에서 빌려온 것인데, 동시대의 연극 그리고 문학 풍토를 풍자하기 위한 작품으로서, 오늘날까지 가끔 공연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샤를 페로 (1628 - 1703)는 프랑스 작가로서, 『어미 거위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그는 당시에 전개된 “신구 논쟁”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신구 논쟁이란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학이 중요한가, 아니면 17세기에 새로이 탄생한 문예 운동의 내용이 중요한가? 하는 문제를 구명하려던 논쟁이었습니다. 여기서 페로는 현대 작가 몰리에르 그리고 말레르브 등을 고대 그리스 로마의 작가들보다도 더 위대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풍자의 요소는 연극 작품에서 현실적 영역과 결합되면서, 환상을 파괴하는 기능을 발휘합니다. 그것은 동화 유희의 가상적 특성을 완전히 파괴시키기도 한다. 예컨대 작품 「가치 전도된 세계 Die verkehrte Welt」 (1799)는 상기한 기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가령 극작가 실러는 고대의 운명적 이념을 현대적으로 구현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티크는 이러한 견해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습니다. 작품 「엄지에 대항하는 작은 토마스의 삶과 행동」을 통하여 실러의 견해를 교묘하게 풍자하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티크는 고대 동화의 소재를 이더 왕의 전설과 기발하게 결합시키고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책은 “동화 희극 (Märchenlustapiel)”에 해당하는 「포르투나트 Fortunat」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15세기에 널리 회자되었던 민중서 『포르투나투스 Fortunatus』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티크의 작품 내용은 두 단락으로 나누어집니다. (두 단락을 서로 나누기 위해서 티크는 두 사람을 등장시켜 이틀 동안 이를 낭독하게 하였습니다.) 첫 번째 부분은 포르투나트의 성장 과정 그리고 권력과 명예와 부를 쟁취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행운을 안겨주는 자루 내지는 부대를 지니고 있는데, 기회 있을 때마다 그것을 활용할 줄 압니다. 두 번째 부분은 두 아들, 암페도 그리고 안달로시아의 불행한 삶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유산을 경박하게 사용하여 화를 자초하게 됩니다.

 

티크는 이러한 두 가지 상호 다른 이야기를 이른바 대칭적으로 배치시킴으로써, 다음과 같은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즉 인간의 운명을 다룬 고전적 극은 결코 낭만주의의 극 형식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 말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운명은 (고전주의가 주장하는) 행복과 공로 등의 조화로운 보완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숙명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을 통해서 티크는 개인의 자기완성 그리고 낙관주의적 여유 내지는 고대적 이상을 추구하는 고전주의의 정신을 비판하고, 낭만주의의 새로운 입장을 재정립하려고 하였습니다.